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연
내일 1등할 종목은 어제도 1등이었다
이슈 분석 ; EB 발행과 대차거래
요약
- 최근 카카오가 2300억원 규모의 대규모 자금을 EB를 발행해서 조달했다.
- 그런데 교환 대상이 카카오 본주가 아닌 로엔이었다.
- 더 특이한 점은 카카오가 주관사에게 주식 교환 물량 만큼 대차거래를 열어준 것이다.
- 로엔은 펀더멘탈과는 상관 없이 향후 몇년간 박스권에 갇힐 것이다.
도입
지난달 26일, 카카오에서 공시 하나가 나왔다. 내용은 2300억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한 것. 그런데 굉장히 특이한 교환사채이다. 만기 5년에 이자율이 0%인 교환사채인 것이다. 이말인 즉슨, "우린 빌린돈 현금으로 갚을 생각 없고 주식으로 갚을거야" 란 의미이다. 그런데 더 특이한 점은 돈 빌린 주체는 카카오인데 카카오 본주로 갚는 것이 아닌 최근 합병한 로엔의 주식으로 갚는다는 점이었다.
그런가보다 하고 공시를 보다가 정~말 특이한 부분을 발견했다. 바로 위의 캡쳐 부분이다. 교환사채 발행과 엮어서 대차거래를 채권을 발행해준 주체인 씨티와 모건에게 열어준 것이다. 이 이슈로 로엔은 당일날
장 중 -10% 이상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6.8%로 급락 마감하는 날벼락을 맞았다.
하지만 필자가 오늘 주목하고 싶은 것은 바로 맨 위의 캡쳐본인 EB와 연계된 파생거래이다. 지금부터 한번 저 공시의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도록 하겠다.
이슈의 도식화
위 이슈를 도식화 시키면 이렇게 된다. 씨티와 모건(이하 주관사)가 카카오의 채권을 발행해주고 카카오에게 2300억원을 빌려준 것이다. 하지만 위에서도 언급했듯이 교환사채의 이자율이 0%라는 얘기는 만기 때 카카오가 돈으로 갚는 대신 주식으로 갚겠다는 의미이고 바꿔 말하면 주관사가 교환 대상 주식인 로엔의 주식 가격이 오를 것에 베팅을 한 것과 마찬가지가 되는 것이다.(옵션의 롱 포지션 ; 교환가액이 대략 105,000원인데 이는 향후 로엔의 가격이 올라도 이 105,000원이라는 가격에 로엔 주식을 가져갈 수 있게 되는 것이므로 로엔의 가격이 오를수록 이득이다)
하지만 이말은 곧, 주관사는 주가의 변동성 위험(여기서는 로엔 주가의 하락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말과도 동의어이다. 당연히 주관사는 이 위험으로부터 도망가고 싶을 것이다. 여기서 헷징의 개념이 등장한다.
헷징이란 간단하다. 한 - 일 전 축구경기가 열린다고 가정했을 때 중연이와 철수는 치킨 내기를 했는데 중연이는 한국이 이긴다에 베팅을 했고 철수는 일본이 이긴다에 베팅을 했다. 그런데 가만 보니 한국과 일본의 실력차이는 그렇게 크지 않아서 문득 중연이는 자기가 내기에서 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불안한 마음에 영희를 찾아가 똑같이 치킨 내기를 한다. 그런데 이번엔 중연이는 일본이 이긴다에 베팅을 했고 영희는 한국이 이긴다에 베팅을 했다. 이렇게 되면 결국 철수와의 내기에서는 져도 영희와의 내기에서 이겼기에 영희에게서 받은 치킨을 철수에게 주면 그만인 셈이 된다. 물론 중연이는 치킨을 먹을 기회가 없어진 것이지만 반대로 치킨을 살 위험 역시 없어진 것이 된다.
주관사의 입장도 마찬가지이다.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포지션을 롱 포지션으로 가져간 것과 동일한 것이기 때문에 가격 상승에 대한 보상의 기회가 주어진 만큼 반대로 하락에 대한 위험도 함께 주어진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주관사는 한쪽으로는 숏 포지션을 취하는 즉, 대차를 통한 공매도를 해야 한다. 그래서 공시의 17. 과 같은 파생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당연히 공짜로 대여해오는 것은 아니고 카카오에게 1%의 수수료를 주는 것을 조건으로 대여해오는 것이다.
영리한 주관사
그런데 주관사 입장에선 "어? 공매도는 굳이 우리가 안해도 되잖아? 우리가 하면 1%의 수수료를 내야되는데 현상 유지를 위해(롱 - 숏 동일 비율 유지) 꼬박꼬박 수수료를 내야된다면 이건 완전 안하느니만 못한 짓이잖아?!" 라고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주관사가 취할 수 있는 행동은 무엇일까? 바로 카카오에게 대여받은 물량을 다른 기관투자자들에게 재대여를 해주는, 대여를 주관해주는 것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카카오게에 주는 수수료에 + α 만큼 붙여서 수수료를 책정하는 것이다.
이를 도식화 시키면 다음과 같다.
이렇게 되면 현상 유지만으로 유지비용(1%의 수수료)가 나가던 상황에서 갑자기 가만히만 있어도 + α 만큼의 수수료 수익이 들어오는 아주 해피한 상황이 연출된다.(필자는 이 구조를 그려보고 와, 이런게 아트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정리
- 카카오가 교환사채 발행을 주관사(씨티와 모건, 얘네는 채권을 발행해준 주체이므로 얘네가 채권을 다 팔아야된다. 카카오라는 도매상에서 채권이라는 물건을 떼와 기관투자자들이라는 고객들에게 파는 소매상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끼고 한 것이고 그 주관사에게 대차거래를 열어준 것, 대차거래의 대가로 카카오는 주관사로부터 1%의 수수료를 받게 된 것
- 이 계약으로 인한 공매도 물량 때문에 발행 당일 로엔의 주가가 급락한 것(실제 26일 매도물량 대부분이 씨티 창구에서 나온 물량이다)
- 올 6월 22일부터 교환이 가능한데 주가가 그 때까지 올라가면 교환 실익이 생겨 교환이 될 것
- 교환이 된다면 실제 시장에 돌아다니는 물량은 늘어날 수도 있음
- 왜냐하면 교환 물량인 2,191,885(카카오가 들고 있는 로엔 지분의 8%)주는 원래는 시장에 돌아다니지 않는 물량이었음(대주주가 갖고 있는 물량이니까)
- 만약 이 물량 모두가 교환이 된다면 그말인 즉슨, 교환가액보다 현재 주가가 높은 상태일 것이니 이만큼의 물량 모두가 오버행(잠재 매도 물량)으로 인식돼서 교환 이후 주가가 투자자에게 썩 우호적이진 않을 수도 있음
- 하지면 현재 로엔의 경우 실제 시장에 돌아다니고 있는 주식 수가 전체 상장된 주권 대비 24%밖에 안돼서 거래량에 따라 주가가 많이 왔다갔다 하는데 저만큼의 물량이 더 돌아다닌다면 실제 시장에 돌고있는 유통주식 수는 더 많아지는 것이므로 환금성(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보면 오히려 더 좋은 것일 수도 있다.(로엔 IR 담당자의 의견)
- 또 이 2,191,885개의 물량 전부를 헷지펀드같은 단기 자본이 가져간 것이 아닌 60% 정도는 장기투자자가 가져가고 40% 정도만이 단기 자본에서 가져갔다고 카카오가 자체 집계(로엔 IR 담당자의 의견)
- 그래서 2,191,885개의 물량이 시장에 모두 나오진 않을 것(로엔 IR 담당자의 의견)
- 이 거래를 통해 카카오가 얻는 실익 : 어떻게 보면 공짜로(?) 2300억원을 조달한 것, 어차피 지분율 50% 넘어가면 60%든 70%든 그 이상은 의미 없이 주주총회의 안건 자력으로 통과시킬 수 있으므로 필요 이상만큼(50% 이상)의 로엔 지분을 굳이 갖고 있을 필요가 없음
- 이 거래를 통해 주관사가 얻는 실익 : 앉아만 있어도 + α 만큼 수수료 수익이 계속 들어오는 상황 연출 가능
- 로엔의 펀더멘탈에 상관 없이 일정 기간 동안 로엔의 주가는 박스권을 형성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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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자료로도 향후 주가를 예측할 수 있네요! 잘 봤습니다
와 정말 아트네요. 분석글 잘 봤습니다.
#steve #레인블루
응원 감사합니다, 더 좋은 컨텐츠를 제공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정말 잘봤습니다.
진짜 아트군요~ 한방에 들어오네요~
주관사(씨티, 모건)이 long포지션이라는 건 다소 오해의 소지가 있는 듯 합니다. 엄밀히 말하면, 주관사를 통해 EB에 투자하는 기관투자자들이 long포지션을 취하는 것이죠. 대차거래 또한 long포지션에 노출된 기관투자자들의 risk 헷지를 위한 장치입니다. 주관사(판매가 안돼 남는 물량을 떠앉는 경우를 제외하면)는 주선인의 역할이지 투자자의 역할이 아닌 것으로 이해됩니다. 당연히 투자위험에 노출되지도 않고, 당연히 리스크헷지 또한 불필요합니다. +a 또한 주선인이 가져가는 거래수수료 성격으로 이해하는 것이 더욱 타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래는 롯데쇼핑 EB 발행 관련 기사입니다만 유사한 케이스라 참고가 될 것 같습니다.
http://www.thebell.co.kr/front/free/contents/news/article_view.asp?key=201301220100031590001741
#꾸미여
감사합니다 ^^!
#Moong9
아, 글을 다시 한번 살펴보니 논의가 다소 엉뚱한 방향으로 돼있었네요, 처음부터 옆길로 샜던 논의를 바로잡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주관사를 통해 물량을 가져간 친구들(위에서 말한 60%의 장투집단 + 40%의 단타집단)이 long 포지션을 취하는 것입니다. 그에 따라 + α 만큼 fee를 챙기는 것이구요. 논지의 방향을 환기시켜주시고 바로잡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글 잘 봤습니다. 매우 유용하고 친절한 설명 감사드립니다. 그런데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것은, 구조는 알겠는 데, 그래서 왜 박스권이 유지된다는 것일까 입니다. 현주가와 교환가격 (즉, 7만원과 10만원) 사이에서 움직일 경우 옵션 행사도 못하게 되고, 공매도한 것도 손실을 보게 되니 어쨌든 현주가보다 떨어트리거나 교환가격 이상으로 오르는 것이 기관이 바라는 방향 아닌가요? 제가 잘못 이해한 것인지요?
#Moonwave
숏(공매도)의 기준가는 4/25 종가인 82,300원이고 롱(교환)의 기준가는 공시 내용에 나와있는 것 처럼 104,933원인데 숏을 가져간 주체는 어떻게든 숏의 BEP(손익 분기점) 이하로 주가를 형성하려 할 것이고 롱을 가져간 주체는 어떻게든 롱의 BEP 이상으로 주가를 형성하려 할 것이므로 둘 사이의 힘싸움은 분명히 존재할거라 생각을 한 것입니다 ^^; 물론 박스에 갇히는 시기는 EB가 다 교환되기 전이고 EB 물량이 모두 교환된다면 그 다음부터는 순수 로엔의 펀더멘탈로 주가가 움직이지 않을까 합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