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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나비효과...음식료 '뜨고', IT '저문다'

2017/02/09 08:22AM

요약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감히(?) IT섹터의 부진을 예상하는 투자자는 없었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를 필두로 반도체 초호황 사이클이 도래해 낙수효과가 기대됐으며,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상용화로 관련 밸류체인에 속한 종목들도 크게 부각 받았습니다. 거짓말 조금 보태 IT가 아니면 주식이 아닌 세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달 들어 판도가 완전히 뒤바뀌었습니다. IT가 곤두박질 친 대신 그 자리를 따분하기 그지 없는 음식료가 차지하기 시작했습니다. 

<2월 7일까지 주가 변동> <2월 7일까지 주가 변동>

시장은 항상 투자자가 예상한 것보다 빨리 움직입니다. 이제 시작인줄 알았는데 고점이었으며, 끝 없이 하락할 것만 같아도 순식간에 반등하는 일이 벌어집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아무런 근거 없이 시장은 움직이지 않습니다. 같은 곳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IT와 음식료의 뒤바뀐 운명의 발단은 무엇이었을까요?

매크로 변수 측면: 원/달러 환율의 추락

작년부터 강 달러 시대의 도래는 예견돼 있었습니다.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했고, 트럼프가 미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것이란 기대감이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인플레이션이 확대되면 금리는 또 오르고 달러가치 역시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트럼프의 허를 찌르는 공격이 시작됩니다. 대미 흑자를 유지하고 있는 국가들을 대상으로 ‘환율조작국’ 지정 러시를 단행합니다. 트럼프의 진짜 의도는 강 달러가 아닌, 약 달러였던 것입니다. 이에 따라 한 때 1200원을 돌파했던 원/달러 환율은 빠르게 하락해 현재 1140원 선에 머물고 있습니다.

IT는 대표적인 수출섹터입니다. 따라서 환율이 오르면 수혜입니다. 반대로 음식료는 대표적인 내수주이지요. 수출은 적은데 콩, 밀가루, 옥수수, 설탕 등 원재료 대부분은 수입합니다. 따라서 환율이 내려가면 원재료 매입 단가가 하락해 원가율이 낮아집니다. 

이처럼 환율이라는 거대 매크로 변수가 최근 급격히 변하면서 IT와 음식료 섹터의 운명을 뒤 바꿔 논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밸류에이션 & 트리거 측면: 낮은 멀티플과 가격 인상

음식료 섹터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 것도 한몫 한 것으로 보입니다. 2015년 당시 30배 달했던 음식료주의 P/E는 이후 꾸준히 하향 조정됩니다. 지난 1월엔 16.XX배까지 낮아졌습니다. 

주가가 오르기 위한 조건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큰 틀에선 밸류에이션 매력입니다. 아무리 업황이 좋고 실적을 잘 낸다 하더라도 밸류에이션이 꽉 차있으면 더 오르기 힘듭니다. 지난해 화장품 주식이 좋은 예일 것 같습니다. 

반대로 밸류에이션 매력만 높아도 좀 부족합니다. 여기에 추가적인 트리거가 있어야 완성작품입니다. 지난해부터 주요 음식료 기업이 가격인상을 단행한다는 기사가 심심치 않게 나왔습니다. 음식료 기업이 성장하는 핵심이 바로 가격 인상입니다. 밸류에이션 매력에 가격 인상이라는 트리거는 음식료 섹터로 충분히 매기가 쏠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줬습니다. 

트럼프 나비효과: “불확실성이 싫어”

지난해 브렉시트와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당일 글로벌 주식시장은 급락했습니다. 환율은 치솟고 국내 시장은 한때 서킷 브레이커가 걸리기도 했었죠. 이유는 무엇일까요? 브렉시트가 되면 세계 경제가 흔들릴 것 같아서? 트럼프가 되면 글로벌 무역전쟁이 시작될 것 같아서?

엄밀히 말하면 아닙니다. 바로 예측하지 못한 결과였기 때문입니다. 블랙스완이라고 하죠.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이 일어난 것 말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가중되는 것이 불확실성입니다. 시장은 악재, 호재 이런 것 보단 불확실성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그래서 블랙스완 이벤트가 터진 당일 주가가 크게 하락한 것입니다. 

테러 주요국 이민자 불입국 행정명령, 글로벌 기업 대상으로 미국에 공장을 지으라는 협박 등 트럼프의 최근 광폭 행보는 대외 비중이 높은 섹터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삼성, 현대, LG 등 우리나라 대기업들도 미국에 공장을 지을지 말지 고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 바로가기: `트럼프` 압박에 美 추가투자 고민하는 "현대·기아차"

투자자는 과연 이런 기업에 투자하고 싶을까요? 트럼프 말 한마디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기업들 말입니다. 달리 말하면 IT 등 대외 비중이 높은 기업은 지금 불확실성에 휩싸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음식료주는 어떤가요? 수출 비중이 미미하다보니 트럼프가 지지고 볶고, 사드 이슈로 중국이 태클을 걸어도 잠잠하기만 합니다. IT나 대외 비중이 높은 섹터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불확실성이 낮은 셈입니다. 

주식시장은 언제나 늘 상대적입니다. 자금은 수익률이 낮은 곳에서 높은 것으로 흐르고, 불확실성이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릅니다. 상대적이란 시장의 원리를 잘 이해하고 숙지하고 있다면 다음 섹터가 어디가 될지 조금은 감을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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