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형(파티게임즈 CEO)

중국 인터넷과의 대화

칠종칠금, 중국 인터넷과 대화하다 (2) 알리바바 마윈, 중국 인터넷 기업의 가치는 과연 거품인가?

2015/04/16 08:46AM

요약

2001년 홍콩의 모처에서 마윈은 투자가들에게 둘러싸여 신랄한 질문공세에 시달리고 있었다.

 

투자자: 중국의 인터넷시장의 성장성이 크고 전자상거래가 발전할 수 있다는 당신의 생각은 이해했습니다. 그렇지만 미국의 이베이가 이미 중국 시장에 진출했고 비교할 수 없이 더 많은 자본과 기술을 가지고 앞서가고 있는데 과연 알리바바가 살아남을 수 있나요?

마윈: 인터넷은 이제 시작입니다. 인터넷을 3,000미터 달리기라고 비유했을 때, 미국은 100미터쯤 왔다고 생각해요. 한국과 일본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30미터면 중국은 이제 5미터에 불과합니다. 현재로서는 굉장히 많이 뒤처지고 있다고 생각되지만 중국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점이 가장 중요합니다.

투자자: 현재 인터넷업체들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사라지고 있습니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에서 알리바바의 성공을 장담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마윈: 우린 1995년에 중국에서 맨주먹으로 인터넷사업을 시작했습니다. 더 힘든 상황을 겪을 수 있겠지만 80년 이상 계속해서 성장할 겁니다. 알리바바가 인터넷사업을 시작할 당시 중국은 인터넷서비스를 시작하기도 전이었기 때문에 다른 인터넷기업들보다 훨씬 더 고생한 감도 없지 않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린 시작했고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 결국 살아남았고 성장했습니다. 힘든 상황을 맞닥뜨릴 때도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점점 좋아질 것입니다.

투자자: 중국 정부는요? 중국 정부의 사회주의 체제와 통제가 인터넷 비즈니스를 하는 데 적합한 환경이 아니라는 우려가 큽니다.

마윈: 중국은 문호를 개방하고 다른 세상을 배우려 애쓰고 있습니다. 인터넷은 사람들이 바깥세상에 대해 알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정부 역시 인터넷을 통해 밖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다른 미디어에서처럼 통제를 하긴 어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결국 인터넷이 중국 정부의 태도를 바꿀 것입니다.

투자자: 인터넷의 잠재력에 대해서는 질릴 만큼 들어서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돈은 어떻게 벌고 있죠? 돈이 되는 게 아니라면 감탄할 일도 없지 않나요?

마윈: 현재 우리는 수익이 전혀 없습니다. 관심을 끌고자 무료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투자자: 그건 결국 허풍이 아닌가요? 대단하다고 떠들며 주장만 거창하게 펼치고 있지, 정작 돈은 하나도 벌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면 언젠가는 많은 수익이 창출될 거라는 말을 우리더러 믿으라는 거요?

마윈: 그것이 인터넷입니다.

투자자: 아니 그게 대체 무슨 말씀입니까?

투자자의 질문공세에 차분한 자세로 답변하던 마윈은 수익모델에 대한 질문에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한 듯했다. 그는 아무도 듣지 못할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나직하게 말했다.

“창랑의 물이 맑거든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거든 발을 씻으리라."

마윈은 많은 투자자들로부터 중국의 인터넷기업의 거품이 너무 심하다는 공격에 시달리며 자본조달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2000년도에 일본소프트뱅크로부터 2천만불의 투자를 받았지만 2002년 알리바바의 순익은 1위안(한화 140원)에 불과했을 정도였다. 그렇지만 알리바바는 그 이후 연매출 30조이상 기업가치가 200조 이상이 되는 거대한 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출처 : 비트허브

이대형 : 늘 궁금했는데, 그날 조용히 읊조렸던 “창랑의 물이 맑거든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거든 발을 씻으리라.” 라는 한시는 무슨 뜻으로 이해하면 되겠는가?

마윈 : 그것은 춘추전국시대 제나라의 재상이었던 굴원이 지은 “어부사(漁父辭)”에 나오는 구절의 일부분이다. 

당시 굴원은 큰 뜻을 품고 기개가 높은 인물로 일찌감치 재상의 자리에 올랐지만 간신들과 외척들의 모함으로 쫓겨나 한가롭게 바닷가를 거닐고 있었다. 그때 한 어부가 다가와“당신은 큰 일을 하실 분으로 보이는데, 왜 이런 곳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냐?”고 물었다.

굴원이 대답하기를 “모든 사람이 눈을 감고 있을 때 혼자 눈을 뜨고 있었고, 모든 사람들이 술에 취해있을 때 혼자 깨어있다보니 이렇게 되었다.”라고 답하자 어부는 크게 웃으며 “창랑의 물이 맑거든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거든 발을 씻으리라.” 라고 말했다.

인터넷이 생겨나고 예측할 수 없는 큰 변화가 이미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수익성 운운하며 불필요하게 시간을 끌고 있는 그들이 답답하여 해본 말이었다.

이대형 : 그렇지만 기업의 수익은 굉장히 중요한 것 아닌가? 돈을 벌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이 가질 수 있는 당연한 의문이라고 생각한다.

마윈 : 당시에 인터넷 기업들은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였지만, 큰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가 가진 서비스는 분명 큰 서비스가치(value)를 만들어냈고 그 가치를 필요로 하는 고객들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결국 그때 수익성을 증명하지 못했다는 그저 사용자만 많은 인터넷 기업들은 오늘날 거대한 매출을 만드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무료 검색서비스를 서비스하던 구글은 검색광고로 수익을 내었고, 알리바바는 거래수수료와 광고 양쪽에서 돈을 벌고 있다.

이대형 : 그 말은 잘 이해했다. 그렇지만 중국 인터넷 기업들의 가치가 지나치게 높다는 거품론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알리바바의 2014년 4분기 매출은 9.64억 달러로 한국 삼성전자의 3분의 1에 불과하고 순익도 그러한데, 알리바바의 회사가치는 삼성전자를 훨씬 웃돈다. 회사 가치는 회사의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이해할 수는 있지만 이미 알리바바의 중국내 사용자수는 정점을 찍었고, 중국의 경제 성장율도 하락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보았을 때, 알리바바의 현재 회사가치는 거품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 아닌가?

마윈 :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아직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 고객을 찾거나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은 우리의 전문 분야이다. 우리의 고객은 더 많아 질 것이고, 우리의 고객은 더욱더 다양한 루트를 통해 우리의 서비스를 더 오래 사용하게 될 것이다는 것은 너무나 확실하다. 사물인터넷의 시대에는 집에 생필품이 떨어지거나 가구를 수리하려고 할때 PC나 스마트폰을 켜지 않고 음성명령어로 간단하게 모든 주문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대형 : 지난 20년 인터넷 시장의 성장을 돌이켜보면 두 가지 생각이 든다. 첫번째는 발전의 속도는 예측과 늘 달랐다는 점이다. 때로는 예측에 비해 느렸고, 때로는 예측보다 훨씬 빠르게 모든 일이 이루어졌다. 두번째 성장의 크기는 항상 예측보다 훨씬 컸다는 것이다.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PC로만 인터넷에 접속하던 시대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다가오고 있는 사물인터넷의 시대에는 아마 더 많은 사람들이 종전과는 다른 다양한 방식으로 인터넷을 더 많은 시간 사용하게 될 것이라는 점에 동의 한다. 

당신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아직 인터넷을 경험해보지 못한 전 세계 인구의 절반과 거대한 인구, 광할한 땅, 다양한 민족, 열악한 인프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장을 거듭한 중국 기업들이 쌓아올린 역량을 생각해보면 중국 인터넷 기업의 가치 거품론은 무의미한 논쟁처럼 느껴진다.

 
이미지 출처
Cisco VNI Mobile Forecast
비트허브(http://www.bithub.co.kr/)

이대형(파티게임즈 CEO)  의 다른 글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