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형(파티게임즈 CEO)

중국 인터넷과의 대화

칠종칠금, 중국 인터넷과 대화하다 (5) 바이두 리옌홍, 중국에서 구글을 격퇴하기까지

2015/04/29 03:17PM

요약

이대형: 바이두는 구글을 밀어내고 현재 중국 검색시장의 80% 이상의 점유율을 보유한 중국 최대의 검색엔진이다. 바이두가 이토록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인가?

리옌홍: 바이두를 이렇게 성장시키기까지는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노력이 필요했다. 바이두의 검색 서비스가 초기에 자리잡을 수 있었던 경쟁력은 사실 너무 간단하다. 바로 중국어 검색이 잘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특히 중국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간체자’에 최적화된 검색방식과 검색결과 인덱스(index)를 제공했던 점이 가장 큰 힘을 발휘했다.

중국 내에서 구글이 바이두보다 2년 정도 빨리 자리를 잡았었고 바이두가 막 서비스를 제공할 때쯤 이미 구글은 중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데이터베이스와 고도화된 기술을 구축한 상태였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사용하기엔 다소 불편한 검색시스템이었다. 아주 간단한 예로 바이두에서는 번체자나 알파벳을 입력하면 자동으로 사용자가 의도한 간체자를 자동으로 완성시켜서 검색할 수 있게 해준다. 기술적으로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사용자들이 체감상 느끼는 만족도로는 그 차이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대형: 구글 역시 북경에 구글차이나를 설립하고 우수한 인재들을 채용해서 서비스 현지화에 많은 투자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구글이 중국 현지화에 뒤처진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리옌홍: 이것도 사실 너무 간단한 차이다. 구글차이나는 직원을 채용할 때 영어에 능통하거나 미국에서 교육받은 사람을 선호한다. 미국에서 교육받은 사람들은 미국 문화에 익숙할 뿐더러 영어에 능통하다거나 미국에 갔다 올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는 점 자체가 일반 중국인들의 생활 수준과 다름을 의미한다. 아무리 국적이 중국이라 하더라도 이런 사람들은 중국 인터넷 유저 대다수의 문화나 관습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반면 바이두의 직원은 99.9%가 중국에서 성장한 사람들이다. 이 부분은 매우 간단하면서도 자명한 진리인데, 외국기업들은 중국에 위치하고 있어도 중국의 내면을 보고 있지 못하고 있다.

이대형: 중국 정부가 자국의 인터넷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기업인 구글을 희생양 삼았다고 보는 시각도 많다. 이른바 구글은 인터넷 자유주의를 수호하는 정의의 세력이고, 중국 정부는 정보를 통제하고 검열하는 악의 세력이라는 시각이다. 이러한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리옌홍: 그러한 시각에 대해서는 잘 이해하고 있다. 인터넷 자유주의에 대한 중국 정부의 억압과 정보 통제를 바라보는 서양인들의 관점 중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리다.

물론 공산주의의 1당 독재와 부정부패, 빈부격차 등 사회적으로 많은 숙제를 가지고 있지만 합리적인 시스템을 갖추고 있고 생활과 사업을 하기에 안전하다. 이에 관해선 중국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대부분 인정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중국 사회와 정부는 발전하고 있고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부분을 조금만 이해하면 중국 정부의 우려를 인정하고 상생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을 텐데, 많은 외국기업들은 이러한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스스로의 실패를 중국의 비합리적인 시스템에 의한 피해자라는 시각을 갖게 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대형: 다소 민감한 질문인데 '외국기업들이 중국의 사회시스템을 이해하지 못해서라거나, 중국인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실패한다'는 식의 논리는 일반화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중국 인터넷기업들이 철저하게 중국 정부의 보호 아래 성장해왔고, 정부가 계속해서 이러한 기조를 유지한다면 중국 인터넷기업들은 이후에 중국 내에서의 성장이 정점에 달해 글로벌시장으로 나아갈 때 경쟁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고 본다. ‘온실 속의 화초’와 같이 말이다.

쉬운 예로 저작권 문제를 들 수 있는데 바이두가 2005년에 나스닥에 상장했을 때, 불법 MP3 검색회사가 상장했다는 비아냥을 들었다. 바이두에서 비틀즈의 'Let it be'를 검색하면 바로 MP3파일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링크가 제공됐는데, 이것은 다른 나라에서 상상하기 힘든 일이다.

선진국들은 이미 90년대부터 음원 저작권에 대한 개념을 강화하여 저작권 침해에 대해 강력한 처벌을 내리기 시작했고 이는 많은 크리에이터들이 활발한 활동을 하는 데 큰 힘을 실어주었고 그 결과 수없이 많은 창의적 시도가 줄을 이었다. 문화 지배력이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계기가 된 것이다. 한국같이 작은 나라에서 PSY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를 강타했는데, 중국에서 이러한 성공사례가 나올 수 있다고 보는가?

리옌홍: 날카로운 지적이다. 많은 부분 동의하는데, 다른 관점이 있다는 것도 이야기해 보고 싶다. 중국은 정말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었고 제도, 사회, 경제, 문화, 과학 모든 면에서 항상 전 세계를 선도하며 주변 국가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 근대화 이후 백 년 정도를 제외하곤 말이다. 그 기간 동안 중국은 후진국이었고 식민지와 다름 없는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지만 과거 중국이 외세의 침략으로 어려움을 겪었던 시기 그러니까 여진, 거란, 몽고의 침략을 받았을 때 중국은 위태로웠지만 결국 그들을 포용하고 압도하며 발전해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현재 중국 인터넷산업의 면면은 다소 비정상적이고 위태로워 보이는 부분이 있지만 결국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거라 본다.

이대형: 그렇다면 음원 저작권이 아닌 인터넷 서비스를 이야기해 보자. 바이두의 초기 검색서비스를 보면 구글과 유사한 면이 굉장히 많다. 아마존, 텐센트, 시나, 카이신왕 등 중국의 성공한 인터넷서비스들은 대부분은 미국 것을 카피했을 뿐 어떤 창의성도 찾아볼 수 없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므로 창의력을 기르는 일보다 영어를 잘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고 이야기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가?

리옌홍: 인정하는 부분도 있지만 다른 관점을 제시하고 싶다. 우리도 예전에 미국에서 오랜 기간 생활했고 돌아와서 창업을 했다. 미국에서 일어났던 많은 일들이 중국에서도 언젠가 일어나겠지라는 예측을 하고 새로운 사업을 구상했고 그것을 통해 많은 성공을 거두었다. 지금 와서 보니 중국 인터넷 사용자의 수가 일찌감치 미국을 앞질러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더라. 이는 곧 우리가 가장 큰 시장을 이루고 있다는 뜻이다. 즉, 미국에서 일어나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들이 우리 시장에서 먼저 발생할 수도 있고, 또 우리가 먼저 해결할 수도 있으며 이 과정에서 또 다른 새로운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없이 많은 창의적인 것들이 이러한 과정에서 창출되리라고 생각한다. 예컨데, 근래에 알리바바가 모든 상품의 전국 어디로든 하루안에 배송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물류시스템을 개편하고 드론 배송을 도입하겠다고 하는데 이러한 시도는 전 세계 최초의 시도이고 이게 성공하면 앞으로 전 세계의 모든 전자상거래 기업에게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이대형 : 얼마 전 인공지능 분야의 권위자인 앤드류 응을 비롯해 구글에서 여러 핵심 엔지니어들을 스카웃하고 몇 억 달러를 들여 실리콘밸리에 연구소를 세웠다. 조금 과장해서 구글과 함께 전 세계 검색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바이두가 본격적인 전쟁에 돌입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했다고도 이야기하는데 그러한가?

리옌홍 : 내 생각에 기업간의 경쟁은 최후에는 결국 인재 경쟁이라고 생각한다. 바이두의 직원들 개개인의 역량이 세계 최고가 되어야 바이두도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우리는 전 세계에서 우수한 인재들을 계속 찾고 있다. 나는 물론 바이두에서 제일 똑똑한 사람이 아니다. 단지 처음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이 사업을 시작한 것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 다음에 바이두에 들어오는 사람들이 나보다 더 뛰어나기를 원한다. 구글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그것이 중국이던, 미국이던 결국 인재 경쟁에서 승리하는 법이라고 생각한다.  

이대형 : 구글과의 인재경쟁에서 승리할 자신이 있는가? 간단하게 생각하면 구글의 핵심 엔지니어를 스카우트하는 것 이상의 전략을 가지고 있다면 알려달라.

리옌홍 : 사실 전략이라 부르기에 너무 간단하면서도 확실한 방법을 알고 있다. 물론 쉽지는 않다. 

이대형 : 더 많은 돈을 주는 것인가?

리옌홍 : 구글은 바이두보다 훨씬 돈이 많은 기업이다. 우리도 적지 않은 수익을 내고 있지만 구글과 비교할 바는 아니다.

이대형 : 그렇다면 그 방법은 무엇인가?

리옌홍 : 그것은 바로 더 크고 새로운 도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바이두는 인프라의 부족, 정부의 규제,  다른 언어와 문화 등 척박한 중국 인터넷 시장에서 많은 제약을 뛰어넘어 현재의 성장을 이루어냈다. 지금부터 우리가 대면하게 될 문제들은 미국의 인터넷 기업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것들이 많다. 우리는 얼마전 음식에 대기만 하면 이상이 있는지 알수 있는 "스마트 젓가락"을 개발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얼마전 중국에서 크게 사회문제가 되었던 저질 식용유 등 저질 음식에 대한 공포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문제는 미국에서는 경험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대형 : 구글에서도 구글엑스 프로그램을 통해 구글글래스, 무인자동차 등 다양한 도전의 기회를 만들어 인재들을 자극하고 있는데, 바이두의 도전 정신 역시 구글못지 않게 인상적이다. 앞으로 글로벌 무대에서 구글과 바이두의 경쟁을 즐겁게 지켜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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