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연

내일 1등할 종목은 어제도 1등이었다

초급용 ROE 사용설명서

2015/09/03 03:22PM

요약

 

지난번 제가 쓴 PER과 PBR에 대한 글을 썼었는데 글을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분에 넘치는 관심과 사랑을 받았었습니다. 열화와 같은 성원에 힘입어 오늘은 PBR과 ROE에 대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오늘 새로 등장하는 개념은 ROE라는 녀석인데요, ROE 설명에 앞서 사업의 3요소를 간단하게 도식화 시켜봤습니다. 어려운 내용이 아닙니다, 직관적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 사업을 시작함에 있어서 밑천은 얼마이고 그 밑천으로 수익은 얼마나 나고 있는지, 밑천과 수익에 대한 시장의 평가는 어떤지에 대한 내용을 도식화시킨 것입니다. ROE는 위의 도식에서 초록색 네모 박스에 해당하는 부분입니다. 오히려 ROE가 PER이나 PBR에 비해 이해하기가 더 쉬울수도 있는데 그 이유는 PER이나 PBR은 1년에 4번 움직이는 변수(자본, 이익)와 매일 움직이는 변수(가격)를 묶은 지표입니다만(전의 글에서도 얘기한 부분입니다) ROE의 경우 움직이지 않는 변수끼리 묶은 지표라 조금 더 쉽게 와닿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퇴직한 중연이는 수중에 1억이라는 밑천이 있습니다. 이 돈으로 무엇을 할까 고민하다가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치킨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중연이는 1억으로 작은 치킨집 하나를 열었습니다. 중연이가 1년동안 열심히 장사를 해서 벌어들인 수익은 총 5000만원입니다.

 

이런 사례는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사례이기 때문에 받아들이시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으실겁니다. 즉, ROE란 "얼마 투입해서 얼마 벌었어"와 동의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얘기는 곧 "이자율 얼마야"라는 얘기로 이해를 하셔도 큰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1억원으로 치킨집을 차리는 대신 적금에 들어서 1년 뒤에 이자소득을 올리는 것이니까요.

 

여기서 생각할 수 있는 첫번째 포인트는 바로 ROE와 적금이자를 비교해보는 것입니다. 현재의 적금 이자가 2%라고 가정했을 때 어떤 회사의 주식을 샀는데 그 회사의 ROE가 2%(적금 이자 ≒ ROE의 경우)라면요? 이 회사는 당장 장사를 접고 밑천 모두를 은행에 맡겨도 1년 뒤 회수할 수 있는 수익금은 1년 동안 열심히 스트레스 받아가며 회사를 운영했을 때와 똑같을 것이기 때문에 굳이 사업을 지속해야 할 유인이 없는 회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회사가 투자 대상으로서의 가치가 있으려면 ROE가 몇%쯤은 돼야 할까요? 이 부분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지만 저같은 경우 최소 금리 + 5% 정도는 돼야 그래도 한번 검토는 해줘볼만 하지 않나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즉, 7%쯤은 돼야 검토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고 10%정도가 되면 일단 지표만으로는 합격점을 주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생각해볼 두번째 포인트는 ROE와 PBR의 관계입니다. 이전 글에서도 얘기를 한 부분이지만 PER나 PBR의 내용을 알았다고 "아, 내 주식의 PER은 몇이네, PBR은 몇이네" 하시는 것 처럼 "아, 내 주식의 ROE는 몇이네" 하고 마신다면 역시 ROE를 사용하시는게 수익률 신장에 딱히 도움이 되진 않을 것입니다. 즉, 지표를 그냥 지표 하나로만 받아들이시는 것 보다는 다른 관련 지표와 함께 복합적인 판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위의 예시를 한번 더 인용하겠습니다. 중연이는 1억원으로 치킨집을 차렸고 연매출이 5000만원씩 나고 있습니다. 현재의 매출이 2년간 지속될 수만 있다면 본전(투입한 자본)은 뽑을 수 있습니다. (눈치 빠르신 분들은 이미 알아차리셨겠지만 ROE * PER = PBR입니다.) 사실 중연이의 치킨집은 대박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수익률이 무려 50%에 육박하니까요. 중연이의 치킨집을 탐낸 옆집의 지수는 중연이한테 치킨집을 자신에게 양도할 것을 제안합니다. 이 제안을 받았을 때 중연이는 자신의 치킨집을 얼마에 양도를 할까요? 1억에 양도할까요? 중연이가 바보가 아닌 이상 이렇게 대박을 치고 있는데 자기가 투입한 본전(1억)에 양도하진 않을 것입니다. 당연히 지수도 이 부분을 감안을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지수가 할 수 있는 행동은 어떤게 있을까요? 바로 웃돈을 얹어서 양수하는 것입니다. 지수가 웃돈 1억을 얹어 총 2억에 양수를 했습니다. 이때 이제 PBR의 개념이 나오는 것입니다. 중연이의 자본 1억원(=치킨집)을 지수(시장)는 2억원으로 평가를 했고 따라서 PBR은 2가 됩니다. 즉, 웃돈을 2배 얹어주면 PBR은 2가 되는 것이고 웃돈을 4배를 얹어주면 PBR은 4가 되는 것입니다. 그럼 지수의 ROE는 몇일까요? 지수가 중연이와 마찬가지로 매년 5000만원의 수익을 올린다고 가정하면 지수 입장에서의 ROE는 2억을 투자해서 5000만원을 버는 것이므로 25%가 될 것입니다. 

여기서부터 생각을 해봐야합니다. 현재 웃돈 1억을 얹어서 총 2억에 치킨집을 양도받은 지수는 본전을 뽑으려면 총 4년의 시간이 걸립니다. 4년간 꾸준히 5000만원을, 혹은 그 이상을 벌 수 있다고 어느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요? 오케이, 백번 양보해서 4년간 꾸준히 5000만원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가정해봅시다. 지수의 치킨집을 본 효제는 이 치킨집이야 말로 세상에 둘도 없는 대박집이라며 웃돈 2억을 얹어 총 4억에 지수에게 치킨집을 양도받았습니다. 이 경우 효제의 PBR은 4이고 ROE는 12.5%(4억 투자해서 연수익 5000만원)가 됩니다. 지수의 경우 4년만 열심히 일하면 본전을 뽑을 것을 효제의 경우 졸지에 8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시간을 투자해야 겨우 본전을 뽑을 수 있습니다. 과연 효제에게 8년간 아~무 일 없이 매년 5000만원 이상씩 매출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을까요? 조성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웃돈을 많이 얹어줄수록, PBR이 높아질수록 투자자는 투자 원금을 회수하는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됩니다. 게다가 모든 산업은 성장기를 거쳐 성숙기를 맞이하게 되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ROE는 점점 더 떨어질 것입니다. PBR = ROE * PER인데 PBR이 높아지고 ROE가 낮아진다? 본전을 찾는데 걸리는 시간(PER)은 과장을 보태서 이번 생애엔 힘들 수도 있습니다.

흔히들 주식을 사는 것은 내가 간접적으로 사업을 양수하는 것과 같다고 하지 않습니까? 만약 어떤 회사의 주식을 살 때 그 주식의 PBR이 과하게 높다면 우리는 이 회사를 웃돈을 얹어서라도 살 가치가 있는가? 만약 살 가치가 있다면 이 회사가 장사를 해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지속가능한가, 혹시라도 더 많은 부가 창출될 여지는 있는가? 정도는 고민을 해봐야 할 것입니다.

 

 

* ROE의 속성을 고려해보면 고(高)PBR주(웃돈을 많이 얹은 상황)가 생각보다 허무맹랑할 수도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기 위해 이 글을 썼습니다.

* 예시에서도 살펴본 내용이지만 사업의 환경이 크게 바뀌지 않는다면 PBR은 높아지는 만큼 ROE는 낮아지기 마련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PBR이 높아지는데 ROE는 그대로다? 뭔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문제가 없다면 이 회사는 분명 대박의 조짐이 보이는 회사일 것입니다.

* 여기서 필자가 제시할 수 있는 Tip은 만약 PBR이 낮은 주식을 선택했다면 이익이 증가 내지 급증할 수 있는 요인이 존재하는지(예컨대 신규 사업 진출 등)를 한번씩 더 파악해보는 것입니다. 당연한 얘기고 저번에도 한 얘기지만 PBR이 낮다고 "음, 낮네" 하시거나 왜 낮은지 고민을 안해보신다면(PBR > 1 = 웃돈을 얹어주는 상황 / PBR < 1 = 웃돈은 커녕 본전보다 더 싸게 팔리는 상황) 당연히 좋은 투자 성과를 올리실 수는 없습니다.. 

 

 

첨언)

시장에는 여러가지 변수가 존재하기 때문에 투자에 있어서 늘 절대적인 진리 내지 정답은 존재하지 않고 그때 그때의 상황에 알맞는 판단을 해야 합니다. ROA 역시 중요합니다만 ROA에는 밑천을 담보로 땡겨온 빚까지 포함(Asset; 자산 = 밑천 + 빚)이 되기 때문에 두가지 정도를 고민해봐야 합니다 ; 1) 지금 시장이 크고 있어서 빚을 땡겨서라도(레버리지를 써서라도) 사업의 사이즈를 키워야 할 것인가 2) 해당 업종이 원래 부채가 높은 업종인가. 

이미 대한민국을 포함한 세계의 여러 시장들이 성숙기로 진입했음에는 이견이 없으므로 아예 새로운 업종, 새로운 BM이 아닌 이상 1)의 변수를 고려하기엔 무리가 있을 것 같고 2)의 변수는 은행업이나 수주업 등 아예 부채가 사업 모델의 경우에만 한정될 것입니다. 만약 두 변수에 해당이 안되면 부채를 제외한 순수 밑천으로만 판단하는게(ROE로 판단하는 것) 조금 더 보수적인 판단이 아닌가 싶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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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인
2015/09/03 06:19 PM

너무 쏙쏙 잘 이해 되네요!! 잘 읽었습니다

역시
2015/09/04 07:41 AM

어찌 이리 쉽게 설명을 잘 해주시는지^^

그림자
2015/09/04 09:22 AM

알기 쉽게 개념 정리를 잘 해 주신 글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PBR이 높다고 ROE가 낮아진다고 하신 점은 조금 잘 못 표현하신 듯 해서 잠깐 적습니다. ROE가 낮아지는 건 자본이 축적될 수록, 그러니까 BPS가 증가할 수록 상대적으로 이익증가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생기는 경향이 아닌가 합니다. PBR은 사업자본에 대한 시장가격의 정도를 의미하니까 둘 사이를 연관시키려면 ROE를 PBR로 나눠보는게 의미있을 수 있을 듯 합니다.

2015/09/04 11:37 AM

#신라인 #역시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D
#그림자
네, 제가 글에서도 밝힌 부분이지만 "이익이 유지" 된다는 가정하에 웃돈을 얹어서 회사를 사간(투자를 한) 사람의 기준으로는 PBR이 높아지는 만큼 ROE가 낮아진다는 의미로 얘기를 한 것일 뿐 기계적으로 "PBR 높아짐 -> ROR 낮아짐" 이렇게 이해하기에는 선생님의 피드백처럼 당연히 무리가 있을것입니다, 설명의 편의를 생각하여 단순하게 치킨집 사업으로 비유한 것일 뿐이니 오해가 없으시길..! :D

주아주빈맘
2015/09/04 11:47 AM

믿고 보는 중연쌤의 글!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주셔서 이해하기가 넘넘 쉬워요 ^.^!! 요즘 계모임 스터디를 중연쌤의 자료로 하고 있답니다 ^^...... 수려한 글솜씨에 준하는 화려한 말솜씨도 지니고 계실듯..~ 오프라인 강의 계획은 없으신가요~? 화잇팅!!~

초수
2015/09/04 11:02 PM

어떤 악기를 다루는 일에 능숙해지면 연주하는 곡이 바뀐다해도
듣는이에겐 동일한 감흥을 주듯 글 주제는 바뀌어도 그 글 읽고
따라가는 사람에겐 귀에(아니지, 귀가 아니지...눈이라고 해야 맞을 듯...ㅎ)
쏙 들어오게 잘 써 주시는 군요. 잘 읽었습니다. 또 감사하고요.

제이제이
2015/09/07 04:26 PM

어려울수도 있는 주제인데도 재밌게 잘읽었습니다^^

하하
2015/09/10 10:49 AM

pbr이 높아진다고 roe가 낮아지지는 않습니다. roe가 투자자 자신의 투자금이 아닌 투자회사의 자본을 바탕으로 계산되니까요. 투자회사의 자본이 pbr이 변한다고 막 따라 변하나요? 예로 든 상황에서는 말이될지 모르나 주식투자에선 좀 다릅니다.
그리고 치킨집에 1억 투자해서 5천 벌었다고 하여 roe를 50%라 보는건 잘못됐습니다. 자기 연봉은 빼야죠. 사람을 써서 대리운영 했는데도 5천을 벌었을 경우에나 roe가 50%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런 경우는 없죠.^^

둘리아빠
2016/01/25 10:20 PM

치킨으로 예를 들어주시니 이해가 쏙쏙되요~ 저도 계모임에서 중연쌤 글로 공부할까봐요!

쪼니
2016/02/23 06:11 AM

자랑스럽다! 교다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