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irit investor

이벤트 투자 / 미커버리지 스몰캡

그들이 돈을 버는 방법: ② “M&A의 귀재 텍셀네트컴”

2017/01/17 08:08AM

| About:

텍셀네트컴
요약

텍셀네트컴을 소개하기 앞서 세종저축은행과 공평저축은행을 인수한 타이밍을 짚어보겠습니다.

최악에 상황에서 헐 값에 인수하다

텍셀네트컴이 세종저축은행을 인수한 시기는 2012년입니다. 당해 4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세종저축은행 지분 100% 취득했습니다. 취득의 대가로 지불한 금액은 100억원입니다. 참고로 지난해 3분기 누적 세종저축은행의 매출액은 555억원, 순이익은 256억원입니다. 이런 기업을 당시 100억원에 샀으니 정말 말도 안되는 금액에 산 것입니다. 

하지만 당시 세종저축은행은 경우에 따라서 단돈 100원에 준다 그래도 인수하기 꺼려지는 기업이었습니다. 2011년 세종저축은행의 경영실적은 매출액 259억원에 순이익 140억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2010년 불거진 저축은행 대란으로 당시 대부분의 저축은행의 경영상황은 처참한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세종저축은행의 실적 감소의 원인을 잘 살펴보면 본질적인 기업가치 훼손보단 업계 전반적으로 불어 닥친 구조조정 및 부실자산처리의 한파 탓이었습니다. 2011년과 2012년 대규모 적자의 원인은 매출 감소보단 대손상각비 영향입니다. 갚는데 문제가 없거나 있어 봤자 미미하다라고 판단했던 대출채권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면서 대손상각비가 증가했던 것입니다. 

2011년 세종저축은행의 대손상각비는 141억원, 2012년엔 137억원, 2013년엔 239억원까지 증가합니다. 그간 골치덩이였던 대출채권을 텍셀네트컴의 피인수 전후로 대부분 상각해버린 것입니다. 환골탈태의 시간이었던 셈입니다. 

< 세종저축은행 피인수 전후 대손상각비와 영업이익 >

공평저축은행 인수 타이밍도 비슷합니다. 2016년 1월 텍셀네트컴이 공시한 타법인주식및출자증권취득결정 본문을 보면 공평저축은행은 최근 3개년도 순이익 적자에다가 2015년엔 자본잠식까지 빠졌습니다. 

대규모 적자의 주 원인은 대손상각비와 매도가능증권손상차손입니다. 2014년 대손상각비는 317억원, 2015년엔 116억원을 기록합니다. 같은 기간 매도가능증권손상차손은 88억원, 166억원입니다. 매도가능증권손상차손은 쉽게 말해 주식에 투자했는데 주가가 떨어져 회복 불가능하다고 판단될 때 평가손실분을 실제 손실로 인식하는 거라고 보면 됩니다. 공평저축은행은 GB블루마린선박사모펀드에 392억원이란 거금을 투자했는데, 여기에서 대규모 손실을 봤습니다. 수백억 원대의 매도가능증권손상차손을 인식한 이유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텍셀네트컴이 인수 전후로 이러한 대규모 손실처리가 마무리됐다는 것입니다. 결국 공평저축은행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액 374억원, 순이익 203억원을 달성했습니다. 공평저축은행 지분 100% 인수를 위해 텍셀네트컴이 지불한 대가는 290억원입니다. 인수 당시엔 비싸다 생각할 수 있는 금액이지만 1년 만에 인수 금액을 뽑게 생겼습니다. 

투자금 회수 및 매각도 적극적

충분히 성장을 다 했다고 판단한 기업은 배당금을 통한 회수와 매각을 하기도 합니다. 2015년 7월 텍셀네트컴은 다우인큐브 등에 멀티비츠이미지 지분 80%를 120억원에 매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멀티비츠이미지는 이미지를 파는 회사로 Getty Images의 국내 독점 총판입니다. Getty Images의 광고, 보도사진, 동영상, 뮤직 등을 국내에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텍셀네트컴은 2009년에 멀티비츠이미지 지분 69.01%를 113억원에 사들였습니다. 지분 80%를 120억원에 매각했기 때문에 단순 차익으로 계산하면 8.4% 손해입니다. 하지만 텍셀네트컴은 멀티비츠이미지를 매각하기 앞서 3년 간 배당을 통해 투자금의 대부분을 회수했습니다. 텍셀네트컴이 멀티비츠이미지로부터 받은 배당금은 2012년 28.5억원, 2013년 33.4억원, 2014년 14억원 등 총 75.9억원입니다. 

변화와 도전의 DNA로 기업가치 UP

마치 투자회사인 마냥(조금 오바하면 버크셔헤서웨이처럼) 텍셀네트컴이 적극적으로 M&A에 나서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너의 의중을 정확하게 알 순 없지만 본업을 보면 대략적으로 유추할 수 있습니다. 바로 성장 때문입니다. 

텍셀네트컴은 네트워크 통합(NI) 솔루션을 제공하는 업체입니다. 금융권이나 관공서 등에 네트워크 장비를 구축하고 유지보수 등을 하는 사업입니다. 그럴싸하게 보일진 모르겠으나, 이쪽 시장은 성장성이 정체된 지 오래입니다. 또한 대기업 대부분은 계열사로 NI와 SI업체들을 두고 있습니다. 때문에 텍셀네트컴처럼 중소형 NI업체는 자그마한 시장을 두고 박터지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지금껏 영업을 잘해 왔어도 앞으로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때문에 그간 차곡차곡 모아놨던 현금을 바탕으로 적극적인 M&A 전략을 펼친 것입니다. 특히 금융권을 고객사로 두고 있던 덕에 저축은행의 생태계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또한 상장사들이 자금조달의 수단으로 CB, BW 등을 활용하는 것도 눈 여겨 봤을 것입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지금의 뛰어난 성과를 낸 저축은행 자회사들의 만든 계기가 된 것입니다. 

물론 투자한 회사가 모두 턴어라운드를 거둔 것은 아닙니다. 한중선박기계, 백산OPC 등은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저축은행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면서 기업가치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최근 3년간 NI 기업군의 시가총액 추이를 보면 텍셀네트컴을 제외하곤 제자리 걸음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 단위: 억원 >

텍셀네트컴의 사례는 성장이 정체된 산업에 속해 있는 기업들이 앞으로 어떻게 경영전략을 펼쳐야하는 지 잘 보여 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자사주 매입 및 소각, 배당확대 등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래도 간지(?)나는 것은 신규 사업 진출을 통해 기업가치를 키우는 것 아닐까요? 

주식투자를 하다보면 기업이 어떻게 비즈니스를 하는 지 지켜보게 됩니다. 텍셀네트컴의 사례처럼 변화와 도전의 DNA가 있다면 투자뿐만 아니라 다양한 면에서 보고 배우게 됩니다.   

Spirit investor  의 다른 글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