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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보고서 기반의 전통 가치투자 지향

모뉴엘과 메이플세미컨덕터, 개똥회사 피하는 방법

2017/07/24 08:00AM

요약

 

 

20일 지면을 떠들썩하게 만든 회계분식 사건이 발생했다. 그래서 필자가 선정한 아티클의 주제는 다음과 같다.

 

개인투자자 재무제표를 통해 ‘개똥기업’ 피하는 법

 

 

사진출처 : patti09의 티스토리

주식시장에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3년 전 ‘모뉴엘’이라는 기업의 분식회계 스캔들에 대해 한번쯤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투자자들은 당시 사건에서 교훈을 얻어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게 되었을까??

 

시간을 3년전으로 되돌아가보자.

 

사진 출처 : 아주경제 기사

 

모뉴엘은 컴퓨터와 로봇청소기 등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자제품을 제작하여 판매하는 회사였다. 당사는 종합가전회사로 창사 10년만인 2013년에 연결 기준 매출 1조원과 영업이익 1,000억원을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렇게 잘나가는 회사가 2014년 10월에 법정관리를 신청하였고 결국 두 달 후에 파산에까지 이르렀다. 한국수출입은행이 뽑은 수출우량기업에 선정되고 빌 게이츠가 공개적으로 주목하고 있는 회사라고 언급했던 회사가 어떻게 이런 파국에 치닫게 되었을까

 

먼저 모뉴엘의 매출액을 함께 보자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2013년

매출액

739억

1637억

2952억

4600억

8251억

11,409억

 

침침했던 눈이 동그랗게 떠질 정도로 매출액 성장세가 눈에 띈다. 이렇게 무럭무럭 성장하는 회사의 실적을 보며 개인투자자는 알뜰살뜰 모은 돈을 투자했을 것이고 많은 은행들은 건실한 중견 수출업체에게 너나 할 것 없이 대출을 해주었다. 수년 동안 회계법인의 감사에 적정 의견을 받았고 무역보험공사에서 발행한 보험증권도 있는 회사라고 하니 얼마나 믿음직스러운가

 

지금까지 인내심 있게 글을 읽어 내려온 독자라면 슬슬 짜증이 날것이다.

 

‘정황상 의심할 여지도 없었는데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도대체 어쩌라고! 그럼 회사 공장에 가서 직접 제품 상자라도 다 까보랴?!!’

(실제로 카더라통신에 따르면 모뉴엘의 감사를 맡은 회계법인이 실사를 나가 제품 상자를 열어보았지만 모뉴엘이 이에 대비하여 쉽게 열어볼 수 있는 바깥쪽 상자에만 실제 제품을 넣어두었다는 썰이 있다....)

 

본인이 투자한 회사에 이러한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몇몇 투자자는 주식 투자에 회의감을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매출채권회전율과 현금흐름표만 제대로 볼 수 있다면 이런 개똥회사를 피할 수 있다.

 

매출채권회전율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구한다.

 

매출액을 매출채권의 평균(기초 매출채권잔액과 기말 매출채권잔액의 평균값)으로 나눔으로써 매출채권대비 매출액의 크기를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회사의 1년간의 영업활동이 현금(매출액)으로 어느정도 다시 유입되는지를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사업보고서에서 해당 수치를 찾아서 사칙연산을 하는 것은 어느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수치가 갖는 의미를 해석할 줄 아는게 가장 중요하다. 예를 들어 매출액이 고정인 상태에서 매출채권회전율이 떨어진다면 분모인 매출채권의 평균이 커진 것이다. 이는 두가지 시그널을 갖는다. 첫째는 채권의 회수가 늦어지는 상황을 암시한다. 물건을 만들어서 매출로 인식했지만 대가를 받지 못할 가능성(대손발생의 위험)이 증가한다. 둘째는 애초에 매출채권이 존재하지 않은 가공의 채권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대조양의 케이스가 이에 해당된다.

 

그렇다면 무조건 매출채권 회전율이 클수록 좋은 것이냐 그렇게 간단히 정리되면 좋겠건만, 그게 또 그렇지 않다. 매출액이 고정된 상태에서 매출채권회전율이 증가한다면 분모인 매출채권의 평균이 작아진 것이다. 두 가지 상황을 상상해볼 수 있다. 첫째로 회사가 신용정책을 굉장히 엄격히 관리해서 빨리 돈을 달라고 쪼는 상황이다. 독자님이 어떤 물건을 사고 후불로 갚기로 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매일 아침저녁으로 갚으라는 독촉 전화가 온다고 상상해보자. 아마 그 사람보다는 좀 더 피곤하게 하게 하지 않는 다른 사람을 찾을 것이다. 회사의 경영도 마찬가지이다. 믿을 만한 사업파트너임에도 불구하고 과도한 채권회수 정책은 미래 매출액 상승에 악영향만 미칠 뿐이다. 둘째로 채권을 과도하게 팩토링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 매출채권을 할인판매하여 바로 현금화 하는 것이다. 매출채권회전율은 좋을지라도 회사의 유동성이 한고비 한고비 겨우 넘기는 위험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그렇다면 매출채권회전율은 어느 정도가 적정 상태일까?

어떤 수치가 골든룰이라고 할 수 없다. 내가 분석하고자 하는 기업이 속한 산업에서 같은 섹터로 분류되는 다른 기업들의 수치를 구해서 대략적인 range를 구하는게 가장 좋다. 대략적인 range를 구하고 내가 분석하는 기업의 개별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이를 판단하는 것이다.

cf)분자인 매출액이 유량(flow)이기 때문에 이를 맞춰주기 위해 저량(stock)인 매출채권의 기초와 기말을 더해서 평균을 구해준다. 그런데 분모인 배출채권의 평균을 구할 때 기초와 기말의 평균을 일일이 구하는건 사실.. 많이… 귀찮다.. 편의상 그냥 기말 잔액을 사용해도 된다)

 

다음으로 현금흐름표를 알아보자.

현금흐름표는 회사가 일정 기간의 활동을 통해 발생한 현금의 변동 사항을 정리한 자료이다. 현금흐름표의 특징은 다른 재무제표와 다르게 발생주의가 아닌 현금주의를 따른다는 점이다. 실제로 현금이 회사에 유입 혹은 유출되지 않으면 금액을 적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항목은 크게 영업활동현금흐름(CFO), 투자활동현금흐름(CFI), 재무활동현금흐름(CFF)이 있다. 이번 글에서는 CFO와 CFF를 다루는데, CFO는 회사의 영업활동을 하는 데에 쓰인 현금 유출입을 나타내고 CFF는 재무활동에 하는 데에 쓰인 현금 유출입을 보여준다.

 

이젠 앞서 배운 내용을 적용해서 모뉴엘의 매출채권, 영업활동 현금흐름(CFO) 그리고 재무활동 현금흐름(CFF)을 살펴보고 이를 해석해보자

 

2008년

2009년

2010년

2011년

2012년

2013년

매출채권

197억

39억

135억

152억

292억

373억

매출채권   회전율

379%

4464%

2291%

1238%

1191%

1363%

CFO

(130억)

279억

(32억)

167억

143억

15억

CFF

148억

(122억)

116억

368억

330억

486억

 

매출액이 매년 1.5~2배씩 뛰는 회사라면 매출채권이 최소 비슷하게 증가하는 움직임이라도 보여야한다. 하지만 모뉴엘의 매출채권에는 이렇다할 큰 움직임이 없고 매출채권회전율도 그렇게 높지 않다. 슬슬 개똥의 구린내가 나기 시작한다. 창사 이래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삼성전자의 작년 매출채권회전율이 약 831%인 것을 감안해보면 모뉴엘의 수치는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젠 CFO와 CFF를 보자. 매출이 1조가 넘었는데 실제 회사에 들어온 돈은 15억 뿐이다. 1조를 버는 회사가 당장 나가야할 돈도 지불하지 못할 형국이다. 그리고 2010년 이후 CFF는 양의 값을 갖는다. 단기차입금, 회사채 등을 통해 현금이 회사로 들어온다는 말인데, 아마 회사가 돈을 벌지 못하니 남의 돈 차입해와서 급하게 줘야할 돈 주고 호의호식 했던 것같다.

 

 관련 주석을 같이 살펴보자.

 

출처 : 2013년 모뉴엘 감사보고서

매출액이 1조를 갓 넘긴 회사가 1조짜리 매출채권을 들고 있었다. 모뉴엘은 속이 빈 깡통이었던 것이다.

 

 

과연 수출보험공사, 은행, 회계 법인이 이를 몰랐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읍읍…….

 

관세청 조사결과에 따르면 모뉴엘은 제품을 수출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며 허위 수출채권을 만들었고 이를 담보로 시중 은행에 5년동안 3조 2000억원을 대출받았다고 한다. 수출환어음을 팩토링해서 돈을 받고 결제 만기가 돌아오면 새로운 매출채권을 만들어 대출을 받아 돌려막기를 했다고 한다. 사장이란 양반은 사기대출금을 이용해서 주식과 연예기획사 투자, 도박, 로비활동에 사용했다고하니…. 너무 구린내가 나는 스토리이다.

 

이제 다시 현재로 되돌아오자. 모뉴엘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우리는 개똥회사를 피할 수 있게 되었을까?!

 

출처 : 매일경제 MK뉴스

반도체 제조기업 메이플세미컨덕터는 불량 싸구려 제품을 비싼 가격으로 홍콩의 페이퍼컴퍼니에 판매하고 국내의 다른 업체가 이를 다시 수입해주는 방식으로 실적을 조작했다. 실적을 조작하여 만든 매출채권을 담보로 약 1370억원을 대출했다고 한다. 모뉴엘은 돌려막기하는 수법을 사용했다면 메이플세미컨덕터는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쿠션을 한번 쳐줬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매출채권을 가지고 장난질 했다는 점은 비슷하다. 앞서 배운 내용을 위의 사례에 적용해보자.

 

 

2012년

2013년

2014년

2015년

2016년

매출액

210억

320억

430억

590억

710억

매출채권

57억

89억

91억

105억

258억

매출채권

회전율

379%

355%

473%

562%

277%

CFO

(2억)

(6억)

46억

52억

(80억)

CFF

74억

84억

97억

226억

172억

 

표를 읽으며 이미 독자님들은 구린내를 직감했을 것이다. 메이플세미컨덕터의 경우는 매출채권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수법을 사용했기 때문에 모뉴엘의 경우처럼 매출채권회전율이 높게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2012년에 비해 매출액이 3배 넘게 성장했음에도 2016년의 매출채권회전율은 오히려 더 작은 수치이다. 매출채권이 회수되지 않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현금흐름표를 함께 보면 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CFO는 매출액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결국 마이너스로 전환됐고 동시에 꾸준히 돈을 빌려와서 CFF는 양의 값을 유지했다. 모뉴엘과 판박이이다.

 

글을 정리하면서

이번 아티클을 통해 시간은 다르지만 비슷한 사기수법을 사용한 모뉴엘과 메이플세미컨덕터의 사례를 보여드렸다.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재무제표에서 매출채권회전율을 구하고 현금흐름표를 참고하여 투자하기 위험한 회사임 가늠할 수 있었다. 필자는 미래에도 이와 비슷한 회계분식 사건은 분명히 다시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다시 제3, 제4의 모뉴엘 사태는 일어날 것이고 투자자들은 피눈물을 흘릴 것이다. 이 글을 통해 우리 증플 독자들은 개똥회사를 피할 수 있게 되었기를 바란다. 두배, 세배 갈 멋진 종목을 찾으려는 투자자의 욕심은 끝이 없지만 같은 실수는 반복하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하며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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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kdsk
2017/07/25 12:57 AM

감사합니다.

부파만지파참
2017/08/07 08:38 AM

감사합니다^^

tys30
2017/10/13 08:08 AM

다른글 보기하고 현대백화점 분석 봐봐라
하나도 안맞는다

LEE D.G
2022/10/30 12:19 PM

D.G2022/10/30 12:18 PM
음...불량싸구려 웨이퍼를 수출했다가 그 수출한 웨이퍼를 다시 수입했습니다. 그러니까 자기들이 수출한 웨이퍼를 다시 매수한겁니다
.대단한 사기꾼들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