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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치머

투자자들이 하지말아야 할 행태에 대해 일침

[하지마라 1탄] 기술주 무턱대고 맹신마라

2015/04/12 10:10AM

요약

내가 아는 개인투자자는 오로지 '기술주' 만 맹신한다. 몇 년 전에 있었던 삼성전자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시연회를 보고, 돈을 몽땅 플렉시블 디스플레이 관련주에 쏟아붓는가 하면, 최근엔 3D 프린터와 사물인터넷 쪽에 몰빵 투자를 감행하고 있다. 이젠 핀테크에 관심을 갖고는 관련주 찾기에 분주하다.

만약 위와 같은 투자를 행하는 사람이 있다면, '뒤로가기' 버튼 누르지 말고 필자의 쓴 소리를 들어보길 권한다. 쓴 약일수록 몸에는 좋은 법이다. 읽어보고 내가 '돈을 잃기 위한 고속도로' 를 달리고 있진 않은지 점검해보기 바란다.

당신이 생각한 꿈은 최소 5~10년 뒤의 일이다

"이젠 모든 물건을 3D 프린터로 만든데! 심지어 집도 지을 수 있다는데??"

기술주 투자자들은 저런 말만 들리면 귀를 세운다. 그리곤 이렇게 생각한다. '이젠 3D 프린터가 대세야!' 이후 네이버에서 '3D 프린터 테마주' 를 검색하고, HTS에 마음에 드는 종목명을 넣은 뒤 '매수' 버튼을 누른다.

심플해도 너무 심플하다. 요즘 심플한 게 대세라지만, 오랜 고민이 필요한 생각까지 심플해서야 되겠는가? 투자의 대가였던 '벤저민 그레이엄' 이 아직까지 살아있다면, 위와 같은 사람들을 투자자가 아니라 '투기꾼' 으로 몰았을 것이 분명하다.

어쨌든, 위 과정은 투자자의 고민치고는 너무나 단순하다. 저런 식으로 생각해서 돈을 벌 수 있다면, 주식시장 참여자 90%는 돈을 벌었을 거다. 워렌 버핏은 소위 말하는 '듣보잡' 신세를 면치 못했을 거다.

투자자는 항상 투자 아이디어를 생각할 때 '시간'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투자 아이디어가 실현될 시간 말이다.

필자도 3D 프린터 엄청 좋아한다. 저것만 있으면 내가 원하는 집도 짓고, 차도 만들고, 여자친구(?)를 몇 명이라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 꿈은 아직까지 '꿈' 일 뿐이다.

서두에서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언급했으니, 계속 얘기를 이어가겠다.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말 그대로 종이장처럼 마구잡이로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말한다. 영화 해리포터를 보면 그림이 움직이는 신문이 나오는데, 이 디스플레이가 최종 단계까지 진화하면 이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 된다.

여기서 잠깐 2011년에 나왔던 증권사 리포트를 일부 인용해 보겠다.

"AMOLED는 2012년 이후 ‘Flexible’ 패널 양산이 가시화됨에 따라 LCD와의 확실한 차별화를 통해 시장 성장이 가속화될 전망. Flexible AMOLED는 스마트폰과 태블릿PC 등 IT 기기의 디자인 혁신을 가능하게 할 것. 또한 소재와 제조공정 변화가 동반되어 관련업체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제공할 것"

- M 증권 -

지금 들으면 허무맹랑한 얘기다. 실상은 삼성전자가 플렉시블 생산을 추진했지만, 불량률이 높아도 너무 높아 양산 시스템을 갖출 수 없었다. 삼성전자는 이러한 이유로 투자를 미루고, 미루고, 또 미루고, 또또 미뤘다. 결국 2012년 이후 양산은 고사하고, 설비도 갖춰지지 않은 채 세월을 보냈다.

언론에서는 이제서야 플렉시블을 양산 하느니, 마느니 하고 있다. 최근에 나온 플렉시블 적용 제품이 있다면 바로 '갤럭시 엣지' 다. 여러분은 이 스마트폰을 보고 "명백한 플렉시블이야!" 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이게 플렉시블의 가장 초기 단계라는 걸 아는 사람은 얼마 없는 듯하다. 최종 단계(종이처럼 마음껏 접을 수 있는)에 가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도저히 모르겠다.

3D 프린터도 마찬가지일 거다. 3D 프린터는 이제 산업 태동기에 접어들었으며, 이를 기반으로 특정 소재나 제품을 의미 있을 정도로 양산해 판매하는 기업은 현재 한 곳도 없다. 3D 프린터 직접만드는 제조사들을 제외하곤, 관련 분야(도면 판매 등)에 매출이 본격적으로 찍히려면 적어도 10년은 지나야 할 거다.

물론 플렉시블과 3D 프린터는 기술이 완전이 다르고, 시장 규모도 달라 100% 같을 거라곤 얘기 할 수 없다. 다만, 모든 기술주 투자에서는 '시간' 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된다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관련 실적이 나오려면 한참 멀었는데도 주가가 급등한다면, 그건 순전히 투기 심리에 의한 것이고, 거기에 편승하다간 갑작스런 주가 급락으로 한강 버스 탈지모르니, 꼭 주의하기 바란다.

어려워도 너무 어려운 기술주

기술주에 투자하려면 최소한 기술이 어떤 방식이고 원리인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양산이란 게 언제쯤 가능한지 조금이나마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양산이란 사전적 의미로 '많이 만들어냄' 이란 뜻이 있는데, 양산이 가능한 상황이 와야만 제품으로 만들어 판매할 수 있다.

앞서 얘기했던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로 다시 돌아가보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는 대체로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로만 양산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는 디스플레이가 유기물로 이뤄져있기 때문이다. LCD는 빛을 내는 백라이트유닛(BLU)이 필요하므로 마음대로 구부리기 어렵다,.

(혹시 벌써 지치는가? 하지만 이제 시작이다)

AMOLED의 생산 공정은 크게 결정화 → 증착 → 봉지 → 검사 및 모듈화로 이뤄진다(물론 세부적으로 나누면 수십가지가 더 있다). 결정화는 디스플레이 기판에 전기적 특성을 입히는 작업이고, 증착은 색을 구성하는 유기물을 디스플레이에 부착시키는 과정이다. 봉지는 유기물이 산화되는 걸 막기 위해 주위에 막을 감싸는 공정이다.

(더 남았다..)

플렉시블 생산에선 모든 공정이 까다롭다. 머리 아프니 결정화 단계만 알아보자. 결정화 단계에선 높은 열로 가열이 필요한데 이 때 기판인 플라스틱이 녹아버릴 수 있다(일반 디스플레이는 플라스틱이 아닌 열에 강한 유리). 또한 휘어질 때 전기적 특성이 사라져 디스플레이 기능이 사라지기도 한다. 즉 결정화 단계에서 상당수가 불량품으로 떨어져 나간다는 얘기다.

(여기서 대충 마치자..)

만약 당신이 플렉시블 양산을 예상하고 싶다면, 높은 열에서도 녹지 않는 플라스틱이 언제쯤 대량 생산되고, 대안으로는 어떤 기술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양산 시기를 예상하기 매우 어려우며, 결국 정확하지 않은 애널리스트 말에만 놀아나야 한다.

그런데 이것을 사전에 아는 게 가능하다고 믿는가? 필자는 단호하게 말할 수 있다. 해당 업종에 종사하거나, 그 회사 제품을 직접 만드는 관계자가 아니면 알 수 없다.

어렵고도 어려운 기술주 투자...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찍히는 숫자 보고 들어가도 늦지 않다

애증의 주식 OCI 를 얘기해보자. 우리가 생각하는 태양광 기술이란 게 사실 90년대까지만 해도 뜬 구름 잡기였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이것이 현실화됐고, 양산 단계에 접어들면서 숫자가 찍히는 순간, 우리는 폭발적인 주가 상승을 목격하게 됐다.

OCI의 주가 상승은 명백히 실적이 뒷받침 된 것이었다. 태양광 시장이 꺾이면서 주가가 급락하긴 했지만, 급락마저도 찍히는 실적이 뒷배경이었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 문제였으나 주가 변동만큼은 꽤나 합리적이었다고 얘기하고 싶다.

만약 OCI 실적을 눈여겨 봤다면 초반에 충분히 편승할 수 있었다. 실적이 찍히고, 뉴스와 증권사 리포트가 쏟아지기 시작한 2010년 당시 주가는 20만원 선이었다. 2011년 4월에 역대 최고가인 65만7000원을 찍었으니, 적당한 시기에 잘 사고 팔았다면 2~3배는 먹을 수 있었을 거다. 물론 내 기억으로 매도 타이밍 잡기는 절대 쉽지 않았다.

어쨌든 여기서 얘기하고 싶은 건 숫자가 찍히고 들어가도 절대 늦지 않다는 거다. 물론 숫자가 뜨기 전(OCI의 경우 10만원 아래)에서 사서 잘 판다면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었겠지만, 만약 태양광 개화 시기가 늦었다면 어땠을까. 투자자는 오랜 기간 손가락만 빨아야 했을 수도 있다.

최근에 가장 핫하다는 3D 프린터 관련주들은 어떨까. 우선 필자가 알아본 바로는 의미 있는 매출이 나오는 곳은 단 한 곳도 없다. 매출이 급증하면서 매출 비중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케이스가 전혀 없다는 얘기다. 숫자가 찍히려면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감이 안잡힌다.

게다가 국내 3D 프린터 관련 기업들은 핵심 기술이나 소재 등을 만들지 않고, 대체로 '유통' 치우쳐져 있다. 때문에 투자 매력을 논하기가 굉장히 민망할 정도다. 일부는 3D 프린터에 탑재되는 부품을 만든다고  하는데, 그것이 정확히 어떤 기업 제품에 들어가는지, 그리고 실적에 찍히고 있는지 전혀 파악되지 않는다.

3D 프린터에 투자하고 싶다면 국내 기업 말고, 해외 계좌 터서 진짜 3D 프린터를 만드는 곳에 투자해라. 현재 나스닥에 상장해 있는 세계1 위 3D 프린터 기업 스트라타시스(Stratasys)가 대표적이다. 물론 얘네도 최근 실적 안찍혀서 급등하던 주가가 곤두박질 치고 있다. 세계 1위가 이 모양인데, 경쟁력도 없는 국내 3D 프린터 관련주에 기웃거리는 거 보면 정말 뜯어 말리고 싶다.

반면, 사물인터넷 관련주는 국내에서도 숫자로 찍히는 기업이 꽤 있는 모양이다. 어보브반도체, 기가레인, MDS테크, 코맥스, 코콤 등 다양한 종목들이 있는데, 이들 대부분이 조금씩이라도 사물인터넷 관련 매출이 나오고 있다. 

최근 주가가 대체로 부진해 보이지만, 이들 중에선 대세 상승을 이룰만한 기업이 나올 수 있다. 3D 프린터는 유통에 치우쳐 있지만 사물인터넷 관련 기업은 나름 경쟁력 있다는 제품과 소프트웨어를 모두 아우르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얘네들도 국내 대기업들의 IT제품, 자동차 등이 잘 팔리고, 건설경기가 좋아야 돈을 버는 애들이라 시장의 대세를 선도할 만한 진정한 기술주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선 좀 더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결론: 기술주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데 걸리는 '시간' 이다. 관련 실적이 나오고 나서 투자해도 늦지 않으니, 기대감 만으로 해당 섹터에 배팅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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