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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의 맥] 사장님보다 싸게 살만한가 – 삼영엠텍

2015/04/22 08:51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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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영엠텍
요약

가치투자자라면 '안전마진'이란 단어를 한 번 즘은 들어 봤을 것입니다. 안전마진은 기업의 본질적 가치와 현재 주가와의 괴리를 의미합니다. 한 마디로 해당 기업의 주식을 가치 대비 얼마나 싸게 샀느냐가 바로 안전마진인데요.

쉽게 설명해보겠습니다. 가령 한 사람이 10만원짜리 지갑을 샀습니다. 샀을 당시엔 몰랐는데, 집에 돌아와 지갑을 열어보니 무려 현금 5만원이 들어 있는 것입니다! (상당히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이 경우 그 사람은 정가보다 5만원 저렴하게 지갑을 구입한 셈이 됩니다. 여기서 바로 5만원의 안전마진이 발생한 것입니다.

안전마진의 개념을 좀 더 확대시켜보겠습니다. 투자자들과 아이디어를 나누다 보면, 간혹 한 종목에 꽂힐 때가 있습니다. 그리고 각자 그 종목을 얼마에 살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죠. 그러다 먼저 한 사람이 1만원에 샀는데, 주가가 더 떨어져 나는 9000원에 사게 됐습니다. 먼저 주식을 산 사람은 배가 아프겠지만, 나는 더 싸게 사서 기쁩니다. 적어도 그 사람에 비해선 1000원의 안전마진을 안고 가는 셈이니까요.

실제로 투자를 하다보면, ‘네가 그 가격에 샀어? 그럼 난 더 싸게 사야지 ㅋ’ 하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나보다 높은 값을 지불하고 산 사람이 해당 종목에 대해 잘 알고 있고, 투자 실력이 좋을수록 안전마진에 대한 신뢰도 깊어집니다. 

공시를 잘 살펴보면, 이와 같은 안전마진의 기회를 심심찮게 찾아낼 수 있습니다. 선박 기자재 업체 삼영엠텍(054540)이 바로 그 경우입니다.

사건의 발단: 전 최대주주 별세로 최대주주 변경

지난해 6월 삼영엠텍은 고(姑) 최우식 전 대표이사의 별세로 부인인 용혜경 씨가 경영권을 넘겨받게 됩니다. 당시 용 씨는 10.63%를 상속받으며, 최대주주로 올라섭니다. 그런데 실제 회사 경영을 이끄는 사람들은 오랜 기간 삼영엠텍에서 일해온 임원진이었습니다. 때문에 용 씨가 최대주주로 올라 선 것에 대해서 논란이 있었습니다.

지난해 12월, 마침내 논란의 종지부를 찍는 거래가 일어났습니다. 용 씨 및 특수관계인이 삼영엠텍 임원진에게 지분을 넘기며 경영권을 양도하기로 한 것입니다. 이번 거래로 넘겨준 주식은 100만주(7.6%)입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인수가격입니다.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 체결 공시를 보면, 용 씨가 현 경영진인 강문식, 전창옥 씨에게 넘긴 가격은 주당 5000원입니다. 당시 주가가 3000원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프리미엄(+60~70%)이 반영된 것입니다.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삼영엠텍 측은 ‘최대주주 지위를 인정해드리기 위해 시가보다 좀 더 높은 가격을 책정했다’고 밝혔습니다.

포인트 1. Big bath 가능성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삼영엠텍의 ‘Big bath’ 가능성입니다. Big bath를 직역하면 ‘목욕을 해서 싰어 낸다’ 정도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경제, 경영 분야에선 경영진 교체시기에 과거 부실요소를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이익 규모를 적나라게 드러내는 것을 뜻합니다. 회사의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그간 골칫거리였던 미수금, 대여금, 부실채권 등을 다 털어 버리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새출발하는 것이죠.

지난해 삼영엠텍의 재무제표를 보면 Big bath의 증거를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대손상각비입니다. 지난해 삼영엠텍은 영업외 부문에서 대손상각비 9억원을 인식했습니다. 장기대여금에서 5억원, 보증금에서 4억원가량입니다. 삼영엠텍이 영업외 부문에서 수억원 단위의 대손상각비를 인식한 것은 지난 2009년 이후로 처음입니다. 당시 대손상각비도 2억원으로 2014년과 비교하면 미미합니다. 오랫동안 잠재돼 있던 부실을 한꺼번에 털어 낸 것으로 판단되는 이유입니다. 

두 번째는 영업비용입니다. 지난해 삼영엠텍의 매출원가율은 유독 높았습니다. 매출액이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이보다 특정비용의 증가가 더 큰 원인입니다. 사업보고서 주석에 나와 있는 비용의 성격별 분류를 보면, 기타비용의 증가가 눈에 띕니다. 지난해 기타비용은 168억원으로 전년 대비 47% 늘었습니다. 다른 비용은 매출액 감소에 따라 함께 줄었는데도 말입니다.

매출액 대비 비중을 보면, 기타비용의 증가를 좀 더 확실히 체감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매출액 대비 기타비용 비중은 19%로 2013년 12%에서 7%p 올랐습니다. 기타비용 비중이 2013년 수준만 기록했어도, 지난해 삼영엠텍의 영업이익률은 7%나 상승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해 삼영엠텍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률은 0.3%입니다.)

포인트 2. 중국 사업의 결실

삼영엠텍의 중국 사업도 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삼영엠텍은 연결 대상 종속회사 총 4곳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있는 ‘대련삼영두산금속제품유한공사’(이하 대련삼영)를 제외하면 다 국내 자회사입니다. 자산총액 비중을 보면, 삼영대련이 491억원으로 전체 종속회사 자산의 8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간 대련삼영은 매출액에 비해 의미 있는 이익 규모를 내지 못했습니다.  2011년 대련삼영의 매출액이 442억원을 기록했을 당시, 순이익은 3억9000만원에 불과합니다. 이후 매출액이 감소하면서 급기야 2012년엔 순이익이 49억5000만원 적자를 내기도 했죠.

하지만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증가하면서 이익이 크게 턴했습니다. 지난해 대련삼영의 순이익은 13억5000만원으로 흑자 전환했습니다. 일회성 이익이 아니라는 증거는 삼영엠텍의 연결 영업이익과 별도 영업이익을 비교하면 확인이 가능합니다.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은 29억원, 개별 영업이익은 2억원입니다. 즉 러프하게 27억원의 차이를 자회사에서 벌어들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내부거래, 미실현손익 고려 안함) 국내 법인의 이익규모는 미미하므로, 대부분 대련삼영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이 가능합니다.

정리: 사장님보다 싸게 살만한가

위의 팩트들을 종합해 보면, 올해 삼영엠텍의 이익은 턴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이쯤에서 다시 기존 경영진들이 용 씨로부터 넘겨 받은 주식의 가격을 짚어 봅니다. 당시 주가 대비 60~70%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라 말했습니다. 그런데 이 가격이 과연 비싸다고만 볼 수 있을까요

삼영엠텍의 지난해 말 BPS는 5395원입니다. 프리미엄을 붙였다고 하지만, 사실 경영진들은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주식을 장부가치보다 싸게 매입한 것입니다.

아무튼 현재 삼영엠텍의 주가는 4000원내외로 현재 경영진이 매입한 가격보다 20% 낮습니다. 현재 삼영엠텍의 PBR은 0.75배에 불과합니다.

한계점: 전방산업인 조선업의 장기 불황

아쉬운 점은 현재 삼영엠텍의 영업환경이 썩 좋지 못하다는 것입니다. 최근 조선주 주가가 반등하고 있지만, 최악의 상황이 지났다는 것이지 업황이 좋아서 매수세가 몰리는 것은 아닙니다. 실제 삼영엠텍의 수주잔고는 최근 분기까지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삼영엠텍이 본격적으로 재평가 받는 데에 있어서 부진한 영업환경은 늘 저항선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삼영엠텍은 신제품을 통해 외형 성장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지난 3월엔 미국 ANDRITZ사와 43억원 규모의 소수력 발전 부품 계약을 맺었습니다. 삼영엠텍은 소수력 발전 기자재 사업에서 운영사업까지 영역을 넓힌다는 계획입니다.

최근엔 증권가에서 실적 전망을 담은 보고서도 나오는군요. 사장님이 경영권을 넘겨 받으며 지불한 값보다 싼 현재 주가가 과연 합당한지,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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