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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YG 투자가 삼성의 장비주 투자와 다른 이유

2017/03/22 07:54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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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지엔터테인먼트, YG PLUS, NAVER
요약

최근 주식시장의 화제는 네이버의 와이지엔터 투자입니다. 이 덕에 사드로 짓눌려 있던 와이지엔터의 주가가 모처럼 만에 크게 반등했습니다. 와이지엔터의 자회사 YG PLUS 역시 급등했습니다.

네이버는 와이지엔터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투자했습니다. 아래는 와이지엔터가 지난 17일 공시한 유상증자 공시 본문입니다. 

유상증자 공시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5. 증자방식입니다. 누구한테 돈을 받느냐가 핵심입니다. 제3자배정으로 돼 있는 것으로 보아 특정인을 대상으로 추진하는 유상증자임이 틀림없습니다. 제3자가 누구인지 바로 확인합니다. 

제3자 배정대상자는 바로 네이버입니다. 즉 네이버가 와이지엔터에 투자한 것이죠. 그것도 500억씩이나 말입니다. 1. 신주의 종류와 수는 166만1130주입니다. 와이지엔터 발행주식수 1652만4579주의 10.0%입니다. 현재 최대주주인 양현석 대표의 지분율은 17.62%입니다. 유상증자가 완료되면 네이버는 와이지엔터의 지분 9.13%를 보유해 2대주주로 올라서게 됩니다. 

 

5년 전 삼성디스플레이의 장비주 투자와 닮은 꼴

5년 전 이와 비슷한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났습니다. 바로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의 OLED 장비주 투자입니다. 당시 OLED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는 시기였습니다.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OLED 패널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선보이면서 관련 투자 역시 줄을 이었습니다. 

이때 삼성디스플레이가 추진했던 것이 지분 투자입니다. 유망한 협력사의 지분을 보유해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기술유출 등을 방지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당시 AP시스템, 테라세미콘, 에스엔유 등이 삼성디스플레이의 선택을 받았단 이유로 주가가 크게 부각됐습니다. 

지분투자 방법: 유상증자 VS 전환사채

당시 삼성디스플레이가 이용했던 지분 투자의 방법은 전환사채 투자입니다. 장비주가 삼성디스플레이를 대상으로 사모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방식입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AP시스템은 275억원, 테라세미콘은 294억원, 에스엔유는 152억원 가량을 각각 투자 받았습니다. 지분율로 치면 적게는 5%에서 많게는 10%를 넘었습니다. 만약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기만 한다면 삼성디스플레이가 장비업체들의 주요주주 내지는 2대주주가 되는 것이었습니다. 

< 삼성디스플레이의 장비주 전환사채 투자내역 >

문제는 어디까지나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는 가정입니다. 삼성디스플레이 입장에선 주식으로 전환할 수도 있지만, 만기에 사채의 원금과 이자를 받고 끝낼 수도 있습니다. 시나리오가 후자로 진행된다면 그냥 돈을 빌려주는 것에 지나지 않은 것입니다. 

실제 AP시스템, 에스엔유, 테라세미콘 중에서 삼성디스플레이가 전량 주식으로 바꿔 지분을 보유한 업체는 테라세미콘뿐입니다. AP시스템, 에스엔유는 사채를 만기까지 보유해 원금과 이자를 받고 지분 관계를 정리했습니다. 

특히 에스엔유는 삼성디스플레이에 OLED 봉지 핵심 장비를 납품하다가 삼성디스플레이가 적용 기술을 변경하면서 닭 좆던 개 신세가 됐습니다. 이후 경영환경 악화로 결국 에스에프에이에 인수되고 맙니다. 

삼성은 협력사들을 관리하는 방식이 철저합니다. 적어도 두 곳 이상의 벤더를 둬 단가 경쟁을 시키면서 최대한 낮은 가격에 원재료를 조달합니다. 그리고 기술 변화에 따라 언제든지 기존의 협력사를 바꾸는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철저한 비즈니스 관계가 지금의 삼성을 있게 한 원동력일지도 모릅니다. 

지분 투자의 방법으로 전환사채를 택한 것도 이러한 배경 때문으로 해석됩니다. 전환사채는 아니다 싶으면 주식으로 바꾸지 않으면 그만이니까요. 

 

와이지와 진심 협력하고자 하는 네이버 

반면 네이버는 와이지엔터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유상증자를 선택했습니다. 유상증자는 전환사채와 달리 엑시트하기가 어렵습니다. 무조건 누구에게 팔지 않으면 안됩니다. 게다가 10%에 육박하는 지분을 넘기긴 더더욱 어렵습니다. 네이버는 와이지엔터와 어디 한 번 제대로 협력해보자!라는 메시지를 던진 셈입니다. 

네이버의 해외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지역이 바로 동남아입니다. 동남아는 사드 이슈로 사그라진 중국의 최고 대안으로 떠오르는 시장이며 만만치 않은 한류 열풍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와이지엔터와 네이버의 시너지가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한편 유상증자 발행가액도 상당한 의미를 줍니다. 와이지엔터의 유증 발행가액은 3만100원으로 기준주가에 10% 할증한 수준입니다. 일반적으로 유상증자 발행가액이 기준주가를 할인해 책정하는 것을 감안하면 네이버가 그만큼 와이지엔터와의 협력관계를 바랬던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엔터주 주가가 바닥권인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업황도 부정적입니다. 과연 와이지엔터는 네이버의 지원을 받아 글로벌 시장에서 제2의 한류 열풍을 불러올 수 있을까요? 네이버의 선택 역시 옳은 것인지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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