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형(파티게임즈 CEO)
중국 인터넷과의 대화
칠종칠금, 중국 인터넷과 대화하다 (3) 알리바바 마윈, 인터넷 영웅의 등장
2015/04/21 08:49AM
요약
- 알리바바에는 직원들이 무협소설의 인물을 자신의 별명으로 하는 문화가 있음
- 마윈의 별명은 김용의 소설 "소오강호"에 등장하는 풍청양이라는 인물임
- 이러한 별명에는 중소기업들의 성장을 돕겠다는 마윈의 철학이 담겨있음
- 인터넷 기업의 창업자들은 마치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영웅들의 모습과 너무 흡사함
이대형: 알리바바의 회사문화에 대해 굉장히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었다. 알리바바에서는 모든 직원들 누구나 중국의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을 자신의 별명으로 삼아야 한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마윈: 그렇다. 내가 무협소설을 좋아해서 반은 재미로 시작한 것인데, 이젠 기업문화의 일부가 되었다. 인터넷기업의 창업자들은 무협소설에 등장하는 영웅들과 같다고 생각한다. 학교와 기업에 은거하고 있던 재야의 고수가 그간 조용히 갈고 닦은 인터넷 기술이라는 무공으로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다. 중국 인터넷시대의 영웅들을 보라, 그들은 너무나 멋있고 훌륭하다.
이대형: 조조가 유비에게 이렇게 물었다. "천하에 누구를 영웅이라 칭할 수 있는가?" 당신에게 묻고 싶다. 중국의 인터넷시대에 누구를 영웅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마윈: 심천에서 5명의 친구들과 ‘텐센트’라는 아시아 최대의 인터넷기업을 탄생시킨 마화텅, 수백만 달러의 보너스를 버리고 미국에서 홀연 귀국해 ‘바이두’라는 최고의 인터넷 검색기업을 일으킨 리옌홍, 누구보다 빨리 인터넷산업에 뛰어들었지만 후배들의 화려한 성공 뒤에서 20여 년간 묵묵히 실력을 기르다가 혜성처럼 다시 등장한 ‘샤오미’의 레이쥔, 한때는 한 몸과 같았던 동업관계였지만 현재는 경쟁자로서 날카로운 칼날을 겨누며 다른 방식으로 우정을 나누고 있는 ‘소후’의 장차오양과 ‘요우쿠’의 구용창, 중국에 새로운 미디어 세상을 열어준 ‘시나’의 왕지동, 모두가 더 이상 큰 변화는 없을 거라고 안심하던 때에 단숨에 인터넷보안을 석권한 ‘360’의 저우홍위, 이들 모두를 인터넷시대의 영웅이라고 충분히 부를 수 있을 것 같다.
이대형: 가장 중요한 인물을 한 명 빠트린 것 같다. 항주 근처의 시골 마을에서 태어나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며 성장해 중국의 소기업들을 돕겠다는 일념으로 굴지의 기업을 이뤄낸 ‘알리바바’의 마윈, 당신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측면에서 궁금한 것이 하나 있는데, 마윈 당신의 별명은 무엇인가?
마윈: 김용이 쓴 《소오강호》에 등장하는 ‘풍청양’이 내가 선택한 별명이다.
이대형: 나도 《소오강호》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별 볼 일 없었던 주인공 영호충에게 독고구검이라는 무공을 가르쳐 희대의 고수로 만들어준 화산파의 은거 고수가 아닌가? 아직은 작고 보잘 것 없지만 그 안에 큰 잠재력을 품고 있는 중국의 소기업들을 지원하고 성장시켜주겠다는 의미로 지은 별명인가?
마윈: 원래 꿈보다 해몽이 좋은 것 같다. 말했듯이 알리바바는 ‘중소기업들이 더 쉽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돕자’라는 사명을 가지고 시작되었다. 내가 풍청양이라는 별명을 고른 데는 분명 그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대형: 알리바바라는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었나?
마윈: 창업할 당시 자본금은 굉장히 적었지만 전 세계적인 기업으로 자리 잡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누구나 기억하기 쉽고 국제적인 느낌의 명칭이었으면 했다.
좋은 회사명을 짓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던 중 미국의 한 식당에서 갑자기 알리바바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식당 직원에게 알리바바를 아느냐고 물어보니 그 직원은 안다고 대답했을 뿐만 아니라 보물상자를 열기 위해선 "열려라 참깨"라는 주문을 외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함께 알려주었다.(그 후 만나는 사람들에게 알리바바를 아느냐 묻는 실험을 진행했고 그 결과 알리바바 이야기가 전 세계적으로 익숙한 소재임을 알았다. 또한 발음하기도 쉬워 '알리바바'라 짓게 되었다)
다만 당시에 캐나다의 한 사람이 이미 알리바바라는 이름을 등록해둔 상태였는데, 50만 불의 자본금 중 1만 불을 지불하여 캐나다 사람으로부터 이름을 다시 사왔다.
이대형: 현재 알리바바는 엄청난 규모의 기업이 되었는데, 도대체 얼마나 큰가?
마윈: 1억이 넘는 이용자가 매일 우리 홈페이지를 방문한다. 내 아파트에서 18명으로 시작한 알리바바에 현재 3만 명의 직원들이 상주해 있으며 우린 직∙간접적으로 1,400만 일자리를 창출해냈다. 15년 전과 비교해 볼 때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커졌지만 앞으로의 15년 후와 비교한다면 지금의 알리바바는 아직 아기에 불과할 것이다.
이대형: 왜 알리바바를 창업하게 되었는가?
마윈: 창업할 당시 중국은 개방과 함께 성장에 대한 강렬한 열망이 국가와 개인을 뒤덮고 있었다. 모두가 세계시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관문을 찾고 있었다. 값싸고 우수한 노동력이 도처에 널려 있었으나 언어, 통신, 문화, 국가정책 등에 많은 문제를 겪고 있었다. 그러던 중 인터넷이 세상을 바꿔놓고 있음을 알게 되었고, 중국의 많은 소규모 기업들을 해외에 홍보하는 수단으로써 인터넷이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대형: 그때 당시 알리바바가 세계 최대 인터넷기업으로 성장하고, 마윈 당신이 중국 최고의 부자가 될 것이라 상상했는가?
마윈: 크게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건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아니다. 오로지 내게 중요했던 점은 보다 많은 소규모 회사들이 성장하는 데 일조하는 방법이었다. 알리바바를 통해 그들이 알려지고 해외 바이어와 연결만 된다면 둘에게 윈윈(Win-win)인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며 이로 인해 발생할 많은 매출만을 생각했다.
이대형: 알리바바가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인가? 아니, 솔직히 말해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점은 아마도 당신이 중국 최고의 부자가 될 수 있었던 비결에 관한 것일 것이다.
마윈: 가장 큰 이유는 운이다. 우리는 인터넷이 있는 좋은 시대를 타고 났다. 좋은 파트너들, 훌륭한 직원들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크나큰 행운이었다.
또한 우리는 돈을 목적으로 삼지 않았다. 나는 지난 10년간 돈에 관한 이야기를 한 시간 이상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대신에 우리가 처음부터 생각해온 목표, 어떻게 하면 소규모 기업들이 시간과 거리 등의 물리적인 한계를 넘어 전 세계 시장에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여 수익을 낼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수 있을까 고민했다. 돈을 버는 것보다 구성원들과 함께 비전을 공유하고 달성하는 법에 관해서 고민했던 것이 성공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멀리' 생각한다. 또한 중국은 '백년기업'을 특히 중요시한다. 단, 백년기업의 개념은 명확하진 않다. 알리바바가 1999년도에 성립되었고, 지난 세기에 1년, 이번 세기에 100년, 그리고 다음 세기로 이어지기를 희망한다. 현실성 없고 매우 멀어 보이는 목표로 보일 수도 있겠으나 이러한 관점은 우리를 더 고민하고 준비하게 만든다.
이대형: 근래에 가장 고민하는 것은 무엇인가?
마윈: 근래의 고민을 언급하기에 앞서 우선적으로 알리바바의 사명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알리바바를 창립할 때 우리는 ‘중소기업이 쉽게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돕자’라는 사명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결국 오늘날과 같이 수백만의 중소기업이 우리가 제공하는 플랫폼을 이용해 제품을 판매하게 되었다. 3억이 넘는 소비자들이 우리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입한다. 그래서 나는 알리바바를 '전 세계에서 가장 쉽게 장사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드는 법에 대해 항상 고민한다.
만일 우리가 노르웨이 상인의 제품을 아르헨티나로 판매할 수 있다면, 아르헨티나의 소비자들은 온라인으로 스위스 제품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날의 인터넷은 소기업들이 대륙과 대양을 넘나들며 그들의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도왔고 그 결과 국가 경계가 희미해졌다. 나는 중국 시장 외에 20억 소비자와 1,000만 소기업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길 희망한다.
작년에 우리는 미국 워싱턴의 농민들이 약 300톤의 체리를 중국에 판매할 수 있도록 도왔다. 사실 우리가 판매를 시작하기 전에 체리는 미국 농장의 나무에서 잘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의 플랫폼을 이용해 예약판매를 시작했고 중국의 8만 가정이 이 체리를 예약하게 되었다. 예약 판매시작 후 48시간 만에 미국 농장에서 자라나고 있던 체리는 빠른 속도로 중국 가정집 냉장고로 배달되었다.
이렇게 체리를 구입하게 된 소비자들은 만족해했다. 다만 3일 후 우리는 적지 않은 원망의 메시지를 받게 되었는데 '왜 100톤밖에 없냐, 왜 더 많은 체리를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없냐'는 내용이었다. 두 달 후 우리는 코스트코(Costco)를 끌어들여 300톤의 미국 견과류뿐만 아니라 알래스카의 싱싱한 해산물 또한 중국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보라! 이처럼 우리가 미국의 체리와 견과물, 해산물을 중국 소비자들에게 팔 수 있다면, 미국이나 유럽 등 더 많은 국가의 중소기업들이 그들의 제품을 중국 소비자들에게 판매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지 않겠는가? 중국 소비자들은 그들의 제품을 필요로 하고 있다. 아시아 및 발전 중인 국가의 20억 소비자, 우리는 그들에게 어떻게 하면 세계화된 온라인쇼핑을 손쉽게 즐길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에 관해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것이 나의 가장 큰 고민이자 목표이다.
ⓒ 두나무 주식회사 & insight.stockplus.com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대형(파티게임즈 CEO) 의 다른 글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