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계량분석을 통한 투자전략 제시
투자에 앞서 생각해봐야 할 장기 계획
2015/12/15 07:36AM
요약
- 10루타, 20루타를 찾는다고 돈 문제가 해결될까?
- 필요한 돈, 물가와 소득 상승률, 연평균 수익률, 근로연수를 고려, 장기투자로드맵을 짜라.
- 근로소득보다 투자소득이 더 커지게 되면, 그 때는 자연스레 전업의 단계에 들어선 것
여러분은 투자를 하는 목적이 무엇인가?
결국 노동으로 얻는 소득 이외에도, 추가적인 소득을 얻고, 이를 통해 나아가 경제적 독립을 얻기 위해서일 것이다.
막연히, "그냥 많이 벌고 싶다"는 대답은 뜬 구름 잡는 이야기라는 소리이다.
최근, 교사를 하고 있는 친구와 필자가 이에 대해 나눈 대화를 재구성 해 보았다.
이 투자전략의 내용은 리처드 번스타인의 <Navigate the Noise>를 참조하였음을 밝힌다.
#
(필자)
: 그러니까... 너, 교사 하면서 돈은 뭔가 버는거 같은데...
한 달이 지나보면 남는게 없다. 그래서 투자를 해 볼 생각이라.. 이거야?
(친구, 서주현, 27, 고등학교 교사/ 주 : 저작권 없는 이미지를 찾다가 지쳐서 그냥 필자가 그림 -_-)
: 응. 나 뭔가 많이 버는 줄 알았는데... 경조사비에 뭐 식비에 회식에 보험에...
정신차려보면 통장 잔고가 제로란 말이지..? ;;
: 한 마디로 모으고 싶다는거야, 더 벌고 싶다는거야?
: 둘 다...ㅋㅋㅋㅋ
: ....이거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하려나...;;;
일단... 대박나는 투자처 찾는거는 잊어라. 그건 생각해봐야 소용 없어.
: ??? 뭐 한 10배 20배 오르는거 하나 찝어주면 고민 끝인거 아냐?
: 자.. 생각해봐. 일단 너 교사하면 야자 감독도 해야하고, 교재 연구도 해야하고,
애들 상담이나 뭐 이런것도 해야하잖냐?
본업에 일단 시간 많이 들어가지? 그리구 가끔 남자친구도 만나야 할 거구.
: 그치?
: 그러면 너... 본업 계속하면서 그런 종목 찾을 안목 키울 자신은 있어?
내가 보기엔 거의 불가능 한 거 같은데?
: ...아마도? -_-
: 그리구 10배 20배 오르는거 찾았다 해도,
그거 몇 번 먹으면 돈 걱정 안해도 된다는건 그냥 막연한 생각일 뿐이잖아.
너 실제로 너한테 앞으로 얼마정도가 필요할지는 계산해 봤음?
: ...그럴거면 PB들 찾았지. 너 안 부르고. -_-
: ....-_- 꿈 깨 멍충아. 그런거 알면 그 냥반들이 잘도 월급받고 있겠다.
: ;;;
: 그리구 두 번째 문제는 뭐냐면,
니가 운이 좋아서 10배 20배가 아니라 40배 오르는 주식을 찾았다 치자.
그럼 다 해결될 거 같지?
: 응.ㅋㅋ 근데, 실제로도 그렇잖아?
: 자... 근데 문제는 거기에 니가 지금 가진 돈을 다 집중 할 자신은 있냐는거지.
예를 들어 볼까? 너한테 지금 천만원이 있다구 쳐 보자.
니가 가진 돈의 100%가 아니라, 50%만 40배가 오른 종목에 때려박아도,
500만원이 40배로 불어나는거니까 2억이 되지?
: 그치?
: 여기서부터 문제인데...
사실 그 정도 때려박을 수 있는 사람은 진짜 전업투자자 중에서도 내공 있는 소수들이고.
니가 혹시나 잘못될까 싶어서 걱정이 되서, 가진 돈의 10%인 100만원을 거기 투자했다 치자.
그럼 40배 때려봤자 4천만... 이걸로 너 걱정하는거 해결될까?
: .... 무리지?
: 응. 사실 이건 집중투자를 해야 해결될 문제라고 주장하는 사람두 있는데, 그 말두 맞아.
근데 그럴 실력 있다면 넌 교사 하면서도 2-3배 오를 종목은 충분히 발굴 할 수 있었겠지.
실제로 그런 성과도 몇 번 냈어야 당연한거구. 그럴 실력 되는 사람두 극소수고.
그리구 그 실력 키울 시간에 본업에 소홀해 질 여지두 있어.
: 그럼 뭐 어떻게 하란건데?
: 일단 고려해 봐야 할 것들이 있는데...
자... 일단 니가 고려해 봐야 할 것은 이것들이야.
1) 그래서 얼마가 필요한가?
2) 물가와 소득은 얼마나 상승할까?
3) 1년에 얻을 수 있는 평균적인 수익률이 몇% 정도가 될까?
4) 앞으로 몇 년간 더 벌 수 있을까?
: 뭐가 이리 복잡...;; 그래두 대충 왜 필요한 지는 어렴풋이 이해가 가기는 하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보충 설명좀 해줄 수 있어?
: 자 봐봐... 일단 1) 얼마가 필요한가..? 라는 부분.
: 응응
: 일단 결혼자금으로 5천 정도 든다 생각하고,
추가적으로 교사 때려치구 나서도 혹시나 너 남편이 40도 안되서 짤려서
니가 먹여살려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으니 생활비로 월 500이 필요하다고 가정해볼게.
: .....야이... -_- 악담을 해라 악담을 해...
: 가정이잖아...ㅋㅋ
자. 그럼 결혼을 30살에 한다 치자. 그럼 일단 8천.
그리구 교사 정년이 62살..인데 대충 60살 잡아보자.
공무원연금 한 월 150 나온다 치고.
: ...근데 뭔가 좀 상황을 실제보다 되게 빡빡하게 잡은 느낌인데...?? ;;;;;;
: 인생이 계획대로 된다면 얼마나 속 편하겠냐.
만약의 사태라는게 있으니 실제보다 좀 더 가혹한 가정을 해서..
이걸 충족시키는 계획이 잡히면 그래두 불의의 상황이 터져도 목표달성할 가능성이 높지 않겠어?
정리하자면 이렇게 되겠네.
: ...얘는 진짜 머리 속에 노친네 하나 들어있는거 같애.. -_-
: 자. 그리구 두 번째로.. 물가와 소득 부분인데..
물가 상승률은 한국은행이 목표로 잡은게 3% 정도야.
실제로는 어땠는지 아래 그래프를 한번 보자고.
출처 : 한국은행
: 저기... 나 국어 교사지 수학이나 사회 가르치는 교사는 아닌데... -_-;;;;
: 그냥 간단한거 두 개만 보자.
제일 많이 물가가 올랐을떄는 6%(2008년) 이구, 제일 적게 올랐을때는 0.5%지?
: 그치...?
: 그럼 이렇게 되겠지.
물가 상승률을 0.5%내지 1%로 잡으면 너무 낙관적인 추정이 되어버리는거고,
6%로 잡으면 지나치게 보수적인 추정이 되어버리는거고.
: 아까는 보수적인 추정이 좋다고 하지 않았었나?
: 그렇기는 한데...
문제는 너무 보수적으로 잡아버리면, 필요한 금액이 크게 나와서
니가 모아야 할 돈이 더 크게 필요할거라는거야.
즉, 무리수 안 두고 얼마 저축해야 겠다는 계획을 확실히 잡아야 한다는거지.
이건 말만 들어서는 모를테니, 표로 한번 정리를 해 보자.
즉, 물가 상승률을 1%로 가정하면 넌 매달 114만원을 저축해야 하는거고,
6%로 가정하면 매달 132만원을 저축해야 해.
대략 18만원정도 더 차이가 나게 되지.
만약 이게 4천만원이 아니고 8천만원이었다면 저 격차는 훨씬 벌어졌을걸?
: ...결론적으로, 나 그럼 연 평균 물가상승률 3% 잡구, 매달 121만원 저축하면 되는거야?
: 음...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서 난 6%를 잡구, 132만원 저축하는거 추천.
만약의 사태라는게 있으니깐.
: ..근데 이건 PB들한테도 이야기 듣는거잖아? -_- 별 다를거 없는데?
: 솔직히 그것도 프로 투자자가 아닌 이상 중요한 부분이니까 같이 고려를 하자는 취지인거지.
자... 그럼 이제 다음으로 고려해야 할 것은, 투자수익률과 연봉 상승률이야.
: 그건 얼마로 잡는게 좋은데?
: 다행히 니가 공무원이라 연봉 상승률은 대충 계산하기 쉬울건데,
일반적으로는 아까 물가상승률 6% 잡았던 것 처럼 보수적으로 잡아서 계산해보면 되.
투자수익률의 경우 KOSPI의 상승률은 연 평균 9%. 대략 연 9%수익을 얻는다 치구 계산해 보자구.
즉, 물가 상승률이 연 1%고 니가 연 수익을 9% 얻는다면, 넌 97만 6천원만 매달 투자하면 되는데,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면 매달 너는 112만 8천원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는거지.
이젠 좀 부담이 줄어보이지?
: ....준...건가...??;;;; 20만원 정도 줄긴 했네..
: 니가 언제부터 월 20 부담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 할 수 있었냐....ㅋㅋ
이런 식으로 우리는 물가상승률, 일 할수 있는 기간, 투자 수익률, 소득 증가 등을 고려하면
퇴직후에도 일정한 생활비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수익률을 높게 잡아야 하고,
얼마나 돈을 매달 투자해야 하는지를 알 수 있어.
이렇게 시간을 고려하여 투자의 전체적인 계획을 짜는 것이 필요해.
즉, 이런 로드맵을 그려놓으면 투자 수익률이 100%, 200%씩 찍을 필요는 없다는 것을 알게 되는거지.
: 같은 식으로,
은퇴 후 어느 정도 생활수준을 유지하구 싶은지 생각해보고 거기 대한 감도 있어야겠네...
근데 그래두 대박주 물면 다 해결되는거 아냐?
: 너 결혼 할 수 있냐 없냐가 어떤 주식 하나의 주가에 왔다갔다 하는거 보고싶냐?
그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아?
: 그래두 실력이 있다면...
: 그렇긴 한데, 그건 프로투자자의 영역이지.
나는 지금 니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현실적인 답변을 주는거야.
만약, 니가 지금 내가 하는 이야기가 필요 없다고 느껴진다면 둘 중 하나일거야.
- 저런 대박주를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 내공이 되거나.
- 그래도 다른 화끈한 걸 찾고 싶거나.
전자라면 이미 프로의 수준이기 때문에 이 이야기가 당연히 필요없을 수 있어. 하지만 넌 그게 아닐거야.
뭐.. 엥간하면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고 하고 싶네. 이게 가장 현실적인 이야기기도 하고.
: 정 그런걸 찾고 싶다면?
: 추천하는 것은, 본업을 계속 해 나가면서 너 나름대로 시간을 내서
개별 종목이든 ETF든 투자도 하고 해보라는거야.
그러다가 어느 순간 니 월급보다 투자로 버는 돈이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너는 전업투자가의 단계로 들어서게 되는거지.
소위 투자자라는 사람들이, 전업투자를 할까 말까 고민하고 하는데...
<전략적 가치투자>의 저자이신 신진오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지.
전업은 하려고 생각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소득과 내공이 함께 늘어 자연스럽게 전업의 단계로 넘어가게 되는 것.
한번 해 보려면 해봐. 다만, 꾸준히 어느 정도 금액은 ETF나 다른 간접투자에 꾸준히 넣는걸 추천하고 싶네.
니가 재능이 없다는걸 늦게 알게 될 수도 있는거 아니겠어?
그 때 일이 잘못되는 걸 막자는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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