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iot Lim
글로벌 혁신기업
후강퉁, 조정은 방어했으나 신뢰를 잃다
2015/07/15 01:48PM
요약
- 후강퉁, 예상을 뛰어넘는 큰 변동성을 기록했지만 하락조정은 마무리 국면
- 신용 매물 폭탄을 기관 총동원령으로 힘겹게 방어
- 3,800 ~ 4,300선의 박스권 예상되나, 추세적 상승은 어려울 전망
- 중국 주식투자, 보다 신중해져야 할 시점 도래
들어가기에 앞서
상해 증시의 조정은 불과 한달만에 30% 이상의 지수 하락을 기록하며 글로벌 시장 참여자들을 공포에 몰아넣었지만, 지난주 후반 급등세로 반전되며 일단락 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과도한 신용으로 인한 시장의 오버액션은 마무리되고 있지만,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후강퉁의 향후 전망과 쟁점에 대해 알아보자.
1. 숨가빴던 하락은 일단락
지난 6월 상해종합지수는 5,166p까지 상승하며 1년 사이에 152% 급등했으나, 불과 한달 사이인 지난주 중반 고점대비 32% 급락하며 급격한 변동성을 보였다. 다만, 지난 9,10일 에는 지수가 10.6% 반등하며 급락세는 진정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MSCI China 지수의 12개월 Fwd PER는 7월 10일 기준 9.7배(연중 고점 4월 12.3배)를 기록했다. 주중에는 9배 미만으로 떨어지며 후강퉁 이전인 지난해 상반기말 수준에 근접하기도 했다. 상하이종합지수의 12개월 Fwd PER는 15배(6월 20배)이고, 지난 주중 13배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주로 대형주로 구성된 MSCI China 지수의 밸류에이션(PER 기준)이 후강퉁 실시 이전 수준까지 떨어졌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급락세 지속 위험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상해종합지수 3,800p 이하는 과거 10년 평균 Forward P/E 14.0배에 해당하는 수준으로 바닥에 가깝다. 상해지수 4,500p 이상이 과도한 기대감이 불러온 오버슈팅이었다면, 3,800p 이하는 공포심리(패닉)에 의한 과매도 구간이다.
앞서 여러차례 밝혔듯, 중국 증시 급락의 시작점은 정부의 신용규제였다. 중국 증시는 6/14일 증감회(CSRC)의 신용감독 강화조치가 발표되면서 시작된 Panic selling이 4주째 이어졌다. 중국의 증시 관리 능력은 과거 80,90년대 한국의 관치금융에 비교될 정도로, 자본 시장과의 소통은 엇박자를 탔다.
하지만, 급락의 근본적인 배경은 과잉 유동성으로 인한 지나친 레버리지 투자와 심천과 창업반 등 성장주의 가격버블이었다.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와 창업판 등 성장주의 가격 버블은 점차 완화되고 있다.
상해증시에서 신용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1분기 22%에 달했으나 7월 들어 8%까지 급감했다. 신용잔고는 6월 고점 1.5조 위안에서 최근 1조 위안 이하로 큰 폭으로 감소하였다. 중국 성장주를 대표하는 창업판의 Trailing P/E는 80배 수준으로 여전히 높으나, 고점 140배 대비 40% 이상 조정을 받았다.
그렇지만, V자형 반등세를 보이며 시장이 상승세를 회복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7월말까지는 여전히 높은 변동성을 보이며 안정적 지지선을 찾아갈 전망이다.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증시 부양정책을 쏟아냈다. 이와 동시에, 기관을 총동원하면서 추가 하락은 막았지만, 정책과 중국 경제에 대한 대내외적 신뢰가 상당부분 금이 가는 댓가를 치뤄야 했다.
그림 1. MSCI China 및 상해종합지수 밸류에이션 추이
그림 2. 신용잔고 청산 추이
2. 상승장에서 박스권 장세로
1) 3분기 상해지수 3,800 ~ 4,300 박스권
3분기 중국시장에 대해 상해종합지수 기준 3,800~4,300pt의 박스권을 예상한다. 중국 증시의 추세적 상승이 끝났다고 보기는 어려우나, 향후 중국 증시가 지난 1년과 같은 급등세를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 이번 조정을 통해 정책 및 유동성 효과에만 의존하는 시장의 한계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아울러,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은 아직까지는 하향기조다.
수급 요인의 해소와 거듭된 증시 부양책으로 상해종합지수는 4,000선 회복이 기대되며, 중기적으로 3,800~4,300pt 수준의 등락을 예상한다. 변동성이 증폭될때마다 일시적으로는 4,000선을 하회하는 흐름도 나타날 전망이다. 3분기 중국 경제 펀더멘털의 개선, 개혁 정책의 성과, IPO 재개 등이 투자 판단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상승장의 중반에서 큰 변동성을 경험한 투자자들이 과거와 같이 유동성에 기반한 공격적인 투자를 재개할지는 불분명하다.
그림 3. 상해종합 및 MSCI 차이나 기업의 EPS 전망추이
2) 과도한 비관은 경계
3분기 중국 증시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핵심인자는 여전히 정부정책과 경기로 판단된다. 비록 정책의 파워가 예전만 못할 수는 있지만, 중국 정부의 주식시장에 대한 시각은‘건전한 자본시장 육성’이며 부양의지가 명확하다. 문제는 당국에 대한 신뢰다.
7월 들어 쏟아진 중국 정부의 증시안정화 대책은 일부 시행착오를 일으켰으나 정책의 누적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날 전망이다. 인민은행의 무제한적 유동성 공급과 향후 지방 양로보험 등 직접적인 중장기 기관 투자자의 매수를 통해 증시 안정화가 기대된다.
중국 증시 반등 조건의 나머지 한 축은 경기다. 상반기 중국 증시 상승과 경기 하강이 초래한 디커플링 현상은 상해증시의 부담요인이었다. 3분기 이후 경기의 완만한 회복을 예상한다. 3분기 중국 경기 회복요인은 1) 지방정부 채무교환 프로그램, 2) 부동산 경기 bottoming-out, 3) 인프라 투자확대에 따른 순환적인 사이클에 해당한다. 중국 기업실적의 눈높이 상향조정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림 4. 중국 정부의 증시 부양책
3. 이번 조정이 남긴 것들
1) 중국 시장의 한계
애초 후강퉁의 시행 목적은 중국 증시의 자율성을 확대하고 외국인을 비롯한 다양한 참여자 유치를 통해 선진화된 자본 시장으로 육성한다는데 있었다. 그 이면에는 과도한 부채로 고통받는 중국 기업의 부채비율 하락과 대차대조표 건전화, IPO와 창업반 활성화를 통한 중국내 혁신기업의 육성 등 리커창 총리의 노림수 또한 존재했다.
후강퉁의 시행 목적이 외국인 투자자가 중국 주식에 투자해서 수익을 내게 하려는 것은 아니었고, 중국내 개인들이 무분별한 신용으로 투기에 가까운 투자를 하게 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원래 목적과는 다르게 후강퉁을 통한 외국인 투자자의 참여는 기대에 못미쳤고, 예상치 못한 급락을 방어하기 위해 중국 정부는 정책 수단을 총동원함과 동시에 다시 정부의 시장 통제력을 높이는 조치를 취했다. 결과적으로 급락과 조정은 마무리되었지만 시장의 자율성 확보는 한발더 멀어진 느낌이다.
한국 투자자들은 후강퉁 투자에 있어 본질적으로 정보와 접근성의 제약을 받는 외국인 투자자이다. 중국 지본시장이 아무리 발전한다 해도 이러한 특성은 쉽게 변하기 어렵다. 외국인으로 투자할때 선결조건은 투명성이며, 이러한 투명성은 시장이 지율적으로 작동할때 확보가 가능한 부분이다. 세력이나 당국에 휘둘리는 시장, 혹은 펀더멘털 보다는 센티멘털이 우선시되는 시장은 건전한 장기투자와는 거리가 멀다.
이번 조정은 후강퉁 시행 8개월을 맡는 시점에서 중국 시장의 존재하는 문제점이 일시에 터져나온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높은 개인 투자자 비중 그리고 풍부한 유동성이 만나 태풍과도 같은 상승세를 보여줬다. 하지만, 그러한 태풍은 한순간에 소멸될 수 있다는 것을 투자자들은 알게 된 셈이다. 거듭된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개선되지 않는 경제 펀더멘털과 취약한 투자 심리, 자율성보다는 정부 당국의 의중에 휘둘리는 시장의 위험성을 보게 된 셈이다.
2) 남은 숙제는 신뢰 회복
미친소라 불리던 유동성 장세에서 실적 장세(=느린소)로 진행 가능 여부가 3분기 중국 증시에 대해 최대 관전 포인트로 생각된다. 거듭된 부양책의 효과로 중국 경제가 개선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 큰 이견이 없으며, 중국 증시도 경기 개선과 함께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다만, 펀더멘털 개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부정적 효과는 생각보다 클 수 있다.
아울러 국유기업 개혁을 비롯한 시진핑, 리커창 지도부의 그간의 경제 개혁이 중국 경제의 효율성 향상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그간의 주가 상승이 개혁 지지도를 높이며 개혁 강화의 명분을 제공해주었다면, 주가 하락은 그러한 명분을 시험대에 올려놓은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이미 공산당원수를 넘어선 중국 주식 투자자 수를 고려시 증시의 성패가 경제 개혁 그리고 중국 지도부의 성패와 동행할 개연성이 커졌다. 중국 지도부가 증시 부양에 목을 매고 있는 것도 그때문이다.
자본시장 발전이 신창타이(뉴노멀)에 맞는 중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를 위한 필요조건이라면, 인민들의 투자 성공과 개혁에 대한 여론의 지지는 중국 지도부가 지속적인 개혁의 추진과 흔들림없는 통치력을 담보하는 충분조건이라 할 수 있다. (과거 한국의 군사정권 시절 취약한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제 성장에 모든 것을 집중했던 경험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이미 서방 언론들은 중국 증시와 경제의 위기론을 대대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주요 글로벌 미디어들은 표면적으로 중국 경제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으나, 악의적인 의도가 전무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러한 대외적 우려가 중국 내부로 확산되어 신뢰의 위기가 지속된다면 중국 증시와 경제가 예상치 못한 침체나 위기 국면으로 접어들 가능성 또한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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