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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고속, 대주주 증여세 마련 시나리오 점검

2017/03/07 08:03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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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고속
요약

지난 번 천일고속의 유형자산양도 공시가 재무구조 개선이 아닌, 오너일가의 증여세 마련에서 실시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공시 본문의 거래대금지급 세부사항을 보면 유형자산 양도로 언제 얼마가 들어오는 지 상세히 기술돼 있습니다. 계약금 20억원은 3월 2일 이미 지급받았으며, 중도금 40억원은 4월 23일, 마지막 잔금 302억원은 5월 16일 최종 들어옵니다. 

세금을 제외하면 약 300억원 정도가 실제 유입되는 현금일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해당 금액은 증여세 마련에 충분한 금액일까요?

추가 납부해야 할 금액은?

전편에서 천일고속 오너일가의 증여세 부담액은 약 400억원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세금을 납부하기 위해 지난해 3차례 배당금을 책정했습니다. 배당총액은 128억원입니다.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85.75%이니 대주주 주머니 속으로 들어오는 배당금은 110억원입니다. 

하지만 배당소득세 또한 고려해주어야 합니다. 천일고속은 고배당기업으로 분류, 배당소득세에 대한 분리과세를 적용 받습니다. (원래 배당소득 등 금융소득이 2000만원 이상이면 조합소득으로 분류해 과세하지만, 고배당 기업의 경우 분리과세를 적용합니다.) 대주주의 경우 25%의 분리과세가 적용됩니다. 이를 반영한 실제 수령액은 82억6000만원이 됩니다.   

< 지난해 배당금 중 대주주에게 귀속되는 금액 >

여기에 받은 급여도 세금을 내는 데 일부 사용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재미 있는 점은 최근 박도현 부사장의 연봉이 계속해서 상승했다는 점인데요. 2013년 5.6억원에서 2015년 7.8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같은 기간 등기이사 연봉총액이 감소한 것으로 보아, 다른 임원의 급여를 줄이고 박 부사장에게 몰아 준 것 같습니다. 어떻게든 세금을 충당하기 위해서 말이죠. 

정리하면 약 100억원 정도의 세금은 납부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즉 남은 세금은 300억원 정도라는 얘기가 됩니다. 실제 2016년 8월 제출한 주식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보면 반포세무소에 담보로 제공했던 주식 수가 20%가량 줄었습니다. 그만큼의 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유형자산이 계획대로 잘 매각된다면 실탄은 마련됐습니다. 그럼 대주주가 꺼낼 카드는 무엇일까요? 

역시나 폭탄 배당 선택할까

작년과 마찬가지로 폭탄 배당을 실시하는 경우입니다. 지난해 천일고속이 지급한 배당총액은 128억원이며, 대주주 주머니 속에 들어간 금액은 세금을 제외하고 82.6억원입니다. 

달리 말하면 대주주가 3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선 무려 466억원을 배당해야 합니다. 물론 급여에서 어느 정도 커버하겠지만, 10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아도 세금을 제외하고 생활비를 제외하고 실제 증여세로 납부할 수 있는 금액은 크지 않을 것입니다. 

2016년 9월 말 현금으로 간주할 수 있는 자산이 140억원 정도고, 토지매각 대금으로 300억원이 유입되는 것을 감안하면 재원은 문제 없는 것 같습니다. 사업을 통해 앞으로도 현금이 유입될 것이니 말이죠. 

진로발효 사례로 알아보는 유상감자 시나리오

또 다른 카드는 유상감자입니다. 투자자에겐 낯설지만 유상감자는 대주주 입장에선 강력한 자금회수 수단입니다. 6년전의 일이 생각나네요. 갑작스런 최대주주의 타계로 상속세 마련을 위해 진로발효의 현 오너는 유상감자를 추진했습니다. 

먼저 감자는 자본금을 줄이는 것입니다. 이것을 ‘유상’ 즉 돈을 받고 하면 유상감자입니다. 여기서 돈을 받는 사람은 주주입니다. 실제 공시를 보고 설명하는 편이 좋겠네요. 아래는 2011년 당시 진로발효의 유상감자 공시입니다. 

< 2011년 진로발효의 유상감자 공시 >

1. 감자주식의 종류와 수는 567만6000주입니다. 자본금을 늘리는 이벤트(무상증자, 유상증자)는 필연적으로 주식 수가 증가합니다. 그렇다면 정 반대의 이벤트인 감자는 당연히 주식 수가 줄어들겠죠. 즉 감자로 567만6000주가 감소한다는 얘기입니다. 

5. 감자비율도 같은 얘기입니다. 43%라고 적혀 있는데, 이는 감자 주식 수 567만6000주가 발행주식수의 43%에 해당한다는 말입니다.  

중요한 것은 7. 감자방법입니다. 본문을 보면 강제 유상소각이라고 적혀 있으며, 유상소각대금은 주당 1만1500원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주식수의 43%를 태워버리는 대신 주주들에게 그만큼을 돈으로 지급한다는 얘기입니다. 구체적으로 한 주당 1만1500원을 주주들에게 돌려준다는 의미입니다. 유상소각대금은 공시 전날 종가로 산정한 가격입니다. 

유상감자를 천일고속에 대입해보겠습니다. 천일고속의 3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1416억원입니다. 현재 상황에서 25% 유상감자를 실시하면 354억원(1416X25%)의 현금이 주주들에게 유상소각대금으로 지급됩니다. 최대주주 지분율이 85.75%이니 오너일가의 주머니 속으론 304억원 가량의 현금이 유입됩니다. 

세금 문제도 좀 짚어 보겠습니다. 유상감자는 장외거래로 간주됩니다. 따라서 0.5%의 장외거래세가 부과됩니다. 차익에 대해선 250만원을 공제하고 10%의 양도소득세(대기업의 경우 20%)가 부과됩니다. 

일단 분리과세보다 낮습니다. 특히 천일고속은 중소기업에 해당돼 양도소득세율 10%를 적용받습니다. 또한 차익에 대해서만 세금을 부과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배당은 배당소득 전체에 대해서 과세합니다. 

배당과 유상감자 각자 장단점 보유, 대주주의 선택은?

회사 돈을 적게 쓰고 세금을 충당하는 방법으론 배당보다 유상감자가 나아 보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일단 유상감자를 실시하면 시가총액이 줄어듭니다. 앞서 25% 감자를 가정했는데, 이 경우 시가총액이 25% 줄어듭니다. 모든 주주들의 지분율에 따라 주식 수가 감소하기 때문에 보유 지분은 유지됩니다. 하지만 시가총액이 줄어든 만큼 지분가치도 감소하겠죠. 예전엔 오너들의 지분가치가 1000억원에 달했다면 이젠 800억원 이하로 하락하는 것입니다. 

소액주주들의 따가운 시선 또한 감당해야 할 것입니다. 소액주주들은 유상감자보단 배당을 선호할 것입니다. 배당은 수익이 발생하는 것이지만, 유상감자는 강제로 주식을 팔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손해 보는 것은 아니지만 배당처럼 수익이 나는 이벤트가 아닙니다. 

유상감자는 사모펀드, 외국계 자본의 자금회수 용도로 많이 활용됐습니다. 어떤 카드를 쓸지는 최대주주의 선택에 달렸습니다. 아직까진 천일고속이 배당공시를 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주주총회 당일까지 배당 얘기가 없다면 유상감자 카드가 유력한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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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오보투자자
2017/03/07 03:10 PM

기업의 미래현금창출 능력이 동일하다면 1주당 가치는 증가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