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을 '미리' 확인하는 법

최신 탭북이 A지역에서는 100만원에, B지역에서는 단돈 50만원에 판매되고 있습니다. 당장이라도 B지역에서 50만원에 탭북을 구매해 A지역에다가 100만원에 팔아 수익을 챙길 수 있습니다. 이처럼 어떤 상품의 가격이 시장 간 차이가 발생하는 경우, 싼 시장에서 매입해 비싼 시장에 팔아 수익을 내는 것을 ‘차익거래’라고 합니다. 금융시장에선 주로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를 통해 매매하는 기법을 말하죠

드문 경우이지만, 주식시장에도 이와 비슷한 케이스가 발생합니다. 대표적으로 실적이 잘 나올 것이라는 것을 미리 확인(?)하고 아직 시장에 알려지기 전에 매수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향후 실적이 발표되면 호실적에 주가가 올라 평가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불법 아니냐고요? 아니요. 완전히 공개된 정보로 가능합니다. 공시를 꼼꼼히 잘 들여다보면 기회는 찾아옵니다.

위의 이미지는 아이디스홀딩스의 분봉 차트입니다. 31일 장 마감을 30분 앞두고 갑자기 거래량이 폭발하면서 주가가 치솟았습니다. 과연 이 종목에 어떤 호재가 터진 것일까요. 아이디스홀딩스(054800)는 2시 30분경에 2분기 잠정 실적을 공시했습니다. 말 그대로 어닝 써프라이즈입니다. 매출은 1003억(+49%,YOY), 영업이익은 120억(+174%)입니다.

아이디스홀딩스는 사명처럼 지주회사입니다. 단일 사업부문을 두지 않고, 그룹사의 투자 업무 등을 담당하며 자회사로부터 배당금 또는 브랜드 사용 로열티 등을 수취해 수익을 내는 순수 지주회사입니다. 따라서 별도로 보면 실적이 미미하지만, 연결로 보면 자회사의 실적이 다 더해져 매출과 영업이익 싸이즈가 상당하죠. 즉 아이디스홀딩스가 연결 잠정 실적이 호조를 거뒀다는 것은 자회사들의 실적이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이디스홀딩스는 자회사로 상장사인 아이디스(DVR 제조), 코텍(카지노 모니터 제조), 비상장사로 아이디피(카드프린터기 제조)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손자회사로 아이디스의 자회사인 IDIS Europe(아이디스 유럽 판매 법인)과 아이디피의 자회사인 IDP Americas(아이디피 미국 판매 법인)를 두고 있습니다. 자회사에 대한 내역은 분기보고서 >재무에 관한 사항 > 연결 재무제표 주석 > 종속기업의 현황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종속회사의 실적을 보면, 아이디스와 코텍 비중이 큰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상 두 회사의 매출과 영업이익으로 아이디스홀딩스의 연결 실적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두 회사 중 어디가 아이디스홀딩스의 실적 개선에 기여한 것일까요.

아이디스홀딩스가 실적 발표를 하기 앞서 점심 때 즈음 아이디스가 2분기 잠정 실적을 냈습니다. 매출액은 327억(+7%, YOY), 영업이익은 41.3억(+18%)입니다. 실적이 잘 나오긴 했지만, 홀딩스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아이디스(143160)가 아니라면? 바로 코텍이 어닝 써프라이즈를 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코텍(052330)은 아직 실적 발표를 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잠깐, 한 가지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디스홀딩스 연결 실적에서 아이디스 실적을 빼면 코텍의 실적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그건 Case By Case 입니다. 이유는 내부거래 때문입니다. 내부거래는 한 마디로 그룹사에 속해 있는 기업들끼리 주고 받은 거래입니다. 연결 실적을 작성할 때 내부거래는 제외합니다. 쉽게 말하면 아버지가 월급으로 500백만원을 벌어왔는데, 자식에게 용돈을 10만원 준다고 해서 그 가족의 총 소득을 510만원이라고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아래 그림을 보면 내부거래에 대한 개념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B기업의 종속회사인 A기업이 매출액 1000억원을 냈는데, 이중 B기업에 대한 매출이 500억입니다. 그리고 B기업은 1000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습니다. 단순 합하면 두 기업의 매출은 2000억입니다. 하지만 A기업이 B기업에게 판매해 발생한 500억원의 매출액은 내부거래로 간주합니다. 따라서 B기업의 연결 매출액은 1500억원입니다. 단순히 ‘아이디스홀딩스 연결 실적 – 아이디스 실적 = 코텍 실적’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럼 아이디스홀딩스 그룹간 내부거래가 얼마나 있는지 알아봐야 합니다. 방법은 단순합니다. 코텍과 아이디스의 실적을 더한 값과 아이디스홀딩스의 연결 실적을 비교하면 됩니다. 두 값이 비슷하다면 내부거래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올 1분기와 지난해 연간 실적을 보면, 코텍과 아이디스 실적의 합계와, 아이디스홀딩스 연결 실적이 유사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즉, ‘아이디스홀딩스 연결 실적 – 아이디스 실적 = 코텍 실적’으로 봐도 크게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설레이는 맘을 잡고 계산해보겠습니다. 아이디스홀딩스 연결 매출액(1003억) – 아이디스 매출액(327억)은 676억(코텍의 추정 매출)입니다. 아이디스홀딩스 연결 영업이익(120억) – 아이디스 영업이익(41억)은 79억(코텍의 추정 영업이익)입니다. 코텍의 2014년 2Q 매출은 349억, 영업이익은 15억입니다. 즉 코텍의 2분기 추정 매출은 YOY 107%, 영업이익은 427% 증가한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저 값이 동일하게 나오진 않습니다. 비중이 미미하긴 하지만 또 다른 종속회사 아이디피와 아주 약간의 내부거래가 있는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죠. 하지만 규모가 적은 만큼 코텍의 실적은 추정 값과 거의 유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끝으로 31일 코텍의 분봉 차트를 보겠습니다. 아이디스홀딩스가 오후 2시 30분부터 주가가 튄 반면, 코텍은 오전 10시 50분부터 차츰 반등했습니다. 다만 코스닥 지수가 장중 1%넘게 하락했다가 1.7%로 상승 마감한 것을 감안하면 코텍의 반등은 실적 때문은 아니라는 것으로 보입니다.

정리하면, 아이디스홀딩스의 어닝 써프라이즈는 코텍의 덕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아이디스홀딩스 주가는 튄 반면, 정작 써프라이즈의 주인공인 코텍은 시장 지수만큼의 상승을 보였습니다. 물론 코텍이 나중에 실적을 발표해도 주가가 이를 반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주가는 사실상 어찌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여기서 말하고 싶은 건 공시를 잘 파악하고, 연결 재무제표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알면, 좋은 투자기회를 찾을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 코텍이 어떤 실적을 발표할지 궁금해지네요.

초수

2015/08/03 10:58 AM

잘 읽었습니다. 근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이렇게 기업 분석하시는 거 보면 상당한 정성을 쏟아야 하는데 기업 하나 하나를
일일이 이렇게 순차적으로 분석을 해 나가시나요? 아니면 어떤 뉴스 등에서 그 기업이
괜찮다라고 하면 그 해당 기업에 대해서 특별히 심도 있게 분석을 하시는 건가요?

저 같은 입장에선 이렇게 요약해 준 글 읽고 이해하기에도 골치가 아파용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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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3 12:08 PM

사실상 위 내용은 개별 기업 분석은 아니고, 아이디스홀딩스 및 아이디스, 코텍의 관계에 대한 설명입니다. 글은 이해를 돕기 위해서 표나 그림 등등 다양한 자료를 붙여 상세히 적었지만,, 홀딩스가 왜? 실적이 잘나올까 하는 궁금증을 갖고 사업보고서를 열어봐 핵심 자회사들을 파악했다면, 위와 같은 팩트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 연결 재무제표의 간단한 작성 원리만 알고 있었다면 말이죠.

한중연

2015/08/03 11:26 PM

늘 잘보고 있습니다~! :D

기림

2015/08/04 08:51 AM

실제 제무재표 적용 살아 있는 강의 잘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뚜뚜

2015/08/04 10:39 AM

재무제표를 이용한 실적 분석 잘 읽었습니다
투자에 많은 도움 주셔서 항상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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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4 11:07 AM

저도 한중연님 글에서 많은 영감 받고있습니다 ~
그리고 다른 분들 역시 도움이 되셨다니 뿌듯합니다 ^^

주식중수

2015/08/05 12:33 PM

와 먼가 대단하시네요 저는 뉴스보고 인기종목 찾아서 하는데 반면에 이런법도있구나 하고 첨알았습니다. 개인적으로 계산은 재능이없어 머리아파서 따라하진못할듯 하지만 좋은글 읽었습니다. ㅎㅎ 대박나십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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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8/06 06:12 PM

주식중수님 제가 설명이 부족했나봅니다 ^^; 요령만 알면 쉽게 적용할 수 있습니다. 다음엔 좀더 이해하기 쉽게 작성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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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을 '미리' 확인하는 법 - 코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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