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학(증플캠퍼스 강사)

사업보고서, 공시, 재무제표 기반의 투자 포인트 찾기

ROE로 본 '백종원'과 '편의점'의 공통점

2016/01/16 09:19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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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F리테일, 현대백화점
요약

'Return On Equity'의 약자로 '자기자본이익률'이라고 합니다. Return은 '돌아오는/남는 것', Equity는 ‘자본’ 입니다. 즉 투입한 자본 대비 수익을 의미합니다. 투자 대비 수익률 개념인 것이죠.

 

쉽게 보면 ROE는 ‘금리’와 같은 말입니다. 요즘 시중은행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1.5%수준입니다. 그렇다면 예금에 대한 ROE는 1.5%인 셈이죠.

 

때문에 ROE는 일반적으로 높을수록 좋습니다. 투자 대가 워렌 버핏이 ‘15%이상의 ROE를 유지하는 기업에 투자하라’라고 밝힌 이유기도 합니다. ROE는 투자자, 경영자 모두에게 중요한 개념입니다. 

 

좀 더 이론적으로 들어가 보도록 하죠..

 

ROE의 식은 앞서 살펴 본 것처럼 ‘순이익/자본’입니다. ROE를 더 분해하면 다음과 같은 3가지 변수의 곱으로 나타납니다. 

 

< ROE 기본산식, ROE 듀폰분석 >

 

‘순이익/매출액’ X ‘매출액/자산’ X ‘자산/자본’입니다. 즉, ‘순이익률’ X ‘자산회전률’ X ‘재무레버리지’입니다. 미국 화학회사 듀폰(Dupont)에서 만들었다 해 ‘듀폰분석’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성가시게 찢어 논 것일까요... 하나하나 의미를 살펴보겠습니다. 

 

순이익률은 즉슨, ‘얼마나 많이 남겼나?’라는 의미입니다. 자산회전률은 주어진 자산을 활용해 얼마나 많은 매출을 거뒀냐는 뜻입니다. 쉽게 말하면 ‘얼마나 많이 팔았나?’입니다. 마지막 재무레버리지는 자산(자본+부채)을 자본으로 나눠 구하는데, 이 값이 높게 나온다는 것은 부채가 많다는 의미입니다. 즉 ‘얼마나 남의 돈을 끌어다 썼나?'입니다.

 

< ROE 구성 요소의 의미 >

 

정리하면 ROE는 ‘많이 남기나?’, ‘많이 파나?’, ‘많이 빌려 쓰나?’에 따라 달라집니다. 같은 ROE라도 어떤 곳은 ‘많이 남기는’ 업체가 있고, 또 다른 곳은 ‘많이 파는’ 업체가 있습니다. 즉 ROE만 가지고도 이 기업의 BM(비즈니스 모델) 핵심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자산회전률로 보는 비즈니스 트렌드 – 가성비의 시대

 

2015년 한 해, 새롭게 부각된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쿡방’입니다. 케이블 채널에서 시작된 쿡방 열풍은 삽시간에 안방극장을 점령하며 쉐프들을 일약 스타로 만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쿡방 열풍의 원조는 누구일까요? 당연 ‘백주부’입니다. ‘마리텔’, ‘집밥 백선생’, ‘백종원의 3대천왕’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지난해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습니다. 

 

< 백종원 도시락 광고 / 출처: CU >

 

사실 백종원은 TV 출연 전부터 비즈니스적으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백 씨가 운영하는 사업체인 더본코리아는 한식 전문 프랜차이즈로 ‘새마을식당’, ‘한신포차’, ‘본가’, ‘홍콩반점’, ‘빽다방’ 등 10가지 넘는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 더본코리아 주요 브랜드 / 출처: 더본코리아 >

 

백종원 브랜드의 공통점은 가격 대비 성능비, ‘가성비’입니다. 저렴한 가격에 양도 많고, 맛도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불황형 먹거리 키워드는 싸면서 푸짐하고 맛까지 있는 곳입니다. 모순처럼 들리는 소비자의 니즈를 백종원은 해결한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확장세는 실제 성과로도 드러납니다. 더본코리아의 매출액은 2012년 683억원, 2013년 775억원, 2014년 927억원으로 증가했습니다. ROE 역시 같은 기간 20% 내외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 더본코리아 매출액, ROE / 출처: 감사보고서 >

 

새마을식당이나 빽다방이 결코 ‘비싼’ 음식을 팔지 않습니다. 다른 곳보다 평균 10~30% 가격을 낮추고 대신 손님을 많이 모으는 것이 전략입니다. 박리다매인 셈이죠. 

 

실제 더본코리아의 ROE를 분해해보면 자산회전률 즉, ‘많이 파나?’ 이 부분이 2배내외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음식료 상장사의 대장주격인 오리온은 0.5배, 농심은 0.84배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입니다. 

 

< 더본코리아 ROE 구성요소 / 출처: 감사보고서 >

 

가성비의 트렌드에 부합하는 먹거리로 가맹점을 늘려가는 ‘많이 파는’ 비즈니스의 성공 모델인 셈입니다. 

 

편의점의 활약, 백화점의 부진

 

가성비의 비즈니스 트렌드는 유통업계에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프라인 점포 기준으로 가장 양극단에 위치한 유통채널은 백화점과 편의점입니다. 고가의 브랜드를 판매하는 백화점, 700원짜리 삼각김밥을 유통하는 편의점의 비즈니스 모델은 극과 극입니다. 

 

< 현대백화점, CU편의점 / 출처: 각사 홈페이지 >

 

현대백화점과 BGF리테일의 ROE를 비교해보겠습니다. 순이익률 즉, ‘많이 남기나?’ 부분을 보면 현대백화점이 단연 앞섭니다. 고가의 명품을 파는 백화점의 순이익률은 20%가 넘는 반면, 삼각김밥을 파는 편의점은 4%에 불과합니다. 

 

이번엔 자산회전률 즉, ‘많이 파나?’ 이 부분을 보죠. 편의점은 2.7배, 백화점은 0.3배입니다. 무려 편의점이 백화점을 9배가량 웃돕니다. 마진은 낮지만, 어마어마한 판매량으로 커버를 치는 셈입니다. 결과적으로 편의점의 ROE는 21%, 백화점은 7.4%입니다. 편의점의 투자 대비 수익률이 훨씬 높은 것입니다. 

 

< CU편의점, 현대백화점 2015년 3Q 연환산 ROE 분석 / 출처: 각사 사업보고서>

 

실제 최근 4년간 매출액 추이를 보면, BGF리테일은 꾸준히 성장하는 반면 현대백화점은 정체돼 있습니다. 필자가 여의도에 근무할 당시, 점심시간에 3500원짜리 도시락을 먹으러 오는 소비자들로 북적거리는 광경을 어렵지 않게 봤습니다. 커피 역시 편의점에서 1000원짜리 원두커피를 구입하는 사람들도 많고요. 과거 정가를 다 받는 슈퍼마켓으로 인식됐던 편의점이 음식점, 카페 등으로 범위를 확장하고 있는 셈입니다.

 

< BGF리테일, 현대백화점 매출액 / 출처: 각사 사업보고서 >

 

반면 백화점은 최근 세일을 밥 먹듯이 하고 있습니다. 사상 처음으로 명품 브랜드도 세일을 한다는 뉴스도 간간히 나옵니다. 그만큼 프리미엄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예전과는 다르다는 의미입니다. 

 

커피빈 – 이디야, 어디가 잘 벌까?



요즘 잘 나간다는 커피 전문점도 예외는 아닙니다. 가장 비싼 커피 전문점 브랜드는 어디일까요? 네 바로 ‘커피빈’입니다. 

 

반대로 전통 가성비 브랜드는 빽다방, 쥬시 등 신규 진입자 제외 시 ‘이디야’입니다. 아메리카노 기준 커피빈의 Small 사이즈는 4500원, 이디야 레귤러 사이즈는 2800원입니다. 커피빈은 주요 브랜드 중 가장 높은 가격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다야보다 무려 60% 비쌉니다. 

 

< 커피빈, 이디야 브랜드 이미지 / 출처: 각사 >

 

두 업체의 ROE를 비교하면 재미 있는 결과가 나옵니다. 일단 ‘많이 파나?’ 부문에서 이디야가 4.6배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커비빈은 1배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많이 남기나?’ 부문에서도 이디야가 앞섭니다. 커피 가격은 커피빈이 훨씬 비싼 데도 말입니다. 

 

이디야의 ‘많이 파나?’ 부분이 높은 이유는 레버리지 효과입니다. 커피빈 매장은 모두 직영으로 운영되는 반면, 이디야는 대부분이 가맹점입니다. 브랜드를 빌려주고 원자재, 로열티 등을 받는 프랜차이즈 모델이죠. 때문에 출점 비용도 제한적이고, 로열티 수취로 가맹점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이익률이 좋아지는 구조입니다. 앞서 사례로 다룬 더본코리아, 편의점도 같은 모델입니다. 

 

< 이디야, 커피빈코리아 ROE 구성요소 / 출처: 각사 감사보고서 >

 

최근 어마어마한 성장 탓에 이디야의 ROE는 지난해 기준 무려 64%입니다. 커피빈도 15%로 낮은 것은 아니지만 이디야에 비하면 초라한 수준입니다. 이디야의 2014년 매출액은 1162억원으로 2012년 대비 177%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커비핀의 매출액 성장률은 8%입니다. 이 같은 추세라면 2015년엔 이디야가 커피빈을 넘어설 것으로 보입니다. 

 

< 이디야, 커피빈코리아 매출액 / 출처: 각사 감사보고서 >

 

결론: 트렌드와 확정성을 고려해야

 

‘먹고 살기 힘들다.’

‘취업이 안된다.’


우리나라의 장기 불황이 지속된 지 오래입니다. 경제성장률은 점점 낮아지고, 여기저기서 살기 힘들다는 말이 만연합니다. 오죽하면 ‘헬(Hell)’ 조선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까요. 그러나 어느 상황에서도 흥하는 비즈니스가 있으며, 돈을 버는 곳이 있습니다. 현재 트렌드에 걸맞는 비즈니스라면 말이죠.

 

1. 현재 트렌드에 맞는 비즈니스인가?

백종원, 편의점, 이디야 모두 가성비란 측면에서 현재 트렌드에 부합했습니다. ‘저렴하면서도 양적으로 만족을 주는’ 소비자의 니즈를 잘 파악해 성공한 사례로 판단됩니다. 

 

2. 비교적 판매량을 쉽게 늘릴 수 있는가?

백종원, 편의점, 이디야 모두 제품 판매뿐만 아니라 가맹점을 통해 점포를 꾸준히 늘려갈 수 있는 모델입니다. 백화점, 커피빈 등 직영으로 운영하는 업체에 비해 판매량 확대에 자유롭습니다. 

 

비즈니스 모델은 투자자, 경영자 관점에서 모두 중요합니다. 현재 소비자의 니즈가 무엇인지? 해당 니즈를 풀 수 있는 솔루션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과정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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