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investor

이벤트 투자 / 미커버리지 스몰캡

계약 해지 영향은 어떻게 추정할까? - 삼성엔지니어링

2017/01/19 07:48AM

| About:

삼성엔지니어링
요약

얼마 전 삼성엔지니어링의 공급계약 해지 비보가 전해졌습니다. 공시가 나오자 마자 주가는 출렁였는데요. 1만1500원대를 유지하던 주가는 공시 직후 1만500뭔까지 빠졌습니다. 저러다가 하한가로 직행하는 건 아닌지.. 우려하던 투자자도 많았을 겁니다. 

< 삼성엔지니어링 공급계약 해지 공시 >

해지된 계약은 Yanbu Power & Desalination Plant Phase 3 (Package "P")로 금액만 1조6156억원입니다. 2011년 매출액 대비로는 19.9%입니다. 정말 어마어마한 금액이 아닐 수 없는데요. 조 단위 계약이 해지된 가운데 과연 삼성엔지니어링 기업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해지는 대목입니다. 

과연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공급계약 해지 여파를 가늠해보는 방법은 없을까요? 대략적으로 나마 추정하는 방법을 소개합니다. 

건설업의 아킬레스 건 미청구공사, 공사미수금을 확인하자

수주산업은 주문을 받아 제품을 만드는 산업을 말합니다. 대표적인 업종이 건설, 조선인데요. 둘 다 제품을 만드는 기간이 2~3년으로 길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일반 제조업의 기준을 들이댄다면 공사기간인 2~3년간은 매출 공백이 발생합니다. 대신 매각할 때 어마어마한 금액이 매출액으로 잡히겠죠. 따라서 대규모 적자와 흑자를 반복할 것입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수주산업은 독특한 회계기준을 인정해줍니다. 바로 매출액을 진행률 방식으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수주산업에 속한 기업에게서만 미청구공사, 공사미수금이란 계정과목이 발생합니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엔지니어링 등 최근 투자자들을 울렸던 기업 모두 미청구공사, 공사미수금 등이 문제의 발단이 됐습니다. 

따라서 지난해부턴 건설, 조선업체는 사업보고서에 미청구공사, 공사 진행률, 공사 미수금 등을 기재하도록 규정이 바뀌었습니다.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말이죠. 당국이 시행한 몇 안 되는 잘한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삼성엔지니어링의 공급계약 해지 역시 미청구공사, 공사미수금 등을 보면 대략적으로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가늠해볼 수 있습니다. 

미청구공사, 공사미수금은 무엇일까?

그나저나 앞에서 실컷 떠들어 댄 미청구공사, 공사미수금은 무엇일까요? 차근차근 설명하겠습니다. 

건설사나 조선사의 경우, 매출을 진행률에 따라 인식한다고 했습니다. 가령 1000억짜리 공사가 3년간 진행된다면, 진행률 베이스로 3년간 나눠 매출로 잡습니다. 진행률의 기준은 총 예정원가 대비 누적원가입니다. 3년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총원가를 정하고, 당기에 원가가 얼마나 투입됐느냐에 따라 공사 진행률을 측정합니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매출액을 인식합니다. 아래 표를 보면 이해가 좀더 쉽습니다. 

즉, 당기에 투입된 원가를 기준으로 공사가 얼마나 진행됐는지 파악하고 매출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발주처로부터 공사대금을 받는 시기는 보통 계약시점에 정해집니다. 예를 들면 1년차에 계약금 400억원을 받고 2년차에 중도금 300억원을 받으며, 마지막 공사가 끝난 시기(3년차)에 잔금 300억원을 받는 식입니다. 

이를 공사수익과 비교하면 차이가 발생합니다. 첫 해는 대금청구액(400억)이 공사수익(300억)보다 100억 많고, 3년차엔 공사수익(400억)이 대금청구액(300억)보다 100억 많다. 공사수익 > 대금청구액이면, 그 차액만큼 미청구공사가, 공사수익 < 대금청구액인 경우엔 초과청구공사가 발생합니다. 

정리하면 미청구공사는 실제 계약조건에 따라 받기로 한 돈보다 매출이 더 발생한 것을 의미합니다. 미청구공사가 발생한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의미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먼저 공사가 생각보다 너무 빨리 잘 진행되는 경우입니다. 두 번째는 반대로 원가만 과다하게 투입되고 공사가 지연되는 경우입니다. 두 케이스 모두 원가가 예상보다 많이 투입되기 때문에 매출액 역시 예정보다 빨리 인식됩니다. 

문제는 두 번째 경우입니다. 원가만 예상보다 더 투입됐지, 실제 공사는 제자리 걸음일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중요한 건 총 예정원가입니다. 한 마디로 예상으로 잡아 논 것이기 때문에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기술력이 부족하거나 천재지변 등으로 원가가 더 많이 투입될 수도 있습니다.

만약 기존에 설정한 총 예정원가보다 추가로 비용이 더 투입된다고 판단되면, 기업은 이를 파악한 시점에 추가 비용을 반영해야 합니다. 이를 공사손실충당금이라고 하며 이 때 어닝쇼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미청구공사가 많거나 증가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주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공사미수금은 미청구공사와 비슷하지만 문제의 주체가 다릅니다. 미청구공사는 공사에 문제가 있는 경우라면, 공사미수금은 발주처에 문제가 생긴 경우입니다. 쉽게 말해 발주처가 대금 지급 스케쥴에 따라 건설사에게 돈을 지불해야 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공사미수금이 발생합니다. 

공급계약 해지가 삼성엔지니어링에 미치는 영향

자, 이제 미청구공사와 공사미수금에 대해 마스터했습니다. 다시 삼성엔지니어링 사례로 가보겠습니다. 

Ⅱ. 사업의 내용 > 수주상황 > 진행률적용 수주상황에서 프로젝트별 미청구공사와 공사미수금 등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Ⅱ. 사업의 내용 > 수주상황 > 진행률적용 수주상황 >

프로젝트 중에 Yanbu Power & Desalination Plant Phase 3과 같은 이름이 On, Off두 개 존재합니다. 발주처 역시 공급계약 해지 공시에서 나왔던 SWCC (Saline Water Conversion Corporation)로 같습니다. 바로 해당 프로젝트가 주범이네요.

수주잔고를 확인해보면 9000억원(Off: 2550억원 / On: 6777억원)이 조금 넘습니다. 이미 1조1000억원은 매출로 인식한 상황입니다. 공급계약이 해지됐다면 수주잔고인 9000억원이 매출로 잡히지 않겠죠. 

중요한 미청구공사는 없습니다. 이는 매출액을 대금지급 스케쥴보다 먼저 인식하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따라서 해당 프로젝트는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습니다. 공사미수금은 두 프로젝트 합산 579억원입니다. 발주처가 시공사에게 지급해야 하는데, 아직 지급하지 않은 돈입니다. 따라서 삼성엔지니어링은 소송 등을 통해 공사미수금을 돌려 받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정리하면 수주잔고에 해당하는 9000억원을 예상 매출액에서 차감해야 하며, 공사미수금 579억원은 경우에 따라 돌려 받을 수도, 돌려 받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미청구공사가 없어 대규모 손실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중요한 대목이네요. 

 

Spirit investor  의 다른 글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