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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츠스킨, 합병 카드로 '급등'…제대로 해석해보자

2017/02/22 08:07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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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츠스킨
요약

추풍낙엽처럼 떨어지던 잇츠스킨 주가가 이틀 만에 무려 20% 넘게 급등했습니다. 사드 배치 결정에 따른 중국의 무역 보복, 요우커 감소 등의 이슈로 화장품 섹터의 투자심리가 냉랭한 가운데 벌어진 일이라 더욱 눈길을 끕니다. 

잇츠스킨의 주가 부양 카드는 합병입니다. 모회사 한불화장품과 합병을 전격 발표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성공했습니다. 과연 합병으로 달라는 지는 것은 무엇일까요?

합병 공시 체크 포인트: ① 누구와 합병하는가?

합병 공시에서 가장 먼저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바로 누구와 합병하느냐는 것입니다. 지인이 결혼 소식을 알렸을 때 결혼상대방이 가장 궁금한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8. 합병상대회사 항목을 보면 잇츠스킨과 합병하는 회사는 한불화장품입니다. 주요사업은 화장품 제조업이며, 회사와의 관계에 최대주주라고 적혀 있습니다. 즉 잇츠스킨은 화장품 사업을 하는 모회사 한불화장품과 합병을 한다는 것입니다. 

최근 사업년도(2016년) 재무내용을 보면 한불화장품의 매출액은 3260억원, 당기순이익은 641억원입니다. 잇츠스킨의 2016년 연결 매출액은 2673억원, 순이익은 584억원입니다. 와우 ~ 두 기업이 합치면 매출액이 6000억원, 순이익은 무려 1300억원에 육박하게 되네요. 어마어마한 거대 화장품 기업이 탄생하는 순간입니다. 

그런데 주의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잇츠스킨이 한불화장품의 자회사라는 점입니다. 연결 재무제표 작성 시 모회사 실적엔 자회사 실적이 반영됩니다. 달리 말하면 합병 공시 본문 최근 사업년도 재무현황에 적혀 있는 한불화장품의 실적이 연결 기준이라면 잇츠스킨의 실적이 반영된 값입니다. 이 경우 온전히 한불화장품의 실적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실제 공시 하단에 한불화장품의 실적은 연결 기준이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3) 상기 '8. 합병상대회사'의 최근 사업연도 요약재무내용은 연결 재무제표(2016년 12월 31일 기준)를 기준으로 작성됨. –잇츠스킨 합병 공시 본문 중 – 

따라서 한불화장품 합병으로 잇츠스킨의 실적이 어떻게 달라질지 추정하기 위해선 한불화장품의 개별 기준 재무재표를 봐야 합니다. 전자공시에서 감사보고서 검색을 통해 알아볼 수도 있지만, 합병 공시와 함께 제출된 외부평가기관의평가의견서를 통해 2016년까지 업데이트된 자료를 참고합니다. 

한불화장품의 2016년 개별 매출액은 1018억원, 영업이익은 73억원입니다. 순이익은 308억원으로 영업이익의 4배에 달하는데, 이는 영업외이익의 지분법이익 때문입니다. 이 역시 잇츠스킨으로부터 회계상 인식하는 이익으로 합병 후엔 사라집니다. 

재미있는 것은 잇츠스킨과 한불화장품의 실적이 동행하고 있는 점입니다. 2015년까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다가 2016년에 한풀 꺾입니다. 사실 당연합니다. 외부평가기관의평가의견서에 따르면 한불화장품 매출의 80~90%가 OEM/ODM 매출인데, 대부분 잇츠스킨에서 나옵니다. 잇츠스킨이 잘 벌면 한불화장품도 잘 벌고, 못 벌면 한불화장품 실적도 꺾이기 마련입니다. 

어쨌거나 한불화장품 합병으로 잇츠스킨의 실적은 매출액은 약 1000억원 가량, 영업이익은 70억원 가량 증가할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 내부거래 비중에 따라 실적 증가 효과는 더 감소할 수도 있습니다. 

합병 공시 체크 포인트: ② 합병 가격은 적정한가?

다음으론 합병대가로 얼마를 지불했는지 알아봅니다. 7. 합병신주의 종류와 수는 445만8015주입니다. 합병신주란 합병으로 인해 새로 발행되는 주식입니다. 흡수합병으로 한불화장품이란 법인은 사라지기 때문에 한불화장품 주주들에게 잇츠스킨 주식을 새로 발행해줘야 합니다. 한불화장품 주주들에게 교부되는 잇츠스킨 주식의 총량이 445만8015주라는 얘기입니다. 

합병신주에 잇츠스킨 합병가액을 곱하면 한불화장품 주주들에게 합병의 대가로 얼마를 지불했는 지 계산할 수 있습니다. 445만8015주에 4만1193원을 곱하면 1836억원입니다. 즉 한불화장품을 합병하는 대가가 1836억원이란 얘기입니다. 달리 말하면 지분법이익을 제외한 한불화장품의 가치를 1836억원에 책정한 셈입니다. 2016년 영업이익이 73억원이니 한불화장품은 영업이익의 25.1배의 멀티플을 받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지분법이익을 제외하고 법인세를 차감한 순이익 기준 P/E는 30배 정도될 것입니다. 

현재 상장사 중에서 화장품 OEM/ODM 사업자는 코스맥스, 한국콜마, 코스온 정도입니다. 해당 기업들의 평균 P/E는 40배 수준입니다. 단순 수치만 보면 한불화장품이 저렴해보입니다. 하지만 OEM/ODM 화장품 기업들은 2016년에도 이익이 20~40%씩 증가했습니다.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이유입니다. 반면 한불화장품은 2016년 들어 잇츠스킨의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42% 감소했습니다. 결론적으로 합병의 대가로 책정한 한불화장품의 가치는 싸다고 볼 수 없습니다. 단순 펀드먼탈 상으론 잇츠스킨과 한불화장품의 합병이 잇츠스킨 주주들에게 그리 긍정적이진 않다는 것입니다.  

급등한 이유: 시너지 효과 & 저평가 

그런데도 잇츠스킨의 합병이 호재로 작용한 이유는 모회사 한불화장품과 시너지 효과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잇츠스킨의 발목을 잡은 이슈는 중국 위생허가 입니다. 대표 제품인 달팽이 그림이 중국 위생허가 이슈 탓에 수출이 불투명해진 것입니다. 하지만 한불화장품과 합병하면서 올해 하반기 중국에서 제품을 생산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위생허가 관련 장애 요인을 피해갈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습니다. 

화장품 섹터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 것도 호재로 작용한 듯 보입니다. 지난해 초부터 불거진 사드 이슈로 화장품 섹터 멀티플은 꾸준히 하향 조정됐습니다. 실적은 그럭저럭 나왔지만 주가는 하락해 P/E는 30%가량 낮아졌습니다. 현재 화장품 기업의 12개월 선행 EPS 기준 P/E는 20배 수준입니다.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 가운데, 합병을 통해 불확실성 해소, 성장 로드맵을 구체화한 기업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된 것입니다. 

최고의 수혜자는 오너 일가?

사실 잇츠스킨 합병의 숨겨진 수혜자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한불화장품의 오너 일가입니다. 한불화장품의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최대주주인 임병철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불화장품은 잇츠스킨을 50.37% 들고 있고요.

이번 합병으로 오너 일가가 한불화장품이 기존에 들고 있는 잇츠스킨 지분 50.37%와 합병신주를 받아 합병법인의 62.31% 지배하게 됩니다. 합병신주 발행 후 잇츠한불(합병법인 사명)의 주식수는 2192만주입니다. 여기에 2월 20일 종가 5만2600원을 곱하면 잇츠한불의 기업가치는 1조1534억원으로 책정됩니다. 이중 오너일가의 지분 가치는 7187억원입니다. 단숨에 7000억원이 넘는 자산가로 탈바꿈한 것입니다. 

오너 입장에선 지금이 잇츠스킨을 합병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을 것입니다. 잇츠스킨 주가는 상장 후 한때 10만원을 웃돌기도 했습니다. 잇츠스킨의 주가가 높으면 높을수록 한불화장품의 기업가치는 상대적으로 낮아집니다. 이 상태로 합병한다면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많이 희석됩니다. 따라서 잇츠스킨의 주가가 많이 조정을 받았을 때 합병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입니다. 오너 입장에선 가치투자를 한 셈입니다. 

기대감에 주가는 어느덧 5만원을 넘겼습니다. 실제 잇츠한불의 기업가치가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는 지 잘 지켜봐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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