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학(증플캠퍼스 강사)

사업보고서, 공시, 재무제표 기반의 투자 포인트 찾기

[BM 탐구] '치킨공화국'에서 진짜 돈 버는 곳은?

2015/12/23 07:46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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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림, 동우, 마니커
요약

'BM'은 Business Model(비즈니스 모델)의 약자입니다. BM을 풀어 말하면 ‘어떤 방법/구조로 돈을 버는가’입니다. 사업이나 투자를 할 때 BM은 핵심입니다. 고객이 누구고. 어떤 방법으로 파는지를 알아야 사업이든 투자든 뭐든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BM 탐구’는 상장사∙비상장사를 막론하고 BM이 우량한 업종∙기업을 찾아 이슈와 함께 풀어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의 OO전문점, 전세계 맥도날드보다 많다.’

 

혹시 정답을 아시는 분 계신가요? 힌트를 하나 더 드리자면, 대한민국은 ‘OO공화국’이라는 표현도 사용합니다. 최근엔 ‘O느님’이라 칭송도 마다하지 않는데요. 정답은 야식 No.1 메뉴인 ‘치킨’입니다.

 

<출처 = 네네치킨>

 

언론 보도에 따르면 전세계 맥도날드 매장 수는 3만5429개(2013년)입니다. 같은 기간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밝힌 우리나라 치킨전문점은 약 3만6000개에 달합니다. 대한민국이 치킨공화국이라 불리는 이유입니다. 

 

누구나 즐겨 먹고, 널린 게 치킨전문점이다 보니, 창업도 만만할 것 같습니다.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창업 1순위로 꼽는 아이템이 ‘치킨전문점’인 것도 이 때문이죠.

 

수년간 치킨 가격이 꾸준히 오른 점도 은퇴 후 ‘치킨전문점’을 선택하는 배경이 된 것 같습니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연보를 보면, 지난 10년간 치킨 가격은 40%가까이 상승했습니다. 

 

<출처 = 통계청>

 

하지만 치킨전문점을 통해 돈 버는 것도 만만할까요? 포털에 ‘치킨집 매출’이란 키워드로 뉴스 검색을 하면 ‘3년 안에 망한다’, ‘10곳중 8, 9곳 폐업’의 타이틀을 단 기사가 대부분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연간 치킨전문점의 순소득(=치킨전문점 사장님의 연봉)은 2006년 2480만원에서 2012년 2032만원으로 감소했습니다. 물가상승률을 반영한다면 실제 감소폭은 더 큽니다. 단순 통계만 본다면, 아르바이트를 하는 편이 더 낫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출처 = 통계청>

 

그럼, 소비자가 구매하는 그 많은 치킨으로 돈을 버는 곳은 어디일까요? 닭을 키우는 양계농가가 돈을 버는 것일까요? 아니면, 닭고기를 유통하는 도매업자가? 

 

1. ‘닭이 치킨’이 될 때까지 

 

축산유통종합정보센터 자료를 참고, 닭이 치킨으로 탄생하기까지 크게 3단계를 거칩니다. 

 

<그림: 닭고기 밸류체인 / 출처 = 자체제작, 축산물유통종합정보>

 

먼저 양계농가가 닭을 키웁니다. 그리고 양계농가 뒤에서 전 과정을 지원하는 계열화 업체가 있습니다. 계열화 업체는 알에서 부화한 병아리를 양계농가에 주고, 사료를 공급합니다. 또한 다 자란 닭을 도축해 닭고기 제품으로 판매합니다. 대형마트, 백화점, 슈퍼마켓 등 일반 소매 채널 등이 주요 판매처입니다. 계열화 업체의 고객사는 주로 기업으로 B2B 중심의 BM을 갖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치킨전문점은 계열화 업체에서 직접 닭고기를 조달하기도 하지만, 이는 극히 드문 경우입니다. 대부분의 치킨전문점이 브랜드를 달고 있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이기 때문이죠. BBQ, 굽네, 교촌, 네네 등… 소비자가 알고 있는 유명 치킨 브랜드 달고 영업하는 치킨전문점이 이에 해당합니다. 

 

업계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업체는 가맹점에 닭고기, 치킨 무, 기름 등을 판매하면서 원가의 50%정도 마진을 붙입니다. 가맹점 대상으로 매장 인테리어를 제공하고 매출을 발생시키기도 합니다. 개인사업자가 주요 고객이지만, 매출처가 기업이 아닌 ‘개인’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B2C에 가까운 BM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무쪼록 닭이 야식의 대명사인 치킨으로 탄생하기 위해 ‘계열화 – 프랜차이즈 – 치킨전문점’의 단계를 거칩니다. 

 

2. B2B와 B2C의 차이: 가격을 올릴 수 있는가?

 

앞에서 치킨전문점 사장님의 소득은 변변치 못하단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창업 3년 안에 망하는 경우도 부지기수고요. 

 

그렇다면 ‘닭고기  - 치킨’ 밸류체인상 남은 곳은 계열화 업체, 프랜차이즈 사업자 두 군데입니다. 둘 중 하나는 확실히 돈을 벌 텐데 말이죠. 

 

국내 상위권 계열화 업체는 하림, 동우, 마니커입니다. 3개 업체가 국내 닭고기 공급의 40%이상을 차지합니다. 계열화 업체 3곳의 합산 매출액(개별 기준)은 최근 4년간(2011년 ~ 2014년) 소폭 감소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적자와 흑자를 반복했습니다. 치킨공화국에 걸맞지 않는 성적표입니다.

 

<출처 = 전자공시시스템>

 

이번엔 프랜차이즈 업체를 볼까요? 프랜차이즈 업체 중에선 BBQ, 교촌, 굽네, 네네치킨이 상위권 브랜드입니다. 4개 회사의 합산 매출액은 2014년 5916억원으로 2011년 대비 35% 성장했습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무려 133% 증가했습니다. 

 

<출처 = 전자공시시스템>

 

큰 틀에서 보면 ‘닭고기’를 파는 BM인 것은 같은데, 실적은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첫 번째 원인은 가격입니다. 2011년 ~ 2014년까지 생계(살아 있는 닭) 평균 가격은 등락을 반복합니다. 2011년 생계 가격을 100으로 놓고 보면, 2014년엔 오히려 하락했습니다. 반면 치킨 가격(소비자물가지수 기준)은 같은 기간 꾸준히 올랐습니다. 

 

<출처 = 통계청, 한국계육협회>

 

이것이 단순히 원료만 공급하는 업체와 원료를 가공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업체의 차이입니다. 계열화 업체는 전자, 프랜차이즈 업체는 후자에 해당합니다. 단순히 원재료만 공급하는 업체는 부가가치를 높이기 어렵습니다. 판매처가 주로 대기업이기 때문에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도 힘들죠. 대규모 고객사를 둔 B2B 비즈니스의 대부분이 이와 같은 한계를 지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BM은 다릅니다. 최종 식품, 즉 완제품을 파는 기업은 물가상승률에 따라 소비자에게 가격을 전가하기가 수월합니다. 10년 전 아이스크림 가격과 지금의 아이스크림 가격을 비교해보면 이해가 쉬운데요. 가격이 과거보다 적게는 2배, 많게는 4~5배가 올라도 소비자들은 대수롭지 않게 지갑을 열고 있습니다.  

 

같은 ‘닭’이란 식품을 팔더라도 계열화 업체와 프랜차이즈 업체는 가격 전가력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는 셈입니다. 

 

3. 판매량을 조절할 수 있는가?

 

두 번째는 판매량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판매량이란 변수를 조정할 수 있느냐’입니다. 

 

계열화 업체가 닭고기를 많이 팔기 위한 여건은 간단합니다. 사람들이 이전보다 닭고기를 많이 먹으면 됩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구조적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낮습니다. 인구가 늘어나거나, 갑자기 사람들이 삼시네끼를 먹지 않고서야 말이죠. 소고기, 돼지고기보다 닭고기의 우월성(?)이 입증돼 수요가 몰리는 기이한 현상도 포함될 수 있겠네요. 

 

아니면, 계열화 업체끼리 경쟁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점유율을 확대하기 위해 꼭 수반되는 것이 ‘가격 경쟁’입니다. 그런데 가뜩이나 닭고기 가격에 따라 흑자와 적자를 반복하는 상황에서 가격을 깎아가며 경쟁하는 것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요?

 

이번엔 프랜차이즈 업체를 보겠습니다. 사람들이 치킨을 많이 먹으면 프랜차이즈 업체가 돈을 잘 벌 것입니다. 이는 계열화 업체와 같은 포인트입니다. 그런데 프랜차이즈 업체는 좀 다릅니다. 정확히 말하면 전체 치킨 판매량보다 가맹점 수가 증가하는 것이 매출 증가에 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안전행정부 전자정보국 조사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3년까지 치킨전문점 수는 꾸준히 증가했습니다. 7년간 33% 늘었으며, 연평균 증가율은 5%입니다. 

 

<출처 = 안정행정부 전자정보국>

 

은퇴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창업 전선에 뛰어 들면서 치킨전문점이 양적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특히 이들은 자영업에 대한 노하우가 없습니다. 브랜드, 레시피, 인테리어, 원재료 공급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이 점이 계열화 업체와 프랜차이즈 업체의 가장 큰 차이입니다. 구조적으로 취업 기간이 짧아지면서 베이비부머뿐만 아니라 많은 실업자들이 자영업 전선으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영업환경에서 프랜차이즈 업체는 브랜드, 유리한 가맹 조건 등을 내세워 판매량을 늘릴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림: 서울 치킨전문점 위치 / 출처 = 구글>

 

결론: 투자에 앞서 두 가지 질문을 던지자

 

치킨공화국의 수혜를 누리고 있는 곳은 프랜차이즈 업체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일부 언론처럼 닭고기 비즈니스 밸류체인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고자 하는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투자관점에서 오히려 프랜차이즈 같은 BM을 지닌 곳에 관심을 두자는 취지입니다. 

 

1. 소비자들에게 가격을 전가시킬 수 있는 B2C 비즈니스인가?

2. 판매량을 좌우하는 정확한 변수는 무엇인가? 기업이 통제할 수 있는가?

 

이 두 가지 질문을 던졌을 때 ‘Yes’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유망 투자처로 1차 관문은 통과한 셈입니다. 어닝 써프라이즈도 좋지만, 기업의 BM을 보면서 롱런할 수 있는 곳인지 판단해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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