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학(증플캠퍼스 강사)

사업보고서, 공시, 재무제표 기반의 투자 포인트 찾기

동일제지 공개매수가 태림포장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 - 공개매수(2)

2015/09/15 02:20P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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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제지,태림포장
요약

전일 동일제지의 상장폐지(이하 상폐) 목적의 공개매수는 다소 의문점을 자아냈습니다. 공개매수 속에 담겨진 진정한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 5월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동일제지(019300)를 비롯해 태림포장(011280) 그룹은 회사의 주인이 바뀌는 이벤트가 있었습니다. 기존 경영진에서 IMM로즈골드2사모투자전문회사(이하 IMM)가 출자한 트리니티원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됐습니다. 사모펀드가 기존 경영진으로부터 회사를 사들인 것이죠.

사모펀드는 기업을 비교적 싼 값에 인수해 정상화‧효율화 과정을 거쳐 가치를 키운 후 다시 팔아 차익을 남깁니다. 그 타켓이 바로 태림포장 그룹인 셈입니다.

트리니티원이 회사의 주인이 된 후 동일제지는 빠르게 자산 정리에 들어갑니다. 반기보고서 > 재무제표의 주석 > 30. 매각예정자산 현황을 보면, 관계기업 4곳을 포함해 토지와 건물 등 총 599억원(공정가치 기준)어치의 자산을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어제, 자산 매각으로 마련한 현금을 바탕으로 공개매수를 결정했습니다. 사실상 자산 매각의 배경이 공개매수를 위한 재원 마련이었던 것입니다.(공개매수를 위해 투입될 현금은 400억원입니다.)

궁금한 점은 수백억원을 들여 산 회사를 왜 상장폐지시키냐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선 투자 대상이 상장돼 있는 것이 좋습니다. 시장에서 매일 가격이 매겨지기 때문에 가치를 평가하기 좋고, 지분을 매각하기도 쉽습니다. 통째로 사겠다는 곳이 없다면 블록딜로 지분을 나눠서 팔아도 되기 때문이죠.

트리니티원은 동일제지가 상장돼 있는 것이 오히려 저평가의 요인이라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전일 상한가를 쳤더라도 동일제지의 P/B은 0.62배입니다. 장부가치보다 무려 38%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현재 골판지 관련주들의 실태가 그러합니다. 골판지 산업 자체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데다 최근 스프레드(제품가 - 원재료가) 악화로 이익이 급감했습니다.

동일제지가 트리니티원의 바람대로 상장폐지 됐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과연 트리니티원이 동일제지를 어떻게 할까요? 일단 최대주주 측이 지분의 95%(상장폐지를 위해선 최대주주가 지분의 95%를 들고 있어야 함)를 들고 있기 때문에 회사를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습니다. 회사를 쪼개거나 자본금을 줄일 때 타 주주들의 성가신 반대도 없고, 상장사들에게 주어지는 복잡한 절차도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모펀드가 투자한 회사로부터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법은 아래 방법이 대표적입니다.

1. 배당 확대 및 유상감자를 통한 투자금 회수
2. 알짜 자산 매각으로 투자금 회수
3. 기업가치 상승 후 재매각

먼저 배당 확대와 유상감자입니다. 이런 경우 매년 지속적으로 캐시카우가 유입되면서도 많은 양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적합합니다. 그런데 동일제지는 현금이 부족합니다. 자산매각 전 기준 불과 42억원의 현금성자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차입금은 무려 1183억원이나 됩니다. 순차입금(차입금 - 현금) 규모만 전체 자산의 39%입니다. 동일제지는 현금이 유입되면 차입금을 갚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알짜 자산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는 것도 애매합니다. 동일제지는 이미 관계회사 지분을 포함해 토지, 건물 등을 매각예정자산으로 분류했습니다. 여기서 들어오는 자금은 대부분 공개매수 자금으로 활용합니다. 이미 한 차례 자산을 팔았기 때문에 추가로 매각할 만한 자산은 예전만 못합니다. 

마지막 남은 것은 기업가치를 올려 다시 파는 것입니다.

그런데 필자의 생각은 동일제지만 태림포장 그룹에서 따로 떼어 내 팔 것 같진 않습니다. 국내 골판지 업계의 현황을 보면 모두 그룹사 기반 체제가 곤고히 다져져 있습니다. 골판지 원지(원재료) 제조사에서 골심지 및 상자(제품) 제조사로 수직 계열화가 형성돼 있습니다. 안정적인 원재료 조달과 확고한 판매처가 골판지 업계의 경쟁력이기 때문입니다. 동일제지는 태림포장 그룹의 원재료(골판지 원지) 담당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안정적인 원재료 조달처를 팔아 치우는 것은 그룹 관점에서 득보단 실이 커 보입니다.

사실, 트리니티원 입장에선 동일제지의 자사주 취득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습니다. 동일제지가 상장폐지 목적의 자사주 취득이 성공해 최대주주 보유 지분(자사주 포함)이 95%에 달했다고 합시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태림포장(동일제지 지분 34.54% 보유)과 트리니티원(32.82%)의 지배력이 올라가는 효과가 발생합니다. 향후 동일제지가 보유 중인 자사주를 소각한다고 합시다. 그렇다면 트리니티원의 지분율이 45.36%, 태림포장의 지분율은 47.73%로 상승합니다.

트리니티원이 동일제지 지분을 기존 경영진으로부터 매입한 가격은 주당 5366원입니다. 그리고 동일제지 공개매수 가격은 3600원입니다. 사실상 트리니티원은 자신이 매수한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값에 동일제지 지분을 늘리는 셈이 됩니다.

동일제지의 자산 매각, 공개매수와 더불어 태림포장 그룹 전반적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태림포장 그룹은 지난 7월 코렌소코리아, 동일팩키지, 제이타운젠트, 대성합동판지 지분을 전량 매각했습니다. 코렌소코리아는 유가증권매매, 개인투자컨설팅 사업을 하고 있으며, 제이타운젠트는 골프장 등 관광시설서비스업이 주 사업입니다. 동일팩키지는 가공지, 인쇄 및 인쇄관련제조 업체입니다. 사실상 태림포장 그룹의 모태인 골판지 사업관 거리가 있습니다.

이와 동시에 태림포장은 월산, 동원제지 등 기존 골판지 계열사의 지분은 확대했습니다. 월산의 지분은 32.61%에서 49.90%로, 동원제지 지분은 25.45%에서 50.20%로 각각 늘렸습니다. 비주력 계열사는 정리하고 핵심 골판지 사업을 확대할 것이란 계획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번 지분 확대로 월산과 동원제지는 조만간 태림포장의 연결대상 종속회사로 편입될 것으로 보입니다. 골판지 업계 특성상 내부거래 규모가 작지 않지만, 종속회사 편입과 지분 확대로 태림포장의 실적은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골판지 업체들의 이익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는 제품가격과 원재료 가격의 차이 즉 스프레드입니다. 이 스프레드는 주기적으로 확대와 축소를 반복합니다. 현재 스프레드 축소로 골판지 업체들의 이익이 저조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조만간 스프레드가 확대될 국면이 도래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됩니다. 그렇다면 태림포장 및 계열사들의 실적도 2012년처럼 스프레드가 확대된 국면의 실적이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사모펀드로 주인이 바뀌었으니, 경영효율화 작업도 병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아마 예전보단 비용절감 등의 노력을 기울일 것입니다.

트리니티원이 취득한 태림포장 지분의 주당 매수가격은 6612원(P/B 1.23배에 취득)입니다. 전일 주가가 11.7% 상승했지만, 3650원으로 아직 사모펀드 매수가격보다 한참 아래입니다. 동일제지가 시나리오대로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다면, 기업가치 상승을 통해 주가를 올릴 수 있는 건 태림포장뿐입니다.

철저하게 기업의 가치를 올리는 데 집중할 트리니티원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네요. 수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과연 트리니티원은 태림포장의 가치를 어디까지 키울 수 있을까요? 그리고 얼마에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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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수
2015/09/21 05:53 AM

정성스럽게 작성해 주신 글 잘 읽었습니다.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고 다트에서 공개매수에 대한 내용을 검색해 보니 다음과
같은 경우가 있습니다.
-“공개매수에 응한 디와이파워주식회사 기명식 보통주식의 주주에게현금을
지급하는 '현금매수 방식'이 아닌, 응모주주에게 디와이주식회사 기명식
보통주식을 발행하여 교부하는 '현물출자 신주발행의 방식'임. 응모주식의
총 수가 매수 예정주식의 수에 미달할 경우전부매수, 초과할 경우 안분비례
매수함.” 이라고 되어 있는 공시를 보았는데요. 이 현물출자 신주발행 방식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해 주실 수는 없나요? 감사합니다.

2015/09/27 07:32 PM

안녕하세요 초수님 ~ 이제서야 댓글을 확인하게됐네요 ^^;

해당 케이스는 지주회사(디와이)가 자회사(디와이파워)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입니다. 디와이가 디와이파워 주주들을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단행하면서, 동시에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것입니다. 원래 공개매수를 하면 현금을 지급하고 주식을 사들여야 하지만, 현금 대신 디와이의 신주를 나눠준다는 것이죠. 그래서 현물출자 방식이라고 합니다. 말이 좀 여럽습니다 ^^

자세한 설명은 제 블로그에 관련 글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
http://blog.naver.com/cjhsonseep/220246655972

비엠
2016/05/26 10:15 PM

감사합니다
인사이트가 놀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