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치머

투자자들이 하지말아야 할 행태에 대해 일침

[하지마라 2탄] 아무때나 PER 들먹이지 마라

2015/04/18 01:53PM

요약

주위에 PER 맹신자들이 꽤 있다. 특히 가치투자 좀 안다는 사람들 중에는 무턱대도 PER부터 묻는 경우도 있다.

A: "다 필요 없고... 그래서 그 주식 PER 몇 배냐?"

B: "6배"

A: "오! PER 6배? 엄청 싸다.. 매수!"

PER 수치만 보고 매수 버튼 누르는 사람들... 만약 당신 주위에 이런 투자자가 있다면, 이 글 꼭 링크해주기 바란다.

 

▣ PER은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시간

친구 놈 중에 자기 돈 1억원을 들여 가게를 차린 놈이 있다. 근데 본인한테 들어오는 순이익이 한 달에 50만원 밖에 안된단다(50만원이라도 건지는 게 신기하다). 1년으로 보면 600만원 버는 거다.

이 친구가 투자금을 모두 회수하려면 무려 17년(1억원 ÷ 600만원)이란 세월이 걸린다. 이게 PER이다. 이 녀석은 PER 17배 짜리 주식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나 같으면 장사 때려칠 거 같은데 이놈은 계속 붙들고 있다.

반대로 PER이 5배, 즉 가게를 차리고 돈을 회수하는데 5년 밖에 걸리지 않는다면 당신은 어쩌겠는가? 1억원 투자했는데 매년 순이익이 2000만원씩 나온다? 나 같으면 그 가게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

PER은 시가총액을 순이익으로 나눠 계산한다. 시가총액은 현재 그 기업이 시장에서 평가받고 있는 가치를 의미하고, 순이익은 주주에게 떨어지는 최종 몫이니, 위의 예시와 동일하게 '투자금을 회수하는 데 걸리는 기간' 으로 해석 가능하다.

최근 골프존이란 기업이 분할·상장하자마자 연일 상한가를 쳤다. 지난해 순이익이 792억원이었는데, 분할 직후 시가총액은 3200억원에 불과했다. 즉 PER 4배, 극도의 저평가 상태이니 바로 상한가로 직행한 것이다.

현금만 쥐고 있는 골프존유원홀딩스, 기존의 사업부를 모두 가져간 골프존. 두 회사가 분할되기 전 시총이 1조가 넘었으니 골프존의 연상은 너무나도 당연한 결과였다(여기서 분할에 관한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겠다).

 

▣ 일회성 이익으로 떨어진 PER은 저PER이 아니다

저PER주라면 달려드는 사람들, 이들이 가장 주의해야 할 건 '일회성이익' 이다. 일회성이익은 말 그대로 딱 한 번 발생한 이벤트성 이익을 뜻한다.

아는 사람 중 하나가 2013년 11월 경에 대림제지란 주식을 샀다. PER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대림제지란 주식을 샀을 때 PER이 고작 2.8배에 불과했다.

하지만 PER이 낮아진 이유를 제대로 파고들지 않은 것은 큰 실수다. 2013년 대림제지는 영업이익이 31억원에 불과했지만, 순이익은 영업이익보다 큰 71억원을 기록했다. 바로 일회성이익 때문이다.

대림제지 감사보고서에 보면 당시 유형자산처분이익으로 27억원이 잡힌 걸 확인할 수 있다. 바로 이 녀석으로 인해 영업이익보다 순이익이 크게 찍힌 것이다. 당시 대림제지는 보유 중인 토지 일부를 매각해 일회성이익이 발생했다.

이런 경우엔 저PER여도 저PER가 아니다. 다음년도 실적이 대폭 개선되지 않는 이상 PER이 같은 수준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PER은 다시 상승한다. 투자금 회수 기간이 길어지는 것이다.

이럴 땐 일회성이익을 제거하고 PER을 계산해야 한다. 즉 PER 계산 시 순이익을 71억원이 아닌 44억원(71억원-27억원)으로 적용해야 한다. 이렇게 되면 대림제지의 PER은 8배 수준으로 급격히 높아진다.

 

▣ 경기변동형 주식은 저PER가 오히려 '독' 이다

순이익이 큰 폭으로 변동하는 주식은 저PER주라고 덜컥 사선 절대 안된다. 일회성이익으로 나온 저PER주보다 훨씬 더 위험할 수 있다. 대부분 경기변동형 기업이 여기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은 경기가 안좋을 때 순이익이 적자이거나, 소폭 흑자여서 시총이 조금만 커도 PER 수십, 수백배가 된다. 반대로 경기가 좋을 땐 순이익이 급증하면서 PER 역시 10배 미만으로 떨어진다.

경기변동형 주식의 기본 투자전략은 '침체기'에 사서 '호황기'에 파는 것이다. 그런데 PER이 낮아진 구간에는 순이익이 급증한 호황기이므로 정반대의 투자가 될 수 있다. 경기변동형 주식을 저PER에 산다면 고점에서 샀을 확률이 높아 이후 주가 급락을 경험할 지도 모른다.

위에서 언급한 대림제지로 돌아가보자. 대림제지는 원재료 가격에 따라 이익이 급증감한다. 원재료 가격이 급락하면 이익이 급증하고,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이익이 급감하는 구조다. 대림제지의 주가는 2011년 1500원 수준에서 2012년 급등해 3000원 수준으로 2배 가량 급등했다. 그런데 PER은 5배 수준에서 2배로 낮아졌다.

주가가 급등했음에도 PER이 낮아진 것은 순이익 급증폭이 훨씬 컸기 때문이다. 대림제지 주가는 2013년 중반 이후 실적이 악화되면서 하락 전환했는데, 만약 당신이 저PER인 것을 보고 2012년에 투자했다면 분명히 손실을 봤을 거다.

순이익이 급증감하는 주식을 볼 땐 차라리 PER 말고 PBR을 주목하는 게 낫다. PBR은 순이익이 아니라 자본총계를 기준으로 계산되므로, 실적이 안좋다고 해서 수치가 급등, 급락하지 않는다. 저PBR인 상황에서 향후 업황 개선에 따른 이익 턴어라운드가 예상된다면 투자를 고려해볼 수 있다.

 

▣ 고PER주 무시하다 큰 코 다친다

고PER주라면 치를 떠는 사람들이 있다. 이 역시 가치투자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은데(본인은 가치투자자 절대 싫어하지 않는다), 위에서 얘기했 듯이 투자금 회수가 지나치게 오래 걸리기도 하고, 손실을 볼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근데 잘 생각해보자. 고PER주라고 해도 투자금 회수 기간을 대폭 단축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바로 '고성장' 이다.

고성장주가 고PER인 이유는 순이익이 빠르게 늘어남에 따라 투자금 회수기간이 매년 단축되기 때문이다. 가령 시총 1000억짜리 회사가 있는데, 그 회사의 지난해 순이익이 10억이었다고 하면 PER은 무려 100배가 된다.

근데 회사가 초고성장을 거듭, 올해 순이익이 100억원으로 불어났다. 그럼 어떻게 되는가? 단번에 PER이 100배에서 10배로 하락하게 된다. 내년 순이익이 150억원으로 또 성장한다면 PER은 6.7배로 내려간다. 이런 고성장주를 만난다면 PER이 100배건, 1000배건 그냥 투자해야 한다. 순이익이 수십배씩 커지는데 현재 PER이 무슨 소용인가.

아래 글은 어떤 모 가치투자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글이다. 당시 아름다운 여대생 한 분이 '생활 속에서 찾는 투자 아이디어' 라는 콘텐츠를 작성했는데, LG생활건강이 마음에 든다며 편입했다. 그런데 거기에 대고... 어떤 몰지각한 사람이 "PER 높은데 매수하는 게 가치투자냐?"라며 진상을 피웠다.

그런데... 그 뒤 주가는 어떻게 됐을까? 1년 만에 50% 가까이 올랐다. 그리고 현재 주가는 83만원으로 2배가 됐다. 필자는 LG생활건강 주가를 볼 때마다 저 댓글이 떠오르면서 화가 난다(절대 그 여대생 분이 예뻐서 편드는 거 아니다). 현재 LG생활건강은 수년간 ROE를 20% 이상씩 유지하고 있는데, 시장에선 향후 몇 년간 이런 추세가 이어질 거라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LG생활건강은 비즈니스 모델 특성상 이익의 안정성까지 뒷받침돼 고PER주라고 무시할 만한 종목이 결코 아니다.

최근 중국주들 PER이 수백~수천배에 이르는데, 이걸 보고 '과열이야" 라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과연 그럴까? 내 생각은 '속단하기 이르다' 이다.

고성장 말고 고PER를 합리화할 수 있는 것은 '이익회수'다. 즉 이익을 내지 않다가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하면 PER이 빠르게 낮아질 수 있다.

중국 기업들은 근 몇 년간 '확장'에만 신경써왔다. 이익 회수보다는 사업 확장을 통한 매출 증대에 더 힘썼다는 얘기다. 벌어들인 돈을 이익으로 빼지 않고, 재투자하는 데 올인했다면 당연히 순이익 규모가 적을 수밖에 없다. 매출 성장률이 30%~40%에 달하고 현재 매출이 1조인데, 순이익은 10억원에 불과하다면 이익회수보단 확장에 중점을 둔 회사라고 보면 된다.

만약 중국기업들이 확장을 중단하고 이익회수에 전념한다면? PER은 빠르게 떨어질 지도 모른다(중국 주식 추천하는 거 절대 아니다). 그러니 현재 중국 주식 사는 사람들에게 'PER도 못보는 초보네' 같은 어설픈 생각은 하지 말길 바란다.

단, 고PER주는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을 단 한 번이라도 내면 주가가 폭락하는 경우가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이익이 급성장할 것이란 '확신'이 없으면 투자하지 말란 거다.

단기적으로 주가가 폭락하더라도 향후 고성장할 게 확실하다면? 만약 이런 생각을 지니고 있다면 투자해봐도 좋다. 하지만 주가 폭락을 견딜만 한 강심장이 필요하니 이 점을 유의해야 한다.

 

▣ 실적이 안정적일수록 PER 활용이 적합

필자가 보기에 PER은 실적이 안정적인 회사에 적용해야 의미있다. 위에서 언급했 듯이 경기변동형 주식은 실적이 매년 급증감하기에 PER이 별 의미가 없다. 

실적이 안정적인 경우엔 PER을 매우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순이익이 유지되거나, 점진적으로 성장한다면 '몇 년 만에 투자금 회수가 가능한지' 대략적으로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장비주처럼 수주산업이 아니라 반복 소비재를 파는 기업들이 대체로 그렇다.

얼마전 '박동규' 필진이 쓴 마이크로컨텍솔 분석글을 보면 PER을 적용하기가 매우 적합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부터 일회성 이익이 거의 없었던 데다가, 반복 매출로 이익이 급증감하는 구조도 아니어서다.

딱 봐도 마이크로컨텍솔의 현재 PER(지난해 순이익 기준 12배, 컨센서스 기준 13배)은 과거치 5배~7배 대비 높은 수준이다. 최근 성장률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비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마디로 매수하기 부담스러운 가격대라는 거다. 저PER주 투자를 잘 한다는 사람은 아마도 2012년경에 매수해 현 시점에 매도했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실적이 안정적이라면 동일업종 종목들 간 PER 비교도 유의미하다. 경쟁사 역시 동일한 업종에 속해 있으므로, 실적이 안정적일 가능성이 높다. 마이크로컨텍솔 분석글 마지막 부분에 있는 동종업계 기업들 간 투자지표 비교 역시 꽤나 유용한 셈이다.

이런 기업들의 PER을 산정해 봤을 때, 과거치 대비 혹은 경쟁사 대비 낮다면 투자를 고려해 볼 수 있다. 과거 대비 PER이 낮아지려면 결국 2008년 금융위기와 같은 폭락장을 이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경제 위기가 찾아오면 사업이 안정적인 기업은 실적이 감소할 순 있어도 밑바닥을 드러내진 않는다. 반면, 주가는 매우 큰 폭으로 급락할 수 있으므로 절호의 매수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LG생활건강의 경우, 금융위기였던 2008년, 2009년에도 ROE가 25%에 육박하는 괴력을 보였다. 반면 주가는 폭락했으니, 당시에 적극 매수해 꽉 붙들고 있었더라면 큰 수익을 낼 수 있었을 거다.

 

결론: 저PER주를 맹신하지도, 고PER주를 무시하지도 말라. 상황에 따라 저평가일수도, 고평가일수도 있다. PER은 특히 순이익이 안정적일 때 적절히 활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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