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iot Lim
글로벌 혁신기업
PCP, 워렌 버핏의 코끼리 사냥
요약
- 워렌 버핏, 역사상 최대 규모인 372억 달러(약 43조원)로 프리시전 캐스트파츠 인수
- 막대한 자금을 들인 이번 ‘코끼리 인수’로 투자인생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
- 프리시전은 연매출 100억달러, 종업원 3만명의 항공기 부품 글로벌 기업
- 훌륭한 기업을 성장 정체기에 좋은 가격으로 인수, 장기적 관점 필요
들어가기에 앞서
워렌 버핏 회장은 최근 항공기 부품업체 '프리시전 캐스트 파츠(PCP)'에 대해 최근 그룹 역사상 최대 규모인 372억 달러(약 43조원)의 인수를 성사시켰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이번 인수가 주식 교환이 아닌 현금 지불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오마하의 현인을 심쿵하게 한 PCP에 투자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PCP의 기업 성격과 투자 메리트에 대해 알아보자.
1. 워렌 버핏의 코끼리 사냥
1) 버크셔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인수
워렌 버핏 회장이 이끄는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10일 성명을 내고 프리시전의 주식을 1주당 235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버핏은 “세계 항공업계가 선택한 프리시전에 대해 오랫동안 감탄해왔다” 며 이번 투자에 넘치는 자신감을 내보였다. 버핏은 이로써 지난 1965년 버크셔해서웨이의 경영권을 인수한 이래 가장 큰 돈이 들어간 M&A에 성공했다.
이번 인수로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반세기 투자 인생에 방점을 찍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85세를 맞는 버핏이 프리시전 인수를 끝으로 일선에서 물러날 채비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피어오르고 있다.
2) 최근 버핏의 M&A
버핏이 제조업체를 인수한 건 처음이 아니다. 올 2월엔 독일의 오토바이 장비업체 데트리프루이스 모토라트 페에트립스를 4억달러에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프록터&갬블(P&G)의 듀라셀 배터리사업부를 벅셔해서웨이가 보유한 P&G 주식 47억 달러어치와 맞교환했다.
2009년 미국 철도회사 벌링턴노던산타페를 인수했고, 이전에도 산업기기 부품업체 마몬, 이스라엘 절삭공구업체 이스카, 특수화학업체 루브리졸 등을 사들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이 “프리시전 인수는 버핏이 추진해온 제조업체 투자의 결정판”이라고 분석한 이유다.
버핏이 ‘파워하우스 파이브’라고 부르는 벅셔해서웨이의 주요 수익 기업 대부분도 제조업체다. 그는 투자자들에게 벅셔해서웨이 에너지, 벌링턴노던 산타페, 금속절삭 가공업체 IMC, 루브리졸, 마몬이 벅셔해서웨이의 수익성을 이끄는 다섯 개 기업이라고 설명했다. 벅셔해서웨이의 50년 역사를 감안하면 비교적 최근에 인수된 기업들이다. WP는 프리시전 역시 ‘파워하우스 파이브’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그림 1. 버크셔의 최근 인수 목록
2. PCC, 항공 부품 단조의 1인지
1) 기업소개
1949년 출범한 프리시전은 연매출 100억달러, 종업원 3만명의 항공기 부품 회사다. 보잉과 에어버스 등 대형 항공업체에 터빈 날개와 잠금장치를 납품한다. 발전소와 석유·가스산업용 장비도 생산한다. 매출 비중은 70%가 항공기 부품이며, 30%가 발전과 석유, 가스산업용 장비이다.
중공업, 특히, 자유단조업체라 할 수 있는 두산중공업이나 태웅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으며, 매출 비중으로 본다면 코스닥 기업 아스트와도 비교될 수 있다. 국내 자유단조업체가 발전소 및 석유·가스 비중이 높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동사는 고부가가치인 항공부품에 특화되어 있는 것이 주요한 차이다.
블룸버그는 “프리시전이 경쟁력을 가진 고강도 금속제조 분야는 높은 전문성이 요구돼 진입장벽이 높다”며 “최근 유가 하락에 따른 송유관사업 차질로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버핏은 장기적으로 항공산업과 에너지부문 전망이 밝다고 본 것”이라고 분석했다. 블룸버그는 또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 국민들의 여행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고 보도했다.
2) 코끼리 사냥, 과연 성공할까
버핏은 막대한 자금을 들인 이번 ‘PCP 인수’ 이후 당분간은 인수합병(M&A)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미국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프리시전 인수를 마무리하면 벅셔해서웨이에는 약 400억달러가 남는다”며 “나는 항상 충분한 자금이 있는 것을 선호하고, (여유 자금을) 다시 채울 때까지는 앞으로 12개월 정도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PCP는 버핏의 그간 스타일과는 다소 다르다. 버핏은 코카콜라, 웰스파고 등 ROE가 높은 소비재 기업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왔다. PCP가 항공기 부품을 생산하기는 하지만, 자유 단조품은 첨단 산업이라기보다는 굴뚝 산업에 가깝다. 과연 버핏의 코끼리 인수는 성공할 수 있을까.
그림 2. 매출구조 및 주요 생산품
3. 사업부별로 엇갈리는 전망
1) 항공 부품 산업의 성장성
항공기 제조는 기본적으로 안전성이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장기간의 거래실적 및 신뢰관계를 사전에 확보 해야만 수주가 가능하며 자본력과 기술력만으로는 단기 진입이 어려운 산업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항공기 생산을 위해서는 다수의 엄격하고 까다로운 인증절차를 거쳐야 하고, 고도의 기술력과 거래처와의 신뢰관계를 확보하지 못한 기업들이 들어오기 어려운 진입 장벽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대형 민항기의 경우 통상 10~30년의 생산기간을 가지게 되며, 한번 납품 계약을 맺으면 해당 기종이 단종 될 때까지 납품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안정적인 생산 체계 확보가 중요하며 Boeing社와 같은 대형 완제기 제조사들은 품목별 외주처를 비용절감과 안정적 공급처 확보를 위하여 Sole Vendor화 하고 있는 추세이다.
동사는 오랜 업력과 미국내 주요 항공기 제조사들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어, 중국, 인도 등 글로벌 여객 수요 증가로 인한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전망이다. 아울러 록히드 마틴 등 군용기 업체와도 거래를 하고 있어 미군의 F-35도입 등 군수용 항공기 성장 또한 동사의 수익성에 긍정적일 것으로 보인다.
2) 발전, 석유/가스 수익성 회복 가능할까
반면, 동사 매출의 30%를 차지하는 발전과 에너지 관련 사업 부문은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다. 이들 사업 분야의 주요 시장은 이머징 국가이며 이들 국가의 경제 성장 및 인프라 투자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아울러, 한국, 일본, 유럽 업체 들이 상대적 고부가가치 분야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고, 중저가 분야는 중국이나 인도 업체의 도전이 거센 상황이다.
동사의 경영 능력과 경영진의 수완에도 불구하고, 강달러로 인해 이들 분야의 수익성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단기적으로는 이들 분야의 수익성 회복 여부가 주가의 모멘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3) 실적은 다소 밋밋
회사측은 FY 2015년 가이던스로 매출액 100~104억 달러를 제시하고 있다. 매출액은 14년 대비 같거나 4% 성장하는 수준으로 아주 매력적이지는 않다. 월가의 컨센서스는 104억 달러 수준으로, 15년의 매출 성장은 정체될 전망이다. 컨센서스의 기본 가정은 1달러당 1.05유로의 환율 전망이다. 매출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해외 매출에 대해 회사측은 보수적 환율 가정을 적용하고 있어, 환율 변동에 따라 매출은 소폭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가이던스 영업이익률은 26.6~27.3%로 예상된다. 최근 수익성 저하 압력을 겪고 있으나 주당 순이익은 12.5~13.4달러 수준을 유지할 전망이다. 자사주 매입을 통해 EPS는 증가세 유지가 가능해 보인다.
그림 3. 주요 사업부 및 실적 추이
4. 가치투자 관점으로 보기
1) 좋은 기업은 좋은 가격에
현대의 미국 가치 투자자들은 워렌버핏의 스승이자 가치투자의 대가였던 벤자민 그레이엄의 기준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모던-그레이엄 룰을 적용하여 기업을 선별한다. 그러한 모던-그레이엄 룰에 비춰보았을때 버핏의 이번 투자 또한 그동안 해왔던 가치투자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모든 그레이엄 룰에 따르면, Enterprising Investor의 경우 보수적 투자자를 위해 아래 5개의 기준중 4개 이상을 충족시켜야 한다.
1. 유동비율이 1.5 이상 -> 해당
2. 부채/순유동자산 비율 1.1 이하 -> 해당안됨
3. 지난 5년간 순이익이 흑자 기록 -> 해당
4. 배당 지급 -> 해당
5. EPSmg가 5년전 보다 클 것 -> 해당
한편, 동사의 장기주가를 보면 꾸준히 상승하다가 최근 하락세를 보여왔던 것을 알 수 있다. 버핏 회장은 동사의 장기적 성장에 대해 확신을 가진 상황에서 일시적 주가 부진을 매수 기회로 판단한 것으로 추측된다. 버핏은 과거 워싱턴 포스트나 코카콜라에 대한 투자에서도 이러한 전략을 구사한 바 있다.
2) 잠재적 리스크
오마하의 현인이 틀리는 것에 베팅하는 투자가는 드물 것이다. 하지만 동사의 단기 실적 전망은 다소 불투명하며, 버핏의 인수로 하락추세를 보이던 주가는 단기에 급상승세를 보였다. 아울러, 버핏의 투자기간이 보통 3~5년이며 투자 성과로 나타나기 까지는 상당히 장기간을 요한다는 점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그림 4. 5년 주가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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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투자 기간이 보통 3년에서 5년밖에 안되던가요??
좋은 지적이십니다. 사실 10년이상 혹은 영구 보유 기업들도 있어서 정확한 기간 산정은 어렵습니다.
보유기간이 일반적인 주식 투자자에 비해서 상당히 길다는 의미로 이해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