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iot Lim

글로벌 혁신기업

후강퉁, 급락 다음엔 기간조정

2015/06/29 06:04PM

요약

들어가기에 앞서

상하이 증시가 폭락을 계속하고 있다. 2주만에 고점대비 지수가 20% 가까이 하락하면서 시장 참여자들을 공포에 휩싸이게 하는 분위기다. 당황한 중국 당국이 예대율, 금리, 지준을 모두 내리면서 지수 방어에 나섰지만, 불안 심리는 가시지 않고 있다. 두번의 상승과 두번의 조정을 거치고 있는 후강통의 하반기 전망에 대해서 알아보자.

1. 상하이 증시, 7년 만의 최대조정

중국 증시가 지난 26일 장중 8% 이상 폭락세를 기록하며 거래를 마쳤다. 26일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날보다 7.4% 떨어진 4,192.87로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마감가 기준 지난 1월19일(7.70% 하락)이후 5개월래 최대 낙폭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장중 한때 8.6% 가까운 폭락세를 보였다. 장중 8% 하락한 시점에서 상하이와 선전 양시장의 2,600여개 종목 가운데 근 2,000개 종목이 하한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인민은행의 부양책이 발표 이후 첫거래일인 29일에도 상해종합지수는 3.3%하락하며 급락세를 이어갔다. 장중에는 4,000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심천증시는 6.1%, 중소판 6.6%, 창업판 7.9% 등 심천과 중소형주는 금요일에 이어 가파른 하락으로 마감했다. 하락이 진정되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최근 1년동안 124%나 급등하는 급성장세를 보였다. 중국 정부가 경기 둔화에 맞서 부양책을 확대할 것이란 기대감이 주가 상승에 기여한 것이다. 특히, 중국 투자자들이 신용거래를 통한 주식 매입에 열을 올리면서 열기가 한층 고조됐었다. 아울러 지난해 11월 후강퉁이 시행되면서 중국 A주로 매수세가 유입된 것도 주가 상승을 도왔다.

그러나, 상하이 증시를 둘러싼 과열 경계감 또한 높아지며 증시 역시 조정 압력을 받아왔다. 고점(5166.35p) 대비 18.8%에 달하는 주가 조정이 나타났는데 이는 2주 간의 조정 폭으로는 2008년 6월 이후 7년 만에 최대 조정이다. 최근 2주에 걸쳐 상하이종합지수가 3% 이상의 낙폭을 기록한 날만 6거래일 이상이었다.

그림 1. 상해종합지수 추이

이번 폭락을 두고 여러가지 원인이 제기되고 있으나 가장 큰 이유는 역시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라 할 수 있다. 상하이 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전날까지 마진트레이딩(신용거래)을 통한 주식 보유액은 4거래일 연속 감소해 1.4조위안 규모로 줄어들었다. 장내의 우산신탁과 증권사 신용 외에도 장외의 그림자 금융을 통한 신용을 통해 중국 개인 투자자들은 화끈한 랠리를 즐겼으며, 심천과 창업판 시장은 폭발적인 상승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에 중국 정부의 신용거래 규제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증시의 신용융자 잔액은 작년 말 1조위안에서 5개월 만에 2조위안으로 불어났다. 증시가 대세상승 조짐을 보이자 개인투자자들이 앞다퉈 빚을 내 주식을 샀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외부 금융기관이 증권사를 통해 개인투자자에게 주식 매수 대금을 빌려주는 ‘장외 신용융자’를 금지시켰다.

그림 2. 중소판, 창업판 밸류에이션 추이

2. 인민은행 풋(Put)과 엇갈리는 전망

인민은행이 대출·예금 기준금리와 일부 금융회사의 지급준비율을 28일부터 동시에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인민은행이 이례적으로 기준금리와 지준율 동시 인하 카드를 꺼내 든 것을 더 이상 주식시장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인민은행의 기준금리/지준율 동시 인하는 2008년 금융위기(12월) 이래 두 번째에 해당하는 이례적인 조치다.

삼성증권은 이를 인민은행 풋으로 표현했다. 미 연준 양적완화 당시 '버냉키 풋'이란 용어처럼 주식 하락을 막겠다는 의지로 본다는 뜻이다. 삼성증권은 기준금리, 지준율 동시 인하조치는 1) 금융시장 안정화, 2) 경기 모멘텀 강화를 목표로 한다며, 중국 인민은행의 4차 금리인하 조치는 증시의 Panic 심리를 돌려세우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미 세 차례의 금리인하를 했기 때문에 약발은 아무래도 떨어질 전망으로, 기존의 강력했던 시장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인민은행의 조치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IB들은 중국 증시의 강세장이 막을 내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이날 보고서에서 “12일에 기록한 상하이종합지수의 연중 최고치가 강세장의 정점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중국 본토 주식의 구입을 자제하라고 고객들에게 조언했다.

유명 스트래터지스트 조나던 가너는 또한 “모건스탠리는 상하이종합지수가 향후 1년간 현재 수준에서 20~30%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는 중국증시의 주요 관심사로, 기업공개(IPO) 급증과 기업 실적 성장의 취약성, 과도한 밸류에이션, 심각한 신용거래 등 네 가지를 꼽았다. 앞서 블랙록과 크레디트스위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도 지난 주 중국증시는 거품 상태이며, 조만간 붕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반면, 중국 현지 증권사들은 회복 전망을 내놓고 있다. 광대증권은 “인민은행이 강도 높은 유동성 공급책을 내놓은 만큼 상하이증시도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장성증권은 "전반적 활황장에서 하반기 부분적(구조적) 불마켓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구조적 불마켓이라고 해서 지수의 최고치 갱신이 없으리라는 것은 아니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포지션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그림 3. 상해증시 추이와 정부 정책

3. 폭락 이후 체크 사항

시장의 급격한 하락 뒤에는 많은 설명과 음모론이 난무하고는 한다. 미디어들은 주식 시장을 대단히 드라마틱한 공간으로 포장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이번 조정은 과도한 신용과 반대매매 매물이 불러온 패닉 셀링으로 강세장 중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으로 생각된다. 최근 중국의 변동성이 매우 큰 것은 사실이지만, 과거 한국을 비롯해 개인의 비중이 높은 이머징 마켓 증시는 예외없이 현란한 변동성과 주기적 급등락을 경험했다.

현 상황에서 중국 증시의 저점을 예단하기는 어렵다. 우선, 개인비중이 매우 높아서 군중심리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경기 모멘텀이 약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장은 유동성을 배경으로 급하게 올랐고, 밸류에이션이 아주 매력적이라 할 수도 없다. 하락세를 멈추고 기간 조정에 들어가기 위한 전제는 신용 비중 축소, 펀드 환매, 시장 심리 회복으로 생각된다.

1) 신용 매물의 정리

이번 조정의 종료 여부를 알기 위해서 가장 우선적으로 지켜봐야 할 지표는 신용 비중으로 생각된다. 시장에서는 어떠한 호재나 대책보다도 단기적으로는 수급의 힘이 강하다. 신용매물로 인한 수급 부담이 해소되기 전까지는 시장의 사소한 등락은 관망하면서 대응할 필요가 있다. 20%에 육박했던 신용거래 비중이 10% 이하로 떨어진다면 수급 부담은 일단 해소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림 4. 상해증시 신용거래 비중

2) 펀드발 후폭풍 이후 지지선 찾기

중국 증시가 개인 비중이 80% 이상으로 매우 높은 편이지만, 기관투자자들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외국인 비중은 불과 2% 이하로 매우 낮지만, 기관 비중은 15% 수준으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하락에 놀란 펀드 투자자들이 환매에 나설 경우 기관발 환매가 2차 수급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중국 시장은 펀더멘털보다는 센티먼트가 좌우하는 유동성 장세의 모습을 보여왔다. 그리고, 센티먼트는 인민은행의 유동성과 공산당이 제시하는 정책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인민은행이 나선 이상 이번에도 4,000선 수준에서 지수 하단 방어는 생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심리적인 안정을 찾는 기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군중심리로 인한 비이성적 흐름이 진정된다면, 상해종합지수 60일선과 120일선 사이에서 지지선을 찾을 것으로 생각된다.

3) 트레이딩 대응 구간

중장기적으로 중국 증시는 여전히 상승장으로 예상한다. 그 동안 중국 증시 강세를 견인했던 일대일로, 국유기업 개혁 등 주요 모멘텀이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이다. 상해종합지수가 4,100p대로 하락하면서 시장의 12개월 예상 PER이 15배(블룸버그 기준)수준으로 밸류에이션 부담은 줄어들었다.

또, 그동안의 부양조치가 누적되면서 경제지표와 기업실적의 개선도 가능해 보인다. 실제로 최근 PMI, 부동산 거래량 및 가격지표들이 개선되고 있어 하반기 경기 개선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 이번 폭락을 불러온 신용규제 강화는 길게 본다면 투기 자금을 제거해줌으로써 시장이 안정적으로 상승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다.

문제는, 시장이 새로운 주도주를 찾기 전까지는 올여름 동안 지루한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데 있다. 또, 상승기에는 결코 찾을 수 없던 매물이 하락기에는 끝도 없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 다음번 주도주를 사서 보유하기는 아직 어렵다. 시장 심리가 진정되면 낙폭과대주 위주로 단기 트레이딩으로 대응할 시점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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