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학(증플캠퍼스 강사)

사업보고서, 공시, 재무제표 기반의 투자 포인트 찾기

숫자로 보는 오너의 '경영 철학'

2015/09/11 01:44PM

요약

딱 봐도 어지러운 갖가지 재무비율 용어입니다. 위의 용어를 달달달 외운다고 과연 투자를 잘 할 수 있을까요?

물론 쌩판 모르는 것보단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투자관점에서 숫자를 보는 것은 재무관리 서적에 있는 용어를 알고 있는 것과는 다릅니다.

투자자가 기업의 장부를 보고 진정 파악해야하는 것은 성장에 대한 기업의 고민, 오너의 경영 철학, 영업력 등 정성적인 부분까지 포함됩니다. 단순히 숫자를 보고 어떻게 알 수 있냐고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간단히 재무상태표 용어를 설명합니다. 성격에 따라 자산을 크게 7가지로 분류했습니다.

[자산의 구성]

현금성자산: 현금, 예‧적금, 기타 예‧적금에 준하는 금융자산
매출채권및기타채권: 외상. 물건을 팔고 일정기간 후 현금을 받기로 한 증서
재고자산: 원재료, 반쯤 만들어진 제품, 완성된 제품 등
투자자산: 만기가 1년이 넘어가는 투자상품. 자회사 지분 등
유형자산: 땅, 공장, 사옥, 기계장치 등
무형자산: 영업권, 회원권, 개발비 등
기타자산: 위에 해당되지 않는 자산

아래 그림은 상장사 두 곳의 자산을 이미지화 시킨 것입니다. 한 기업은 재고자산이 많고, 다른 기업은 현금성자산이 많습니다. 자산의 구성이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을 보니, 흡사 서로 다른 업종일 것 같습니다.

하지만 두 업체는 같은 건설회사입니다. 재고자산이 많은 첫 번째 회사는 동원개발(013120), 현금성자산이 많은 두 번째 회사는 삼일기업공사(002290)입니다. 같은 건설사인데도, 자산의 구성이 다릅니다.

재고자산이 많은 동원개발은 동원 로얄 듀크라는 브랜드로 자체 분양 사업을 하는 건설회사입니다. 건설회사의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는데, 수주를 받아 공사를 진행하면 ‘도급공사’, 자체적으로 입지 선정에서 자금조달, 분양까지 진행하면 ‘자체분양’이라고 합니다.

도급공사는 건물만 지어주고 발주처로부터 정해진 돈을 받으면 끝나기 때문에, 사업 리스크가 적지만 수익도 정해져 있습니다. 반면 자체분양은 건설사 혼자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 하기 때문에 자칫 분양이 안 되면 대규모 손실을 떠안아야 하지만, 분양률이 높아지고 분양가가 올라가면 수익이 극대화됩니다. 동원개발처럼 자체 분양 사업을 하는 건설사는 매입한 토지, 공사 중인 아파트 등이 다 재고자산으로 잡힙니다. 때문에 재고자산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반면 삼일기업공사는 도급공사만 수행합니다. 특히 삼일기업공사는 벌어들인 돈을 차곡차곡 쌓아 놓고 있습니다. 모아 논 돈으로 사업을 확장시키거나 하는 움직임은 전혀 없습니다. 때문에 수년간 현금성자산이 어마어마하게 축적됐죠. 삼일기업공사의 현금성자산은 2분기 말 453억원으로 시가총액보다 많습니다.

이렇듯 같은 건설사라 하더라도 동원개발은 ‘성장’, 삼일기업공사는 ‘안정’을 추구해왔습니다. 즉 경영관의 차이 때문에 자산의 구성도 달라지게 된 것입니다.

한 가지 사례를 더 보겠습니다. 이번엔 자산이 아닌 비용의 구조입니다. 아래 그래프는 해운업에 속한 한진해운(117930)과 KSS해운(044450) 두 업체의 영업비용 비중을 나타낸 것입니다.

두 업체 모두 운항비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운항비용은 대부분 선박의 연료비로 구성돼 있습니다.

크게 차이가 나는 항목은 용선료, 감가상각비입니다. 한진해운은 용선료가 무려 33%를 차지하지만, KSS해운은 해당 항목이 없습니다. 반면 감가상각비는 KSS해운이 15%이지만, 한진해운은 4%에 불과합니다.

용선료는 배를 빌린 대가로 선주(선박의 주인)에게 지불하는 비용입니다. 즉, 용선료 지출이 많으면 많을수록 배를 많이 빌렸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감가상각비는 공장이나 기계장치 등 유형자산(토지 제외)에서 매년 발생하는 회계상 비용입니다. 여기서 회계상 비용이란 실제 현금 지출이 없는 비용이란 뜻입니다. 해운업체의 감가상각비는 주로 선박에서 발생합니다.

정리하면, 한진해운은 배를 많이 빌려서 운항을 하고 있고 KSS해운은 빌리는 배 없이 오로지 자가 선박만 운항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주식투자에서 레버리지를 사용하느냐, 자기자금만으로 하느냐 차이와 비슷합니다. 레버리지를 써서 성공하면 어마어마한 수익을 거둘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한 번에 망할 수도 있죠. 대신 자기자금만으로 투자를 하면 레버리지를 쓴 사람에 비해서 크게는 못 벌어도 손실을 봤을 때에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한진해운은 공격형, KSS해운은 안정 추구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서 소개한 업체들의 실적을 비교해보겠습니다. 먼저 동원개발과 삼일기업공사입니다. 동원개발은 자체 분양 사업이 성공을 거둬 최근 5년간 엄청난 실적 성장을 일궈냈습니다. 2009년엔 영업이익이 불과 10억원이었는데, 지난해엔 무려 772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삼일기업공사는 보수적으로 발주만 받다보니 이렇다 할 실적 성장이 없습니다. 다소 이익이 들쑥날쑥하지만 꾸준히 흑자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해운업체 두 곳을 보겠습니다. 배를 많이 빌려 사업을 한 한진해운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찾아온 해운업 장기 불황으로 수천억원의 적자를 지속했습니다. 반면 안정적인 영업방식을 선호한 KSS해운은 비교적 안정적인 실적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기업의 오너가 어떤 경영 마인드를 갖고 있냐에 따라 같은 업종임에도 장부에 찍히는 숫자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공격 성장형 기업이 좋다? 안전 추구형 기업이 좋다? 할 문제는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경영 스타일의 문제이니까요.

이래학(증플캠퍼스 강사)  의 다른 글 보기 >>

뽕뽕
2015/09/11 04:06 PM

이렇게 보는 방법도 있네요.
정말 유익한 정보입니다.
좋은글 연재 감사합니다.~

2015/09/11 06:16 PM

역시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네요^^
좋은 가르침 감사드립니다.
이래서 오너의 성향도 중요한 투자 포인트 중 하나라고 얘기하는군요

2015/09/13 03:42 PM

뽕뽕님, 팬님 도움이 되셨다니 보람되네요 :)
앞으로도 계속 좋은 글 올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