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현

매크로분석

거시경제분석 기초 ④ - 전세계 무역 흐름 현황을 파악하는 방법

2017/05/11 08:52AM

요약

지난글 '거시경제분석 기초 ③ - 세계경제의 카나리아, 한국 수출입 통계'를 통해서, 한국 수출입 통계의 중요성 및 보는 법을 알 수 있었습니다. 다시 반복하자면, 한국 수출입 통계는 (비록 잠정치이긴 하지만) 가장 빨리 발표된다는 점에서 세계경제 현황을 알려주는 '카나리아'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이 세계 supply-chain에서 중심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도 통계의 유용성을 높여주죠.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한국의 수출입 통계만 살펴보고 세계경제를 진단하기에는 무언가 부족합니다. 한국의 수출입 통계는 일종의 indicator 역할을 할 지는 몰라도, 세계경제를 좌지우지 하는 변수가 아니기 때문이죠. 한국의 수출입이 증가한다고 해서 세계경제가 회복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세계경제 흐름에 한국의 수출입이 좌우 됩니다. 

따라서, 투자자들은 '한국 수출입을 좌우하는 변수'를 살펴보고 싶어할 겁니다. 그 변수로는 미국경제, 중국경제, 일본경제, 유로존경제 등등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오늘은 '세계무역 흐름을 살펴보는 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 왜 세계무역 흐름을 따로 살펴봐야 하나?

한국 수출입을 좌우하는 변수로 세계무역 흐름을 살펴보는 건 언뜻 이상해보일 수 있습니다. 세계무역 흐름이란 결국 여러 국가의 무역현황이 집계된 변수인데, 그것을 역이용해서 한국 수출입을 좌우하는 변수로 삼기 때문이죠. 그러나 한국의 무역은 세계의 무역구조 안에서 영향을 받기 때문에 전세계 무역흐름 현황을 파악하는 건 꼭 필요한 일입니다.

세계무역 흐름이 한국 수출입을 좌우한 사례로는 서로 상반된 2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첫째는 2000년 초중반, 중국의 부상에 따른 세계 교역량 증가 시기 입니다. 둘째는 2010년 이후 세계 교역량 둔화(global trade slowdown) 입니다.  

윗그림은 2000년 이후 세계 교역량(volume) 추이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세계 교역량은 2000-2008년 사이 약 60% 증가했는데, 이는 중국이 세계 무역구조 참여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2002년 WTO 체제에 들어온 중국은 이후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기록해 나갔고, 그 영향으로 세계 교역량 또한 증가했습니다(중국을 포함한 Emerging Asia의 교역량은 동기간 121% 증가).

이 기간 한국의 수출입 물량 또한 크게 늘었습니다. 한국은행 보도자료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 통계를 살펴보면, 2000-2008년 한국의 수출물량지수 증가율(YoY)은 일반적으로 10%~30%를 오갔습니다. 2004년 2월에는 최고 35.7%를 기록했죠. 

이렇게 폭발적으로 늘어나던 세계 교역량은 2008년을 기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윗그림에서 2008년 이후를 살펴보면, 금융위기 여파로 크게 줄었다가 다시 증가하고 있음에도, 증가율은 이전만 못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이유를 둘러싸고 경제학자들 간에 여러 의견이 제시되고 있지만, 모두들 공통적으로 '세계교역량 둔화'(global trade slowdown)을 언급하고 있죠. 

한국도 마찬가지로 2008년 이후 수출물량 증가율 둔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2008년 이후 한국 수출물량지수 증가율(YoY)은 10%를 넘기가 힘든 실정입니다. 

이런 이유로 인해, 한국 수출입 통계를 좌우하는 변수로 세계무역 흐름을 챙겨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 세계무역 흐름을 알기 위해서는 어떤 통계를 봐야하나?

자, 그렇다면 세계무역 흐름을 챙겨보기 위해서 어떤 통계를 봐야 할까요? 

<네덜란드 CPB World Trade Monitor 홈페이지>

첫째로는 네덜란드 CPB World Trade Monitor 에서 발표하는 '세계무역량 지수'(trade volume index)가 있습니다. 앞선 그래프의 데이터 출처가 바로 이곳이죠. (사이트 : https://www.cpb.nl/en/worldtrademonitor)

네덜란드는 유럽 무역의 중심지로서, 타대륙의 물품이 네덜란드를 경유해서 유럽대륙으로 전달되고 있습니다. 한국의 대독일, 대영국, 대프랑스 수출비중이 각각 1.3%, 1.2%, 0.5%인데, 대네덜란드 수출비중은 1.0% 입니다. 네덜란드 경제 크기를 고려하면, 한국의 수출품목이 네덜란드를 경유해서 유럽으로 전달되고 있다고 볼 수 있죠.  

네덜란드 CPB는 매달 25일 부근 2개월전 통계치를 발표합니다. 예를 들어, 4월 25일에 2월달 세계무역량을 발표하죠. 이 지수는 2010년을 100으로 하여 2000년 1월부터 나타나 있습니다. 또한, 전세계 총 무역량 뿐 아니라 선진국 / 신흥국 / 미국 / 일본 / 유로존 / 신흥아시아 / 동유럽 / 라틴 / 아프리카, 중동 등등 대륙별 통계도 제공합니다. 무역량(volume) 뿐 아니라 무역물가(price)도 제공하기 때문에, 현재 세계무역 현황에 대해서 알기 쉽습니다.  

 

<출처 : IMF DOTS 홈페이지>

둘째로는 IMF 세계경제전망 데이터베이스(IMF World Economic Outlook Database) 가 있습니다. (사이트 : http://www.imf.org/external/ns/cs.aspx?id=28)

IMF 데이터베이스는 세계 수출입 교역량의 % 증가율을 보여줍니다. 단, 앞선 네덜란드 CPB는 '상품'(goods) 교역만을 다루었으나, IMF 데이터베이스는 '서비스'(services) 교역 증가율도 보여줍니다.

좀 더 구체적인 세계교역현황을 보고싶으면, IMF 교역 통계(IMF Direction of Trade Statistics, IMF DOTS)가 있습니다. (사이트 : http://data.imf.org/?sk=9D6028D4-F14A-464C-A2F2-59B2CD424B85&sId=1390030109571

이 통계는 국가별 수출입 금액(value)을 월/분기/년 단위로 보여줍니다. 2016년 기준 가장 많은 수출금액을 기록한 국가는 중국으로 약 2.1조 달러를 기록했네요. 수입금액이 가장 큰 국가는 미국으로 약 2.2조 달러를 나타냈습니다.

 

<출처 : UN Comtrade Database 홈페이지>

세번째로는 UN 무역통계 데이터베이스 (UN Comtrade Database)가 있습니다. (사이트 : https://comtrade.un.org/)

이곳은 앞서 소개한 세 곳보다도 더욱 더 상세한 데이터를 제공합니다. 바로, 품목분류에 따른 국가별 수출입 규모를 제공하죠. HS코드, SITC코드, BEC코드 등에 따른 세부품목별 수출입 규모를 제공하는데, 이를 잘 활용하면 '완성품' / '중간재' / '기초원료' 등의 수출입현황을 볼 수 있습니다.

 

중국의 기술품질별 대미국 수출 비중 <출처 : OECD STAN 데이터베이스 이용하여 가공>

네번째로는 OECD STAN 데이터베이스 (OECD Stuructural Analysis Database, STAN) 가 있습니다. (사이트 : http://stats.oecd.org/)  

이 통계는 UN 무역통계 데이터베이스와 유사합니다. 품목분류 및 사용용도별 수출입 규모 를 보여주죠. 여기서 이 통계가 좋은 점은 '기술 품질 분류별 수출입 규모'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ICT 같은 기술기반 산업에서, High-Tech / Medium-Tech / Low-Tech 등 품질(quality)에 따른 수출입 규모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윗그림은 중국의 기술품질별 대미국 수출 비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바로, OECD STAN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하여 제가 가공한 겁니다. 1992년 중국은 주로 저기술 상품을 미국에 수출했으나, 2015년에는 고기술 상품 수출비중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중국의 경제발전을 보여주는 그래프이죠.

 

※ 통계들 좋은데.... 이걸 어떻게 다 챙겨보나?

이 글을 읽으신 독자분들은 이런 생각을 하실지 모릅니다. "그래.. 소개해준건 좋은데.. 내가 이걸 어떻게 하나하나 다 챙겨보나?" 라고 말이죠. 

맞습니다. 네덜란드 CPB 등은 쉽게 볼 수 있으나, UN Comtrade나 OECD STAN 데이터 등을 하나하나 쪼개서 보기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걱정마십시오. 앞으로 증권 플러스 인사이트를 통해, 제가 이 통계의 유의미한 변화가 있을때마다 짚어줄 것이며, 또 최근 세계무역 흐름에 관한 함의(implication) 등을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특히, 최근의 '세계 교역량 둔화 현상'을 둘러싼 경제학계내의 논쟁 / 사드배치로 인한 중국과의 갈등이 무역에 미치는 영향 등등 주요 무역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이렇게 재미없는 글이 아닌) 함의와 통찰을 전해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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