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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고속, 승계는 끝났지만 ‘세금’은 이제부터!

2017/03/06 08:42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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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일고속
요약

상장법인들의 주총 시즌이 임박한 가운데 감사보고서 제출, 주주총회소집 공고 등 관련 공시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전혀 다른 공시를 내놓은 기업이 있어 눈길을 끕니다. 

주요사항보고서(유형자산양도결정)

고속버스 운영업체 천일고속이 낸 공시입니다. ‘양도’라는 말은 ‘재산이나 물건을 남에게 준다’는 의미입니다. 물론 공짜로 주진 않습니다. 당연히 대가를 받고 줍니다. 따라서 매각이나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주요사항보고서’란 타이틀이 달렸다면 양도하는 재산가액이 적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궁금증을 갖고 공시를 열어보게 되는군요. 

역시나.. 보통 거래는 아닙니다. 천일고속이 보유한 대구 소재 토지와 건물을 양도하는 거래인데, 매각가액만 362억원입니다. 자산 대비 무려 57.4%입니다. 

순현금만 140억원이 넘는 데 재무구조 개선?!

큰 재산을 매각한다면 분명 중요한 목적이 있을 것입니다. 3. 양도목적, 4. 양도영향에 관련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재무구조 개선, 현금유동성 확보가 천일고속이 내세운 양도의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바로 천일고속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확인 차 재무상태표를 열어봅니다. 그런데.. 

깔끔해도 이렇게 깔끔할 수 없습니다. 현금으로 볼 수 있는 현금및현금성자산은 2016년 3분기 말 40억원에 육박하며, 1년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금융상품 등은 100억원이 넘습니다. 

더군다나 이자가 발생하는 차입금은 단 한 푼도 없습니다. 부채라곤 매입채무 등이 전부입니다. 이런 기업이 재무구조 개선? 유동성 확보? 코웃음을 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뜬금없는 거래를 하게 된 배경은 무엇일까요?

승계와 더불어 400억원 대 세금 부담을 떠 안은 손자들

천일고속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보면 어렵지 않게 경영권 승계 이슈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지난 2015년 4월 박남수 명예회장은 명의신탁해서 보유하고 있던 천일고속 지분 68.77%를 실명전환한 후 손자들에게 증여합니다. 이에 따라 박도현 사장은 37.13%, 박주현 부사장은 31.76%를 각각 수증합니다.  

세법에 따르면 30억원이 넘는 자산을 증여할 경우 공제액을 제외하고 50%의 세율이 적용됩니다. 게다가 자녀가 아닌 손주에게 증여할 경우 할증 세율 30%가 추가 적용됩니다. 박도현 사장과, 박주현 부사장이 400억원 대의 증여세 부담을 떠 안은 배경입니다. 

이에 따라 두 손자는 할아버지에게 받은 주식을 담보잡고 세금 재원 마련에 총력을 기울입니다. 2015년 7월 15일에 제출된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보면 금융기관과 주식담보계약을 새로 체결한 겻을 알 수 있습니다. 

특히 그해 11월 24일엔 두 손자가 각각 반포세무서와 수십만주의 담보계약을 체결합니다. 비고에 연부연납이라고 쓰여있는데, 이는 상속이나 증여로 어마어마한 세금이 발생했을 시 몇 년에 걸쳐서 나눠내는 것을 뜻합니다. 즉 두 손자가 반포세무서에 주식을 담보로 제공한 후 차근차근 세금을 갚아 나가겠다는 것입니다.

세금 마련은 '이제부터'...오너들이 쓸 수 있는 카드는?

그렇다면 오너일가가 수백억원의 세금을 마련하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급여를 올릴 수도 있지만 삼성전자도 아니고 수백억원을 마련하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2016년 3월로 가보죠. 

대주주 일가가 선택한 재원 마련의 방법은 배당입니다. 2011년 이후 단 한 차례도 배당을 책정하지 않았던 천일고속은 2016년 3월 3일 주당 6000원의 배당금을 책정합니다. 배당수익률은 무려 8.1%입니다. 이후에도 1분기와 2분기, 연이어 분기배당을 실시합니다. 3차례 배당을 통해 총 128억원이 주주들에게 배당금으로 지급됩니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최대주주 일가가 지분의 85.75%를 들고 있기 때문에 배당의 대부분은 오너들의 주머니 속으로 들어갑니다. 파격적인 배당으로 세금을 마련하기 좋은 조건인 것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2016년 8월 26일 제출된 주식등의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보면 반포세무서에 담보잡혀 있던 주식 수가 1/5 정도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부 세금을 납부했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달리 보면 4/5정도가 아직 담보로 잡혀 있습니다. 작년에 수 차례 폭탄 배당을 실시했지만 아직 세금의 절반도 내지 못한 상황입니다. 갑자기 유형자산양도 공시를 내며, 멀쩡한 투자부동산을 수백억원에 팔아치운 이유입니다. 아직 낼 세금이 많으니 회사 차원에서 현금을 마련해 두는 것이죠. 

그렇다면 남은 세금의 재원도 배당으로 충당할까요? 다음 편에선 오너 일가가 증여세 마련을 위해 어떤 카드를 쓸지 시나리오를 점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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