[금주의 용어] 다가온 주총시즌 관전포인트 '행동주의 펀드'
2023/02/13 02:48PM
요약
- 3월 주총 시즌 앞두고 행동주의 펀드 공격 급증
- '대주주 의결권 3% 룰' , ESG 경영 관심 등에 영향력 확대
- 주주가치 극대화 vs 과도한 경영개입
3월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앞두고 국내 기업에 대한 행동주의 펀드들의 공격이 급증하고 있습니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적극적인 행보에 실제 상장사 중에서는 의사결정을 바꾸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죠.
행동주의 펀드란 주식 매수를 통해 특정 기업의 주요 주주로 등재된 후 경영에 적극 관여함으로써 기업 및 보유 주식 가치 상승을 추구하는 펀드입니다.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 전략을 수정하도록 요구하거나 기업 운영의 개선, M&A 시도, 지배구조 개선 등을 위한 압력 행사 등을 하기도 합니다.
행동주의 관련 데이터를 제공하는 인사이티아에 따르면 국내 행동주의 대상 기업수는 2017년 3개사에서 2022년 47개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작년 기준 미국(511곳) 일본(107곳) 호주(61곳) 캐나다(53곳)에 이어 세계 5위로 올라섰습니다.
행동주의 펀드 영향력 확대 배경
과거에는 행동주의 펀드가 할 수 있는 범위가 장부 열람이나 감사선임 정도로 한정됐는데요. 국내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 영역이 늘어난 것은 2021년 '대주주 의결권 3% 룰' 법안이 채택된 영향이 큽니다.
감사·감사위원 선임 등에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최대 3%로 제한했습니다. 개별 주주가 아무리 많은 지분을 소유한다고 해도 감사위원 선임 시 의결권 지분율은 3%에 불과하게 됐죠. 이에 경영권 분쟁이 늘어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습니다.
또한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요건도 완화되면서 일정 기간을 보유하지 않아도 상장사의 지분 3% 이상을 확보한 헤지펀드는 주주총회 소집 청구, 주주제안, 회계장부열람권 등의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일부 기업들이 승계를 위한 일감 몰아주기 등의 편법지원, 내부 회계 부정, 쥐꼬리 배당 등 후진적 기업지배구조 방식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는 것도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 확대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 세계적으로 기업의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도 행동주의 펀드의 입지를 넓히는데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최근 행동주의 펀드들의 활동
그동안 행동주의 펀드의 주요 타깃은 지배구조가 복잡한 대기업이었지만, 최근에는 경영권 방어가 취약한 중소·중견기업으로도 확대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얼라인파트너스는 그동안 SM을 대상으로 다양한 지배구조 개선 사항을 요구해왔고, SM은 얼라인이 주주제안으로 올린 인물을 감사로 선임한 것을 시작으로 요구사항의 상당 부분을 수용한 상태였습니다. 그러나 하이브가 이수만 전 총괄 지분 14.8%를 확보하면서 향후 가처분신청 결과 등에 따른 경영권 확보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습니다.
또한 얼라인은 최근 KB금융 등 7곳의 금융지주에 "주주 환원을 당기순이익의 50% 이상으로 확대하라"며 배당을 늘리라는 공개 서한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강성부 대표가 이끄는 행동주의 펀드 KCGI는 최규옥 오스템임플란트 회장의 퇴진퇴진과 이사회 독립성 등 지배구조 재편을 요구해왔습니다. 사모펀드 유니슨과 엠비케이 연합이 최 회장에게 지배구조 개편과 내부통제 시스템 개선을 목적으로 한 공동 경영을 제안하면서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고, 결국 KCGI도 최근 오스템임플란트 공개매수에 응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이밖에도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에 배당성향 상향 및 추천 감사위원·사외이사 선임을, 안다자산운용·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는 케이티앤지에 인적분할과 분리상장을 요구한 상태입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격을 받은 회사가 주주제안을 수용하면 기업의 주가는 ‘기업가치 제고 및 배당 확대’ 기대감에 오르기도 합니다. 만약 제안을 거부하더라도 경영권을 둘러싸고 대주주와 펀드 사이에 지분확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기도 합니다.
행동주의 펀드 우려점
행동주의 펀드는 '먹튀' 혹은 '적대적 인수합병'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존재합니다. 과거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들이 적대적인 경영개입을 하다 '먹튀'한 사례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 행동주의 펀드의 단기 수익 전략이라는 속성 때문에 행동주의 펀드의 영향력 확대를 우려하는 시선도 있죠. 일각에서는 행동주의 펀드가 소수 지분으로 여론몰이를 하며 기업 경영에 과도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과도한 경영개입과 압박은 회사의 신규 투자와 사업에 차질을 빚어 결국 기업의 안정성을 저해하거나 성장성을 저하시킬 수 있습니다. 주가를 올리기 위한 소모적인 경영권 분쟁 발생도 기업 경영 입장에서는 큰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경영참여의 목적으로 주식을 취득한 후 실제로는 단기간에 주가를 상승시켜 시세차익만을 실현한 후 시장을 떠나될 경우, 해당 기업의 지배구조개선과 가치제고를 이루지 못하게 될 뿐만 아니라 회사의 주가하락은 물론 다른 주주들에게도 손해를 끼칠 수 있습니다.
기업들은 과도한 고배당 요구와 경영권 분쟁 유발 등과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한 경영권 방어 장치로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 활용되는 제도인 포이즌 필(신주인수선택권), 차등의결권 등을 도입해 제도적으로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고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을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건전한'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 경영을 투명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소액주주들이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적법한 요건을 갖춰 비상식적인 경영행보를 펼치는 대주주와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한다면 기업의 가치 및 지배구조 개선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 두나무 주식회사 & insight.stockplus.com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인사이트팀 의 다른 글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