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연
내일 1등할 종목은 어제도 1등이었다
[기업 탐구] 하이록코리아 1부(1/2) ; 사업보고서 탐구
요약
- 대규모 설비에 들어가는 이음쇠를 판매한다.
- 커버하고 있는 전방사업이 타 업체에 비해 많다.
- 발군의 이익률을 보이고 있으며 이 수치가 지속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1. 사업의 내용 ; 뭐하는 회사니?
1) 피팅, 밸브 시장 개황
사업보고서를 열고 사업의 내용을 누르자마자 맨 위에 나오는 내용이다. 계장용 피팅 및 밸브를 만들어서 판다고 돼있다. 저 피팅이 뭔지 생소하신 분들이 계실 것 같아서 잠깐 부연설명을 하자면 fitting이란 관 이음새를 뜻한다. 즉, 파이프와 파이프 사이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는 부품이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피팅이라는 것 자체가 작고 하찮은 부품으로 여겨질 수 있어서 사진을 한장 더 준비했다.
(http://hncblog.com/120202178789 이 블로그에 피팅에 대한 설명이 잘돼있습니다.)
인천 SK 정유공장의 야경인데 저 흰색 동그라미친 부분들이 다 피팅이다.
대표적인 피팅 제조 회사인 태광이 취급하고 있는 피팅(성광벤드라는 회사도 같은 범용 피팅 업체)이다. 사람 혼자서는 절대 들 수 없고 지게차나 크레인으로밖에 운반할 수 없는 엄-청나게 큰 부품이다.
그렇다면 하이록코리아가 사업보고서에 기재한 "계장용 피팅"은 무엇인가? 피팅에는 두종류가 있다. 하나는 위 사진에서 보이는 피팅 즉, 범용 피팅이고 다른 하나가 바로 하이록코리아가 만든다는 계장용 피팅이다.
딱 봐도 범용 피팅보다 작아보이고 디테일도 있다. 실제 범용 피팅의 경우 크기가 엄청나게 크지만 계장용 피팅의 경우 작은 것은 사람 혼자서도 들 수 있을 정도의 크기의 제품이 있다. 범용 피팅의 경우 단순히 파이프와 파이프를 잇는 역할만 하지만 하이록코리아가 만드는 계장용 피팅의 경우 단순히 두개의 파이프를 잇는 역할 뿐만 아니라 방향 전환, 역류 방지, 압력이나 게이지 조절 등 여러 가지 역할을 하는 제품이다. 제품 자체가 범용 피팅에 비해 더 작고 디테일할 뿐더러 하는 역할도 꽤 여러가지다 보니 하이록코리아가 커버하는 전방산업이 굉장히 많다.
대한민국의 대표 산업에는 다 들어간다고 보면 된다. 범용 피팅 제조업체인 성광벤드나 태광이 커버하고 있는 전방산업의 경우 발전, 석우화학, 조선 정도인데 하이록코리아의 경우 9개나 되는 산업을 커버하고 있는 것이다. 2부에서도 다룰 내용이지만 커버하는 산업의 수의 차이가 다른 피팅업체들과 차별화된 영업이익률의 차이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한다.
한국의 계장용 피팅의 경우 1970년대까지 대부분 수입에 의존했지만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2000년대에 들어서 우수한 해외 제품의 품질 수준까지 도달하게 됐고 현재는 국내외 유수의 설비 기업 등에게서 벤더 승인을 받아 제품을 공급하고 있는 상황이며 여러 해외 프로젝트(ex : 이란의 South Pars Project)에 참여하는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설비산업에는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므로 단기적인 경기변동에 둔감한 편이지만 시장의 전반적인 경기침체 등 장기적인 경기변동에는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하이록코리아의 경우 납품하는 산업이 어느 특정 산업에 집중된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 고루 분포돼있기 때문에 다른 피팅업체들에 비해 경기변동의 영향을 덜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2) 하이록코리아(013030)의 매출 현황
하이록코리아는 두가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하나는 피팅 사업이고 다른 하나는 밸브 사업이다.
표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각 사업이 전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피팅 사업의 경우 Hy-Lok Fitting, Bite Type Fitting, Pipe Fitting 모두를 고려하면 37기(14년)에 약 750억원의 매출을 기록, 전체 매출(1828억)의 41%를, 밸브 사업의 경우 37기(14년)에 약 690원의 매출을 기록, 전체 매출의 37.7%를 차지하고 있다. 이 두 사업부가 총 매출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제품 현황만 보더라도 이 회사의 간판 제품은 피팅, 밸브임을 알 수 있다.
하이록코리아의 경우 친절하게도 제품의 가격을 공시해줬다. 그런데 눈에 띄는 사항이 있었다. 피팅의 경우 특이사항이 없는 반면 밸브의 경우 밸브가격의 추이가 눈에 확 들어올 정도로 변동폭이 심했다. 국내에서 팔리는 밸브의 경우 가격이 급증했지만 반대로 해외에서 팔리는 밸브의 경우 가격이 급감했다.
"비싼 가격에 공급해도 공급량이 줄었다면, 싼 가격에 공급해도 공급량이 늘었다면 전체 매출량에는 변화가 없을 것" 이라는 생각에 혹시나 해서 밸브의 국내외의 매출 실적을 확인해봤지만 판매 단가가 높아지고 낮아짐에 따라 판매 실적이 좋아지고 나빠짐을 알 수 있다. 그래도 변동폭이 너무 크다고 생각해 최근 10년간의 사업보고서를 다 열어보고 가격 변동 추이를 살펴봤다.
10년치를 비교한 결과 판매가와 매출액 추이는 비슷하게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유독 노란색 박스친 부분의 해외부문 제품 가격과 매출액이 눈에 띄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공시자료를 뒤져봤다.
수주를 받은 것이었다! 전체 매출의 40% 가량이 밸브에서 나오는 매출이니까 1015억의 40%면 대략 400억 정도에 45억을 수주받은 것이니 1년동안 벌 금액의 10% 이상을 수주받은, 그야 말로 파격적인 수주였다.
필자는 여기서 "아, 11년 ~ 12년에는 대규모 수주를 받아서 제품 가격과 매출이 급격히 뛴 것이고 지금은 제자리로 돌아오는 중이구나" 라는 결론을 내렸다.
* 저 DBB 밸브가 상당히 마진이 높은 제품인데 자세한 내용은 2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3) 하이록코리아의 경쟁력
하이록코리아의 가장 큰 경쟁력은 광범위한 산업 커버리지가 아닐까 한다. 범용 피팅을 만드는 업체인 성광벤드나 태광의 경우 위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발전, 석유화학, 조선 섹터 정도만 커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석유화학에서 60%의 매출이 찍히고 조선에서 20%, 발전에서 10% 정도의 매출이 찍히고 있다. 그런데 이 산업들은 최근 업황이 그렇게 좋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석유화학의 경우 저유가의 타격을 그대로 받은 업종이기도 하다. 그 결과 산업의 업황 영향을 이 두개의 업체는 고스란히 떠안게 된 것이다. 투자에 비유를 하면 성광벤드나 태광의 경우 소수 종목에 몰빵투자를 한 것이고 하이록코리아의 경우 여러 종목에 분산투자를 한 것이다. 어느 산업의 업황이 안좋아도 다른 산업에서 부진한 매출액을 보충해줄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높은 진입장벽 역시 경쟁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피팅 업체의 영업 방식은 주문에 의한 다품종 소량 생산 체제(customizing)로 높은 기술력과 노하우, 안정성 및 품질에 대한 승인 등의 문제 때문에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은 업종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벤더로 승인을 받아도 승인을 받은 업체들끼리 제한경쟁 입찰 방식을 통해 또 한 번 경쟁을 해야 하는데 기술력과 품질 뿐만 아니라 가격 경쟁력, 뛰어난 고객서비스 등도 갖춰야 한다. 하이록코리아는 1970년대 이후 피팅 제품을 국산화시킨 선도 기업으로 그간 축척된 기술력을 통해 경쟁사 대비 뛰어난 영업력과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또한 국내 최다 공급자 승인(General Vender List)과 수많은 기업들과의 거래실적을 가지고 있으며, 해외에 대륙별로 해외법인과 대리점을 확보하여 다양한 영업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2. 재무에 관한 사항 ; 어제는 어땠고 내일은 어떨까?
1) 재무제표
타 제조업에 비해 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2부에서도 다루도록 하겠지만 산업의 특성이기도 하거니와 이란 이슈도 있었던 부분이다. 매출채권과 재고자산항목을 제외하면 눈에띄는 항목이 기타금융자산 항목이다. 대체 뭐길래 기타로 잡히고 매년 폭증을 하는지 주석을 살펴봤다.
주석을 살펴보니 기타금융자산 = 양도성예금증서임(CD)을 알 수 있다. 단기 금리의 종류 중에는 CD금리도 있는데 이 CD가 바로 양도성예금증서의 약자이다. 양도성예금증서는 통장은 통장인데 일반적인 통장과는 달리 무기명 통장이라 자유롭게 거래가 가능한 통장이다. 기타 자세한 설명은 네이버 백과사전을 참고하면 될 것이고 포인트는 CD도 현금성자산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즉, 222억의 현금성자자산 계정과목에는 들어가있진 않지만 얘도 현금으로 봐야 된다는 뜻이다. 그렇게 따지면 아래 비율 추이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현금 비중이 정말 어마어마해진다. 그래서 첨부한 재무제표의 맨 아래에 보면 매년 단기차입금을 빌려오는데 13년, 12년만 하더라도 단기차입금 > 현금성자산이어서 "어? 갖고 있는 현금보다 더 많이 빌려오네?"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CD까지 생각해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유형자산 주석도 흥미롭다.
주석을 살펴보니 건설중인자산 항목으로 잡혀있는 금액이 지난해 7천만원이었던 것이 23.4억으로 확 늘었다. 최근 2년간 공시들을 쭉 살펴보니 증설에 대한 공시는 없었지만(설비 투자 공시는 의무 공시가 아니다) 건설사도 아닌데 저 계정과목에 비용이 잡힐게 딱히 증설밖에는 떠오르지 않아서 혹시나 하고 검색을 해봤다.
빙고, 증설 이슈가 있었다. 정말 특별한 사유가 있는 게 아닌 이상 물건이 안팔릴텐데 증설을 하진 않을 것이다. 틀림없이 경영자들이 앞으로 하이록코리아가 더 많은 수주를 받을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에 증설을 결정한 것이 아닌가 한다.
2) 손익계산서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올해 사업보고서를 보면 최근 3년간 매출은 늘었는데 매출원가는 줄었다는 점이다. 이것만 보고 "엄청 좋은 상황인데?" 라고 생각하면 곤란할 것이다. 과거 10년치 사업보고서를 살펴보면 원가가 2010년~2012년에 갑자기 증가한 것일 뿐 2012년을 기점으로 다시 꺾이고 있는 추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도 얘기를 한 부분이지만 원가 부분 역시 제자리를 찾아오고 있는 과정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하이록코리아의 손익계산서를 처음 보신 분들은 어마어마한 영업이익률과 순익률에 놀랄것이다. 하이록코리아의 이익률이 얼마나 대단한 수치인지 주요 경쟁사와 한번 비교를 해봤다.
같은 계장용 피팅을 만드는 업체인 디케이락, 비엠티에 비해도, 피팅 업계의 두 공룡인 성광벤드와 태광과 비교해도 하이록코리아의 이익률이 월등하다. 더 놀라운 점은 이 수치가 최근에 반짝한 수치가 아니라 예전부터 쭉 그래왔다는 점이다. 계장용 피팅 업체들 사이에서는 경쟁자가 없는, 독보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고 보는게 맞고 범용 피팅을 만드는 성광벤드라는 공룡 기업에 비해서도 절대 뒤지지 않는 수치를 보이고 있다.
3) 해석
재무제표를 토대로 주요 비율들을 뽑아봤다. 제조업인데도 불구하고 부채비율이 정말 낮다는 점도 인상깊고 단기차입비율이 낮은 것, 현금비율이 높은 것(여기서 말하는 현금비율은 단순히 현금성자산만을 산출한 것이 아닌 CD까지 포함한 것이다.)등이 굉장히 인상깊다. 어디 하나 빠지는 부분이 없는 하나 같이 훌륭한 비율들을 보이고 있다.
3. 정리
1) 하이록코리아가 갖고 있는 강점은 다음과 같다.
- 대한민국에서 하이록코리아의 제품을 안쓰는 산업은 없다고 보면 될 정도로 커버하고 있는 산업의 스펙트럼이 굉장히 넓다.
- 최근 조선 해양 부문의 업황 부진에도 불구하고 하이록코리아가 조선 해양 부문에 납품하는 제품인 DBB 밸브의 마진율이 굉장히 좋아서 지난해 실적 방어가 어느정도 됐다.
- 전방산업이 그렇다고 썩 좋은 편도 아닌데 설비까지 증설하고 있다. 전방산업이 호황이거나 불황이거나 상관없이 경영진들은 앞으로 제품의 매출이 더 늘어날 것이라 판단했을 것이고 그 판단으로 내린 결정이 아닌가 생각된다.
- 업종 자체의 진입 장벽이 굉장히 높지만 38년이라는 업력과 그 과정에서 쌓인 기술력 및 노하우로 시장의 선도적인 지위에 위치해있다.
- 그 결과 동종 업계에서는 경쟁 대상이 없을 정도로 독보적인 지위를 누리고 있다.
- 재무제표는 더할 나위 없다. 현금성자산이 많은 수준이고 당연히 부채비율은 낮을 수밖에 없다.
- 대한민국에서 이런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을 보이고 있는 회사가 또 있나 싶을 정도로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이 높다.
- 중단됐던 이란 향 제품 수출이 재개된다면(2부 참조) 수익성 향상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2) 하이록코리아가 갖고 있는 약점은 다음과 같다.
- 그래도 업황 자체를 무시할 순 없다. 하이록코리아가 커버하고 있는 대부분의 산업군의 업황이 썩 좋진 않다.
- 아직까지 대손충당금 환수(2부 참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조속히 해결돼야 할 사안이다.
- 제 2의 이란 사태(2부 참조)가 다시 오지 말란 법은 없다. 아무리 채무자가 우량해도 생각지도 못한 사건 때문에 돈이 안들어온다면 분명 좋은 상황은 아닐 것이다. 유동자산에서 매출채권의 비중이 높은 것은 피팅 업체의 특징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 부분에 대해 아예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다. 분명 리스크는 리스크다.
- 설비 증설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차입금이 늘어나거나 현금성자산이 줄어들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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