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용어] 월가는 왜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할까요?

2021/08/10 09:40AM

요약

최근 코로나19 델타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올해 2분기 미국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은 6.5%로 시장 기대치 8.4%를 하회했죠. 그 가운데 물가는 지속 상승하고 있어 스태그플레이션이 목전에 다가온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6월 미국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3.5% 상승하며 약 3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죠. 참고로 근원 PCE 물가지수는 변동성이 큰 농산물과 석유류를 뺀 것으로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주로 참고하는 물가 지표입니다.

 

 

그럼 스태그플레이션이 무엇이길래 투자자들은 공포감을 느끼는 것일까요?

스태그플레이션은 침체를 의미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물가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물가가 오르는 저성장·고물가 상태를 말합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정책 처방이 어려워 상당한 악재로 꼽히는데요. 높은 물가를 낮추기 위한 긴축정책 등의 조치가 실업을 악화시킬 수 있어 경제 정책의 딜레마를 제공하기 때문이죠.

가령 경기가 좋아지면 사람들은 자산이 늘어나 소비를 늘려 물가가 오릅니다. 물가가 오르면 중앙은행은 이자율을 올리거나, 시중에 푼 돈을 흡수해 물가를 하락시킵니다. 이로 인해 유동성은 줄어들고, 이자율이 높아져 기업들은 투자를 줄이고, 개인은 소비보다 저축을 늘리게 되면서 물가는 자연스레 하락하게 되죠.

그러나 경기가 침체하고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닥치면 위와 같은 정책효과가 없는데요. 정부가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해도 실업은 줄어들겠지만 늘어난 유동성에 물가는 더욱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금리인상 등의 긴축정책을 실시하면 유동성이 줄어들어 물가는 하락하겠지만 경기는 더욱더 얼어붙고 실업자도 늘어나게 됩니다. 결국 정부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물가상승과 실업 증가라는 이중고에 시달려야 합니다. 경제학자들은 스태그플레이션을 “난치병”이라며 처방을 내리기 힘들다고 하지요.

 

이러한 스태그플레이션은 왜 발생하는 걸까요?

학자들마다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일반적으로 국제 유가 가격 등의 수입 물가가 크게 오를 때 발생합니다. 수입 물가가 오르면 원자재 공급 측면에서 충격을 받아 기업들은 이익이 줄어들고, 손해를 보지 않기 위해 제품 값을 높이게 됩니다. 그러나 가격이 올라가면 소비자들은 수요를 줄이게 돼 결국 경기침체와 실업증가로 이어지죠.

 

 

역사적으로 대표적인 스태그플레이션은 1973년 10월 중동전쟁에 따른 1차 오일쇼크입니다. 당시 배럴당 3달러였던 원유가격이 3개월 만에 11.7달러로 4배 가까이 폭등한 사건인데요. 오일쇼크로 국제 원유값이 급등하자 석유를 사용하는 각종 상품과 서비스 가격이 덩달아 올랐습니다. 석유파동 직후인 74년 물가는 15%나 올랐죠. 석유값 급등으로 수익성이 나빠진 기업이 도산하자 실업자도 급격히 늘었습니다. 인플레이션 와중에 경기까지 나빠진 겁니다.

 

 

출처: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

 

수입 물가 상승 외에도 앞으로 물가가 계속 오를 것이란 낙관적인 전망도 스태그플레이션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물가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으로 기업들은 제품값을 인상하고, 노동자들도 물가가 상승한 만큼 임금 인상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경기는 지속적으로 좋을 수 없어 어느 순간 하락하게 되는데 물가 오름세 심리는 일정 기간 그대로 남게 마련인데요. 이 경우 물가가 오르면서 경기는 침체하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것이죠.

이러한 스태그플레이션은 올해 3분기에 성장 감속과 물가 부담이 동시에 나타날 것으로 보여 논쟁이 강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다행스럽게도 현 상황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연결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는데요. 스태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경기가 위축되었던 과거 사례와 달리 현재 국제유가 등의 원자재 가격은 낮은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코로나19가 경제활동에 미치는 민감도도 크게 감소했고, 델타 변이는 백신으로 통제 가능하며 사망률도 낮은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힙니다. 다만 스태그플레이션의 이상 징후가 포착되고 있는 만큼 물가·고용 등의 경제지표들을 참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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