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학(증플캠퍼스 강사)
사업보고서, 공시, 재무제표 기반의 투자 포인트 찾기
[사업보고서 읽기] 환율 강세 수혜주 찾기
2015/09/09 03:15PM
요약
- 수출 비중이 높다고 모두 환율 강세 수혜주는 아니다
- 직 수출 vs 로컬 수출
- 순수출 금액을 통해 환율 민감도를 알아보자
- 결제통화를 확인하는 방법은?
'달러 엑소더스'
최근 주식시장의 가장 큰 화두입니다.
올해 초 달러 당 1100원 내외를 기록했던 원화 환율은 지난 7월부터 꾸준히 오르더니, 급기야 1200원 선에 안착했습니다. 글로벌 마켓의 불확실성이 증폭된 가운데 외국인들이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돈을 빼간 영향입니다. 돈을 빼갈 때 외국인은 자국 통화(주로 달러)로 환전해 갑니다. 이 과정에서 달러가 빠져나가 달러 엑소더스(탈출)이라고 합니다. 외국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전일까지 무려 24일 연속 순매도 행진을 지속했습니다. 수급 부진으로 국내 증시도 맥을 못 추는 상황입니다.
다만 이런 현상이 시장 참여자 모두에게 부정적이진 않습니다. 수급은 몰라도 수출을 많이 하는 우량기업에겐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출기업은 환율 상승의 수혜주라고 합니다. ①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환산한 수출 단가가 올라가며, ②글로벌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력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원/달러 수혜주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요. 투자자의 보물창고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수출, 수입에 따른 환율 강세 수혜 여부를 판단할 수 있습니다.
1단계: 로컬 수출 VS 직 수출
사업보고서 'Ⅱ. 사업의 내용 > 5. 매출에 관한 사항 > 가. 사업부문별 매출액'에 사업부문별 내수, 수출 금액에 대한 사항이 기록돼 있습니다. 아래 표는 치과용 디지털 엑스레이 기기 제조업체 바텍의 내역입니다.
반기 수출금액이 730억원, 국내가 302억원으로 수출 비중이 70%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상당한 수출 비중 덕에 대번에 환율 상승 수혜주는 아닐까?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만, 수출 비중이 높다고 무턱대고 ‘환율이 오르면 좋다’라고 판단할 순 없습니다. 이는 수출에도 종류가 있기 때문입니다.
어떤 기업은 에이전트를 통하거나, 해외 고객사에게 직접 수출을 합니다. 이를 직 수출이라고 합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수출의 형태죠. 반면 또 다른 기업은 국내 대형 고객사에 먼저 제품을 공급한 후, 해당 제품의 모듈화 과정을 거쳐 해외로 수출됩니다. 즉 고객사가 수출용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해당 기업의 자재를 사용하는 것이고, 이것이 수출되는 것입니다. 사실 형태를 놓고 보면 수출이라 단정 짓기 애매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란 수출 장려 차원에서 로컬수출도 수출로 인정해줍니다.
직 수출과 로컬 수출의 가장 큰 차이점은 결제 통화입니다. 직 수출은 해외 고객사에 직접 수출하기 때문에 결제 통화가 외화입니다. 반면 로컬 수출은 국내 고객사에 먼저 납품되기 때문에 원화로 결제가 이뤄집니다. 즉 로컬 수출은 금액이 아무리 크더라고 환율과는 무관합니다.
로컬 수출은 주로 대형 고객사를 둔 자동차 부품주나 IT 관련 부품주가 많습니다. 다음은 자동차 부품주 세종공업의 ‘판매경로 및 판매방법 등’에 수록된 정보입니다.
Ⅱ. 사업의 내용 > 5. 매출 > 나. 판매경로 및 판매방법 등
판매경로 중 수출 내역을 보면, 로컬 수출에 대한 정보가 나와 있습니다.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현대자동차를 통해 수출되는 형태입니다. 때문에 세종공업의 환율 효과를 따져볼 때 로컬수출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 꼭 확인해봐야 합니다.
바텍의 경우, 대부분 직접 수출하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판매방법 및 조건’을 보면 자회사 바텍글로벌을 통해 대륙별, 국가별로 판매하거나, 해외 대리점에 직접 수출하는 형태입니다. 로컬수출에 대한 정보는 찾아볼 수 없네요.
Ⅱ. 사업의 내용 > 5. 매출에 관한 사항 > 다. 판매방법 및 조건
2단계: 순수출로 환율에 대한 민감도를 알아보자
다음으론 순수출 금액을 계산합니다. 순수출이란 '수출금액에서 수입금액을 뺀 것'으로 해당 기업의 환율 민감도를 나타냅니다. 가량 수출 금액이 500억원인 기업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기업은 600억원어치의 원재료를 해외에서 수입합니다. 해당 기업의 순수출 금액은 -100억원입니다. 즉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가 올라가는 것보다 수입 단가가 상승하는 효과가 더 커 오히려 손해를 보는 구조입니다. 때문에 수출과 더불어 수입금액 역시 어느 정도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Ⅱ. 사업의 내용 > 3. 주요 원재료 등에 관한 사항 > 가. 매입현황
올해 반기 바텍은 원재료의 85.7%를 국내에서, 14.3%를 해외에서 수입했습니다. 수입금액은 92억원입니다. 순수출금액을 계산하면 639억원(731 - 92)입니다. 반기 매출 1033억원에 62%를 차지하는 수준입니다.
한편 사업보고서 원재료 사항에 정확한 수입금액과 국내 원재료 매입금액이 기재돼 있는 것은 드문 케이스입니다. 대부분 비고에 ‘국내’, ‘수입’ 정도만 분류해 놓고 있습니다. 정확한 국내, 수입 원재료 비중을 알고 싶다면 주식 담당자와 통화해야합니다.
3단계: 결제통화 확인
마지막으로 점검해야할 부분은 결제 통화입니다. 250개가 넘는 나라에 사용하는 통화도 가지각색입니다. 때문에 수출 시 어떤 통화로 결제가 이뤄지는 지 알아봐야 합니다.
Ⅱ. 사업의 내용 > 5. 매출에 관한 사항 > 나. 지역별 매출액
사업보고서를 보면 바텍의 수출 지역은 아시아, 유럽, 북아메리카, 중동,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로 구분됩니다. 그리고 각각의 매출 비중도 나와 있네요. 그럼 결제통화 역시 기재된 나라와 각각의 비중만큼으로 가정하고 계산해도 될까요?
국제 거래 시 금융거래 또는 물품결제의 중심이 되는 통화가 있습니다. 바로 기축통화(Key Currency)라고 하죠. 지구상에는 250개국 이상의 국가가 존재하는데, 무역 시 전부 해당 국가의 통화로 결제를 하지 않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상당히 번거롭게 되죠. 때문에 대표적인 기축통화인 달러, 유료, 파운드, 엔화 등을 사용합니다.
바텍 역시 대부분의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기축통화 비중이 높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좀 더 정확히 어떤 결제 통화가 사용되고 비중은 얼마 만큼인지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Ⅱ. 사업의 내용 > 7. 위험관리 > (1) 외환위험' 경로로 접근하면 바텍의 외화자산과 외화부채 내역이 기재돼 있습니다. 바텍의 외화자산의 원화환산금액은 총 800억원입니다. 전체 자산 2581억원의 31%입니다. 국내 기업이 왜 이렇게 외화자산 비중이 큰 것일까요. 간단합니다. 바로 직 수출을 많이 하는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외화자산의 대부분은 매출채권으로 추정됩니다. 제품을 판매하고 일정기간 후 돈을 받기로 한 증서가 매출채권입니다.
외화자산의 원화환산금액 중 가장 많은 통화가 바로 달러와 유료입니다. 전체 외화자산 중 달러 자산은 40%, 유료 자산은 38%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수출 통화의 대부분은 달러, 유로인 셈입니다. 그렇다면 바텍의 환율 강세 수혜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선 원/달러 환율과, 원/유로 환율 추이를 살펴봐야겠지요.
원/달러와 마찬가지로 유료 역시 원화 대비 가파른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하반기 바텍의 환율 강세 수혜 여부가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다소 복잡한 프로세스였지만, 해당 정보는 모두 사업보고서만을 가지고 도출한 결론입니다. 환율 강세가 트렌드로 자리 잡은 지금, 사업보고서를 통해 환율 강세 수혜주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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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멋진 해설 감사합니다
굿굿 귀에쏙쏙들어옵니다
잘보고 갑니다 :D
(--)(__) 감사합니다 ~
사업보고서, 정말 제가 생각하는거 외로 많은 정보들이 있고,
어떻게 보는냐에 따라서 주옥 같은 정보가 되는 군요.
이해하기 쉬운 시원시원한 글 감사합니다.
정말 도움되는 글 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