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iot Lim

글로벌 혁신기업

한미약품, 한국 바이오의 도전

2015/07/30 09:44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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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요약

들어가기에 앞서

주요 시장에서 바이오주의 랠리가 계속되고 있다. 미국 나스닥을 비롯해 유럽, 일본, 중국 시장까지 바이오주는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령화라는 메가 트렌드와 신약으로 상징되는 바이오의 성장성이 교집합을 이루면서 이러한 추세는 쉽게 꺾이지 않을 분위기다.

국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거래소 제약, 코스닥 바이오 지수는 눈부신 랠리를 보여왔다.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울듯 버블에 대한 우려가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국내 대표 바이오 기업이라 할 수 있는 한미약품의 주가를 지금쯤 다시 검토해 봐야 하는 이유다.

1. 한미약품, 파이프라인의 가치

한미약품(128940)은 별도의 기업소개가 필요없을 정도로 잘 알려진 국내의 대표적인 제약/바이오 기업이다. 바이오 주식의 평가는 현재 발생하고 있는 수익가치에 대한 평가보다는 연구 및 임상단계에 있는 파이프라인의 가치에 대한 시장의 예측이 주를 이룬다. 동사가 올해 3월까지는 기존의 제품 수익으로 평가받는 제약사였다면, 일라이 릴리와 라이센스 아웃 계약 이후부터는 미래가치로 평가받는 바이오 기업이 된 셈이다.

동사의 파이프라인의 핵심은 역시 릴리에 라이센스 아웃된 HM71224이다. 아울러, 최근 뵈링거 인겔하임에 라이센스된 HM61713도 주목할 만하다. 향후 당뇨치료제 LAPS-Exendin, LAPS-Insulin, LAPS-Combo 등도 추가 기술 수출 가능성이 있다. 동사는 지난 10여년간 영업실적 악화를 감내해오면서까지 전사적인 R&D활동을 벌여왔으며 하나둘 성과가 나타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그림 1. 주요 파이프라인

국내 증권사들은 동사의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해 3.5~4.0조원 정도로 평가하고 있다. 전체 기업가치 5조원 가운데 75% 이상이 신약의 가치로 설명되고 있고, 기존 영업가치나 자회사인 북경한미 및 기타 자산가치가 20~25%를 차지하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동사 주가를 좌우하는 요인은 현재의 본업이라기보다는 신약의 가치라 할 수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바이오주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신약의 미래가치에 대한 평가가 주를 이룬다. 증권사들이 제시하는 밸류에이션의 적정성을 따지기 이전에 밸류에이션 자체에 많은 가정이 들어간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HM71224의 예상매출이 발생하는 시점은 2021년이며 임상 진행과정상 더 늦어질 수 있다.

아울러, 임상 2상 단계의 약물이 성공할 확률은 평균적으로 15.9%이다. 다시말해 50%도 되지 않는다. 성공보다는 실패의 확률이 높은 상황에서 미래 매출을 추정하는 것은 그만큼 공격적인 가정이 들어가는 셈이다. 물론, 글로벌 제약사가 라이센스 아웃을 한 것이 그러한 리스크를 경감시켜 주기는 하지만, 리스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림 2. SOTP(Some-of-the-Parts) 밸류에이션

2. 시나리오별 주가

동사와 같이 신약을 연구 개발중인 바이오 기업의 주가에는 불확실성과 많은 변수가 존재한다. 이러한 경우 적정주가를 구하는 방법은 예상되는 시나리오의 주관적 확률의 가중치의 합을 사용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주관적 확률은 평가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중간중간 개발진행사항에 따라서도 변할 수 있다.

1) 낙관적 시나리오(25%)

HM71224가 예정되로 진행되고, 여타 신약들 또한 순조롭게 라이센스 아웃 또는 개발이 진행되는 상황을 가정한다. 이 경우 동사의 기업가치는 5~6조원 이상이 될 가능성이 크고, 적정주가는 50~60만원 수준이 될 것이다.

2) 기본 시나리오(50%)

HM71224는 예정되로 진행되지만, 다른 신약 후보들은 절반 정도는 성공하고 나머지는 실패하는 상황을 가정한다. 편의상 HM61713이 실패로 끝나고, LAPS 시리즈가 절반만 성공한다고 가정한다. 이 경우 신약가치는 2.6조원 정도가 되고, 기업가치는 3.6 ~ 4조원 수준이다. 적정주가는 35~40만원 수준이다.

3) 비관적 시나리오(25%)

비관적 시나리오의 전제는 예기치 않은 원인으로 대부분 임상이 실패하거나 중단되는 상황을 가정한다. HM71224와 HM6173이 실패하고 LAPS 시리즈가 5,000억만 가치를 인정받는 것으로 가정한다. 이 경우 기업가치는 2조원이고 적정주가는 20만원 이하가 된다.

하지만, 주관적 확률에 기반한 시나리오는 투자자마다 다른 잣대를 적용할 수 있기 때문에 설득력이 약하며 경우의 수를 따져보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 2상을 통과한 신약 후보가 거의 없는 상황에서 동사가 어떤 성과를 낼지아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 신약개발에 대한 통계는 임상 1상 성공확률 10.2%, 2상 15.9%, 3상 49.8% 이다.)

반면, 최근 주가는 신약의 성공을 이미 대부분 반영하고 있다.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 노력과 그간의 성과를 볼때 신약개발이 굳이 실패한다고 볼 이유는 없다. 다만, 시장이 감내할 수 있는 기간내에 성과를 낼 수 있을지가 의문시된다. 리스크 부분에서 좀 더 자세히 설명하고자 한다.

3. 리스크: 신약 성공까지의 보릿고개 넘기

1) 장기와 단기의 미스매치

필자가 생각하는 최대 리스크는 신약개발 과정은 10년 이상 지속되는 장기적 과정임에 비해, 시장의 주가 평가는 3~6개월 단위의 수익 혹은 수익에 대한 선행지표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장기와 단기의 미스매치는 주식 뿐만 아니라 대부분 금융거래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부분이다. 장기로 생각하는 대주주의 이익과 단기수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시장 참여자 사이의 끝없는 대화 내지 타협의 결과가 매일매일의 주가로 볼 수 있다.

현재 가장 앞서가는 HM71224는 임상 1상 단계에서 라이센스 아웃되었다. 1상 단계에서 글로벌 제약사인 릴리가 라이센스 아웃을 했다는 것은 그만큼 유망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임상 1상 2년, 2상 2년, 3상 2년, NDA(신약승인) 1년이 통상적으로 소요된다고 하면, 임상 1상이 끝났다고 가정해도 결과는 5년 뒤에 나온다는 의미이다.

나스닥 바이오 주요 기업의 경우 일반적으로 임상 3상 이전에 주가가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는 드물다. 미국 투자자들이 신약의 가능성을 알지 못해서가 아니라, 임상 3상까지의 성공 확률 및 제품화 성공 가능성에 대해 시장이 충분히 학습을 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임상 중간중간의 성패에 따라 주가의 변동성이 클 뿐만 아니라 임상의 지연 리스크 등이 항상 존재하고 있음을 미국 바이오 투자자들은 경험해왔다.

2) 라이센스 아웃의 양면성

초기 단계의 신약후보 물질에 대해 메이저 제약사나 글로벌 바이오 기업이 라이센스 아웃을 하는 것은 분명 호재다. 이는 마치 메이저리거의 스카우터가 한국의 고교 야구 선수를 스카웃하는 것에 비교될 정도다. 아직은, 미국 거대제약사 한곳이 1년 동안 R&D로 지출하는 비용이 한국 제약사 전체를 합친 것보다 많다. 이러한 현실에서 국내 제약사가 글로벌 시장을 진출하는 최선의 방법은 라이센스 아웃인 셈이다.

그러나, 라이센스아웃의 가치를 평가하는데는 이견이 존재한다. 보수적 관점에서 본다면 추가적 임상이 성공하기 전까지 받기로 한 마일스톤의 가치는 0(Zero)이고, 확실한 것은 동사가 받기로 한 계약금 뿐이다. 국내언론이 7억 혹은 8억 달러 규모의 기술 수출이라고 전한 기사에서 확실히 받을 수 있는 금액은 계약금 500억원 내외에 불과하다.

또, 얻는 것이 있으면 잃게 되는 것도 있다. 임상 3상 및 NDA까지 독자적으로 수행한다면 글로벌 판권을 독점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데 비해, 임상과 신약승인, 마케팅을 파트너가 대행할 경우 일반적으로 해당시장 판권은 파트너사가 보유하게 되며, 개발사는 8~10% 정도의 로열티를 받게 된다. 따라서, 블록버스터를 개발한다 해도 생각보다 개발사의 몫이 크지 않을 수 있다. (모바일 게임 개발사와 퍼블리셔의 관계와 유사)

아직 개발이 끝나지도 않은 단계에서 제품 로열티를 논하는 것이 다소 무리일 수는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생각해본다면 신약의 성공이 아직 미지수이고, 수익배분도 아직 알기 어려운 상황에서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것일수도 있다.

4. 좋은 기업은 좋은 주식인가

한미약품이라는 기업이 좋은 회사인점은 분명하다. 척박한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의 현실에서 신약개발 분야에서 선구자의 길을 걸어왔으며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도 예상된다. 밸류에이션의 적정성 여부를 떠나 동사에 대한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다.

반면, 한미약품이라는 주식에 대해 말하자면 상황은 좀 달라진다. 필자의 운용사 시절 주니어 애널과 시니어 매니저가 싸우게 되는 장면을 연상하게 된다. 패기 넘치는 주니어 애널이 분석내용을 자신있게 말하고 나면, 시니어는 한마디만 던진다. "이미 주가에 다 반영되었어" 라고...

(성장성이나 수익성이) 좋은 기업이 (앞으로 주가가 오를) 좋은 주식인가에 대해 매니저들은 치열하게 토론한다. 그리고, 좋은 주식이라 해도 단기에 배이상 오를 경우 펀더멘털에 대한 검증 기간을 필요로 하는 것을 보곤 했다. 동사의 리스크는 그 검증 기간이 생각 이상으로 장기전이 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림 3. 한미약품의 주가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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