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학(증플캠퍼스 강사)
사업보고서, 공시, 재무제표 기반의 투자 포인트 찾기
크레듀, 교육 사업부 양수 - 주주에게 긍정적일까?
요약
- M&A 이벤트 발생 시 '가격'과 '시너지' 효과 점검
- 크레듀의 삼성SDS 교육 부문 양수 가액은 적절했나?
- 많은 현금성자산은 기업의 안전을 담보하지만, 주주수익률인 ROE를 떨어뜨린다.
- 교육 사업부 양수를 통한 ROE 변화
며칠 전 삼성계열사 간 사업부문 ‘빅딜’이 있었습니다.
삼성SDS(018260)가 비주력 사업부인 교육 콘텐츠 부문을 크레듀(067280)에 넘기고, 에스원(012750)으로부터 통합 보안 솔루션업체 시큐아이를 인수한 것입니다.
시장의 눈은 삼성SDS에 쏠렸습니다. 증권사 대부분이 커버하고 있는 종목인 데다, 오너일가의 지분도 상당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필자는 삼성SDS에 가려진 크레듀에 오히려 관심이 갑니다. 이번 딜로 크레듀는 삼성그룹 교육 콘텐츠 사업의 선봉장 역할을 더욱 곤고히 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기업의 이벤트가 나온 김에 잠시 개념 설명을 하겠습니다. 분할, M&A(인수&합병)는 기업의 대표적인 이벤트입니다. 분할은 말 그래도 기업을 쪼개서, M&A는 반대로 합쳐서 기업 가치를 올리는 것입니다. 인수는 타 기업의 지분을 취득해 자회사로 두지만, 합병은 기업 자체를 흡수하는 것에서 구분됩니다.
영업의 양수는 합병과 비슷합니다. 차이가 있다면 합병은 기업을 통째로 흡수, 양수는 기업의 특정 사업부만을 떼어 가져오는 것입니다.
M&A, 양수 등 합쳐서 기업 가치를 올리는 이벤트는 크게 두 가지를 봐야 합니다. 먼저 합치는 대가로 지불한 금액이 적절한지입니다.
A씨는 OO사 명품 백을 백화점에서 정가 500만원에 샀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가 해외 직구를 통해 같은 제품을 절반 값에 구매했습니다. 과연 A씨는 적절한 값에 백 을 샀다고 볼 수 있을까요? 기업 간 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좋은 사업부를 양수했다 하더라도 금액이 비싸다면 성공적인 거래라 보기 힘듭니다. 투자에 비유하면 우량주를 고점에 매수해 장기간 물려있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시너지 효과입니다. 기본적으로 합쳐서 기업 가치를 올리는 경우, 겸손하게(?) '1+1=2'를 기대하진 않을 겁니다. 당연히 2이상의 무언가를 얻어야겠지요.
지금까지 기업의 이벤트 중 '합치는 것'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과 포인트를 집어 봤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크레듀의 삼성SDS 교육 콘텐츠 부문 양수를 점검해보겠습니다.
이원화된 사업부 통합에 따른 효율성 기대
삼성SDS의 교육 콘텐츠 부문은 크게 이러닝 서비스와 집합 교육으로 나뉩니다. 이러닝은 B2B 기반의 기업교육서비스입니다. 이러닝이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온라인 채널을 통해 강좌가 제공됩니다. 집합 교육은 직무 실무 교육입니다. 각 분야 전문가들을 섭외해 관련 분야의 실무 능력을 향상시키는 프로그램입니다.
크레듀 역시 삼성SDS의 이러닝 서비스와 마찬가지로 기업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을 포함해 모바일, 오프라인 등 채널은 다양합니다. 이 밖에 영어 말하기 평가 서비스(Opic), 지식서비스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성격이 유사한 사업부를 양수함에 따라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이전엔 기업교육서비스를 두 기업이 함께 진행했습니다. 비슷한 서비스를 나눠서 제공하다 보니 관련 마케팅, 판촉, 관리비용이 한 군데에서 진행하는 것보다 많이 들었을 겁니다. 특히 계열사 간 경쟁 아닌 경쟁도 해야 했게죠. 하나로 합쳐진다면 불필요한 경쟁이 없어지고 비용 절감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양수가격, 2016년 예상 순이익의 16.5배
크레듀가 삼성SDS 교육 콘텐츠 부문 양수로 지불한 금액은 753억원입니다. 싸다, 비싸다를 판단하기 위해선 해당 사업부가 어느 정도의 이익을 창출했는지를 알아봐야합니다.
주요사항보고서 > Ⅱ. 보고 내용 > 제4절. 양수·도되는 영업의 내용 > 다. 양수하는 영업부문의 최근 3사업연도의 요약재무정보 > ② 요약 손익계산서
삼성SDS 교육 콘텐츠 부문 실적은 다소 들쑥날쑥합니다. 지난 2013년엔 9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올해 상반기엔 -55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습니다. 매출액 역시 올해 상반기가 예년 연간 수준의 40%에 불과합니다. 다만 B2B 기반 교육 콘텐츠 부문은 계절성을 띕니다. 주요사항보고서에 따르면 교육 사업부는 1~2월에 해당하는 1분기가 비수기입니다. 기업들이 연초 연간 교육 계획을 세우고 이후 관련 투자를 집행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실적 바로 밑에 기재된 주석에 따르면, 삼성SDS 교육 콘텐츠 부문 영업이익은 크레듀에 양수되기 전과 후가 다릅니다. 삼성SDS에 포함돼 있던 시절, 전사 공통 배부비가 반영됐지만 양수 후엔 직접 부담 비용으로 바뀝니다. 정리하면 과거 실적을 가지고 크레듀가 양수의 대가로 지불한 금액이 적절했는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회계법인이 추정한 삼성SDS 교육 콘텐츠 부문의 향후 실적을 보겠습니다. 올해 하반기엔 영업이익이 25억원, 2016년엔 57억원을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2020년까지 연간 5~10%의 성장이 기대됩니다. 여기서 의문점이 하나 생깁니다. 물론 양수 전과 비용을 반영하는 기준이 바뀌었다지만, 매출액 싸이즈에 비해 영업이익을 너무 높게 잡은 것이 아닌가라는 점입니다.
주요사항보고서 > Ⅱ. 보고 내용 > 제 2절. 영업양수·도 가액 및 산출 근거 > 다. 평가의 결과 > (1) 양수대상사업의 추정손익계산서
그렇다면 향후 영업비용을 어떻게 반영했는지 살펴봐야겠지요. 회계 법인이 실적을 추정할 땐 각각의 영업비용을 세부적으로 산출합니다. 인건비 등의 고정비는 물가상승률, 임금상승률을 반영해 계단식 상승을 가정합니다. 변동비는 매출액 증감에 따라 산출합니다. 양수 전과 후 영업비용 세부내역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겠습니다.
주요사항보고서 > Ⅱ. 보고 내용 > 제 2절. 영업양수·도 가액 및 산출 근거 > 다. 평가의 결과 > (3) 평가를 위한 주요가정 및 산출 내용 > ③ 양수대상사업의 가치평가 내역 > ㉡ 영업비용의 추정
양수 전과 후 달라지는 항목은 공통배부비입니다. 양수 후엔 공통배부비 반영이 없습니다. 아까 양수 전 교육 콘텐츠 사업부의 요약손인계산서 주석에 다소 애매하게 적혀있었던 ‘양수도 거래후 공통 배부비 중 일부는 독립적인 사업수행을 위해 필요하여 직접 부담 비용으로 변경되므로’ 라는 것이 공통배부비 반영이 없다는 의미인 셈입니다. 100억원이 넘게 들었던 비용 반영이 없어지니 당연히 이익이 늘어날 수밖에 없겠죠.
2016년 예상 세후 영업이익(=순이익)은 45억원입니다. 즉 크레듀는 2016년 순이익의 16.5배를 들여 삼성SDS 교육 콘텐츠 사업부를 양수한 것입니다. 크레듀의 P/E가 현재 30배 넘는 것을 감안하면 양수 가격은 비교적 괜찮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ROE를 높이는 관점에서 주주에 긍정적
이번 딜이 크레듀 주주에게 긍정적인 이유는 ROE(자기자본이익률)를 높인 데 있습니다. 크레듀의 비즈니스 모델은 상당히 매력적입니다. 기업은 현재 수익을 유지하거나, 성장하기 위해 매년 일정 수준의 자금을 투입합니다. 이를 CAPEX라고 합니다. 대부분의 제조업은 돈을 버는 족족이 CAPEX로 사용합니다. 매년 노후화된 설비를 업그레이드해야 하며, 생산성 향상을 위해 신규 설비도 도입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크레듀는 CAPEX 지출이 거의 없습니다. 교육 콘텐츠업 특성상 콘텐츠 개발에 따른 인력 투자 등이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돈을 버는 족족이 현금이 차곡차곡 쌓이는 모델입니다.
실제 크레듀는 차입금이 없고 매년 현금성자산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3년 현금및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의 합계는 723억원이었지만, 지난해 968억원으로 증가했고, 올해 상반기 1000억원을 기록했습니다. 크레듀는 단기금융상품 대부분을 MMDA로 운용하고 있습니다. MMDA는 시장금리부 수시입출식예금으로 보통예금처럼 입출금이 자유롭고 금리는 시장상황에 맞게 지급되는 구조입니다.
많은 현금성자산은 기업의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뒷받침하지만, 주주의 수익률인 ROE를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크레듀의 상반기 이자수익은 10억원입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20억원, 즉 1000억원의 현금성 자산으로 2%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습니다. 이중 753억원을 투입해 45억원(2016년 예상 기준)의 순이익을 내는 사업부를 양수했습니다. 주주입장에선 ROE를 높이는 나이스한 거래인 셈입니다.
삼성SDS 교육 사업부 양수 후 크레듀의 향후 실적을 예상해 보겠습니다. 보수적으로 추정하기 위해 크레듀의 실적은 2014년부터 성장이 없다고 가정했습니다. 그리고 삼성SDS로부터 양수한 교육 콘텐츠 부문은 회계법인이 추정한 실적을 반영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올해 크레듀의 예상 실적은 매출액 1684억원(+31%, 전년 대비), 영업이익은 143억원(+22%)입니다. 내년 매출액은 2082억원(+24%), 영업이익은 175억원(+23%)입니다.
최근 결산 기준 크레듀의 ROE는 8.9%입니다. 위의 실적 추정을 토대로 올해 예상 ROE를 구해보면 9.6%, 내년엔 10.4%로 높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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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글 감사합니다^^
탁월한 분석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