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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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양적완화, 무엇이 다른가?
2016/04/18 07:25AM
요약
- 한국은행이 산업은행 채권 매수로 신규자금 공급 능력 확대
- MBS(주택담보대출증권) 직접 인수로 상환기간 연장
- 경기 부양의 초점이 금리조정에서 재정지출 이동 中
- 야권의 승리로 사실상 단기간 내에 실행은 어려워짐
최근 20대 국회의원 선거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선거기간 동안 사실 많은 공약들이 나왔는데요. 그 중 투자와 가장 밀접한 관계가 있는 공약이 '한국판 양적완화'라고 판단되어 한번 살펴 볼까합니다.
한국형 양적완화는 어떻게 나왔을까?
▲ 출처: 한국경제
우선 '양적완화'라는 말은 경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뉴스에서 익숙하게 접해 보셨을 듯 합니다. 양적 완화는 중앙은행이 국채 등의 매입을 통해 통화를 시중에 공급해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말하는데요. 기준금리가 제로(0)거나 마이너스여서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 부양이 불가능한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경기를 추가적으로 부양하기 위해 쓰였던 수단 입니다.
한국형 양적 완화는 지난달 29일 강봉균 새누리당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려도 돈이 제대로 흐르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한은이 산업은행 금융채권(산금채)과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증권(MBS)을 인수하는 통화 완화 정책을 펼쳐야 한다”며 20대 총선 공약 중 하나로 발표하며 시작 되었습니다. 구체적으로 ‘한국형 양적완화'의 정책 사안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습니다.
1) 한국은행이 산업은행의 기업구조조정에 많이 쓰이는 신규자금 공급능력을 확대할 수 있도록 산은채권을 인수
2) 주택담보대출증권을 직접 인수하여 가계의 주택담보대출 상환기간을 20년 장기분할상환제도로 전환시키는 방안
왜 '한국형' 양적완화 인가?
양적완화는 일본이 가장 먼저 도입했습니다. 10년이 넘게 장기불황에 시달리던 일본은 2001년에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장기 국채를 한 달에 4000억엔씩 매입하는 통화 완화 정책을 도입했고, 이것을 양적 완화라고 표현하였죠. 이후 2008년 금융위기 직후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도 이 같은 국채 매입전략을 도입하였고 최근 유럽중앙은행(ECB) 또한 국채 매입 규모를 늘리는 추가 양적완화 방침을 발표하였습니다. 모두 기준금리를 '0%'까지 내리고도 경기여건이 녹록지 않다는 판단에 실행한 조치 들이죠.
▲ 출처: Chinadaily
한국형 양적완화는 일반적으로 이와 다릅니다. 경기부양을 목표로 국채를 대량 매입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은행의 산업금융채권(산금채)과 주택저당증권(MBS)을 선별적으로 매입한다는 점에서 해외 일반 양작완화와 차이점을 보이고 있습니다. 새누리당이 양적완화를 '한국판'이라고 명명한 이유가 여기 있죠. 즉, 단순 경기부양이 아니라 가계부채 구조개선과 기업 구조조정 지원이라는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어떤 의의가 있을까?
1) 경기 부양의 초점이 금리조정에서 재정지출 이동
현재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1.5%입니다. 이론적으로 통화정책 여력이 아직 충분히 남아있는 상황이죠. 이런 상황에서 해당 공약이 나오게 된 배경은 기존 금리 인하에만 집중되어 오던 경기부양책을 재정지출로 조금씩 이동시키자라는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럼 왜 이런 입장이 나왔는지를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의 떨어지는 통화승수*와 저물가 기조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겠습니다.
통화승수*는 한국은행이 본원통화 1원을 공급했을 때 이의 몇 배에 달하는 통화를 창출하였는가를 나타내주는 지표인데요. 위 우측 그래프를 보시면 한국은행의 지속적인 본원통화 공급에도 M2*가 기대만큼 증가하지 않고 있음을 볼수있겠습니다. 즉 중앙은행은 돈을 계속 풀었는데, 시중에 돈이 기대만큼 돌지 않는거죠.
(M2*는 제 이전글 <'16년 중국의 성장 목표 - 통화,재정정책 편> 에서도 설명드린 개념인데요. M1에 정기적금 정기예금과 같은 은행의 저축성예금과 거주자 외화예금까지를 포함시킨 것으로 시중에서 유통되는 돈의 흐름을 파악하는 기준으로 많이 사용되는 지표입니다. 참고: http://insight.stockplus.com/articles/1908 )
따라서, 전통적인 금리 조정(지급준비율 조정 포함)을 통해 경기를 살리는 것이 제한적이라는 위기감이 올라오며, 정책 변경을 통한 재정주입이 필요하다라는 스텐스가 나온 것으로 판단됩니다.
2) 기업에 대한 자금수혈량 증가
이름은 '양적완화'를 썻지만, 시장에선 사실상 기업에 대한 긴급 자금수혈 성격이 더 강하다는 해석이 많습니다(물론 각 입장에 따라 그 해석과 의미가 다르겠지만요). 부실한 기업을 산업은행이 매입하여 살리는 행보는 과거부터 계속 되어 왔고 여기에 중앙은행(한국은행)이 총알을 더 실어주자라는 것이 골자인데. 어떠한 구조적 개선이 아닌 자금의 수혈량을 늘리자는 것이 기업 경기 부양에 얼마나 도움이 될 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 한국형 양적완화에 대한 주요 발언 (출처: 경향비즈)
야권의 승리로 사실상 실행 어려워짐
13일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최종 의석수는 더불어민주당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정의당 6석, 무소속 11석으로 확정되면서 사실상 여당의 양적완화 공약은 실행되기 어려워질 것 같습니다.
더민주, 국민의당 그리고 정의당이 '한국형 양적완화'에 전부 부정적인 입장인데요. 김종인 더민주 대표는 “우리가 외환위기 사태를 겪은 이유가 경제 활성화라는 미명 아래 지나치게 돈을 풀어 재벌들로 하여금 과잉부채, 과잉투자, 과잉시설을 낳게 했기 때문”이라며 “양적 완화로 대기업이 구조조정을 한다면 실업이 양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입장이고, 국민의당 또한 “무제한 돈풀기는 위험한 도박”, 정의당은 “경제 실패를 더 많은 돈으로 메우겠다는 발상”이라며 전부 반대의 입장을 피력했기 때문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여당으로서는 순조롭게 해당 정책을 통과 시킬 방법이 없는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 막론하고 경기부양에 대한 의지가 강력하기 때문에 한국은행 또한 어떤 형태로든 부양책을 고민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향후 정치적 행보와 한국은행의 기조를 주시해 볼 필요가 있고, 투자자들은 관련하여 투자 전략과 판단에 집중해야 겠습니다. 실제로 이같이 산업은행에 자금지원이 증폭된다면, 바닥까지 고꾸라져 있는 부실기업들이 새로운 투자 대상으로 올라올지도 모르니깐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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