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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돈을 버는 방법: ① “저축은행이 메자닌을 한다고?”

2017/01/16 08:17AM

요약

메자닌 투자란 말 들어보셨나요? 

메자닌(Mezzanine)은 건물 1층과 2층 사이에 있는 라운지를 뜻하는 이탈리아어로, 부채와 자본의 중간 성격을 가지고 있는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상환우선주 등을 말합니다. 해당 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메자닌 투자라고 말합니다. 

메자닌 투자는 기대 수익은 높은 데 리스크는 낮다는 것이 장정입니다. 투자 기업의 주가가 오르면 주식으로 바꿔 시세 차익을 노릴 수 있고, 주가가 하락하면 채권으로 이자와 만기상환금을 받으면 됩니다. 해당 기업이 망하지만 않으면 사실상 손해를 보지 않는 셈이죠. 

사기에 가까운 옵션 때문에 당장이라고 투자하고 싶지만, 메자닌 투자는 일부 자문사나 증권사 등의 몫입니다. 자금이 필요한 기업을 물색해 CB, BW 발행을 이끌어 내야 해 영업력이 중요한 분야입니다. 따라서 업계에선 몇몇 투자회사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낯선 이름이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저축은행입니다. 아래는 1월 13일 포스링크의 주요사항보고서(전환사채발행) 공시입니다. 

< 포스링크 전환사채 발행 공시 >

저축은행이 메자닌을 한다고?

특정인에 대한 대상자별 사채발행내역을 보면 발행 대상자명에 세종상호저축은행(이하 세종저축은행)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저축은행? 마을금고.. 신협.. 등 신용등급이 낮은 개인이 돈을 빌리거나 금리가 시중은행보다 높아 그나마 예적금을 가입할 만한 곳이 줄로만 알았는데.. 저축은행이 메자닌을 한다니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 포스링크 전환사채 특정인에 대한 대상자별 사채발행내역 >

그나저나 발행조건도 살인적(?) 입니다. 공시 본문에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각각 9%입니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찾아보기 힘든 고리대금입니다. 물론 회사와 발행대상자가 협의해 결정한 조건이긴 하지만 이로써 세종저축은행은 상당한 이자수익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세종저축은행이 메자닌 계에 발을 들인 것은 2013년입니다. 이전까진 단 한번도 메자닌 투자를 하지 않았습니다. 2013년과 2014년엔 1~2건으로 그쳤지만 2015년엔 7건, 지난해엔 12건이나 발행대상자 명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전자공시시스템 검색을 통해 찾은 결과라, 정확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세종저축은행 연도별 CB발행 횟수 >

 

주인 바뀐 후 전략적 메자닌 투자

저축은행과 메자닌이란 특별한 조합의 배경에는 대주주의 전략적 경영방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입니다. 세종저축은행은 2012년 네트워크 구축 사업을 하는 텍셀네트컴에 인수됐습니다. 피인수 후 세종저축은행은 빠르게 대출채권을 늘려갑니다. 피인수 당시 대출채권은 2313억원이었지만, 2015년부터 가파르게 증가해 올해 3분기 5893억원까지 늘었습니다. 

그렇다고 부실채권 비중이 늘어난 것은 아닙니다. 문제가 있는 대출이라고 분류되는 고정이하여신비율은 피인수 당시 26%였지만 빠르게 줄어 현재 3%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 세종저축은행 고정이하여신비율 >

특히 2015년 1분기부터 기타대출채권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1분기엔 123억원이었지만 2016년 3분기엔 971억원까지 늘었습니다. 기타대출채권은 세종저축은행이 투자한 전환사채 등입니다. 즉 메자닌 투자 금액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세종저축은행의 CB투자횟수와 비례해 증가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기타대출채권에는 당사가 취득한 사모 전환사채가 포함돼 있으며, 이 중 일부 전환권은 매도 계약 등으로 인하여 행사가 제한돼 있습니다."  –세종저축은행 감사보고서 中 –  

< 세종저축은행 기타대출채권 / 단위: 억원 >

또 다른 피인수 기업, 공평저축은행도 메자닌계에 발 담궈...텍셀네트컴 실적 '대박'

이 같은 현상은 최근 텍셀네트컴이 인수한 또 다른 저축은행, 공평저축은행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공평저축은행의 대출채권은 2015년 말 1787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3분기 3751억원으로 대폭 늘었습니다. 또한 메자닌 투자 금액은 지난해 2분기 83억원을 시작으로 3분기엔 258억원까지 늘었습니다.  

이 덕에 텍셀네트컴의  금융부문(저축은행 부문) 실적은 어마어마하게 개선됐습니다. 2013년 매출액은 387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누적 929억원으로 140%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7억원에서 497억원으로 무려 18배 가량 급증했습니다.

텍셀네트컴의 연결 실적이 개선된 것은 물론입니다. 연결 매출액은 2013년 980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누적 1644억원을 기록했으며, 동 기간 영업이익은 86억원에서 456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 텍셀네트컴 사업부문별 실적 / 단위: 억원 >

이쯤되면 세종저축은행과 공평저축은행을 인수하고 전략적 경영방침으로 관련 사업을 업그레이드 시킨 주인 텍셀네트컴이 궁금해집니다. 과연 텍셀네트컴은 어떤 회사이고, 저축은행을 인수한 계기는 무엇일까요? 다음 편에서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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