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들아, 공매도 탓 그만하자

요약

• 개미들, 남탓만 하고 자기들 부족함은 인정 안해
• 개미 코스닥 주로 매매하는데, 공매도 대부분은 대형주
• 공매도 없어져도 돈 잃는 것 마찬가지
• 제대로 하지 않을 거면 시장에서 나가라

제목 보고 '욱' 해서 들어왔다면 당신은 이미 주식시장에서 돈을 잃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본인이 주식 시장에서 돈 못 버는 이유를 공매도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 이미 마인드가 글러 먹은 거다.

니들은 맨날 세력한테 당했네 작전에 말렸네 하면서 우는소리들 하지?

대가리 딸려서 깡통 찼다는 소리는 죽어도 안 해요.

(영화 작전 中)

영화 ≪작전≫ 에서 나온 주옥같은 대사다. 개인적으로 저 대사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저 얘기가 진정한 팩트임에도 불구하고 개미들은 절대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니 개미인 것이다.

주식 관련 기사를 보면 대부분 '공매도 타도'를 주장한다. 하지만 본인들이 주식 시장에서 수익 못 내는 진짜 이유가 정말 공매도 때문인지 검증해본적이 있는지 궁금하다.

▶ 개미 코스닥 매매하는데, 공매도 대부분은 코스피

먼저 당신이 시총 3000억 미만의 코스닥주를 매매하고 있다면 정말 공매도 탓하지 마라. 그런 말 하는 거 자체가 당신의 무지함을 증명하는 것이니까. 가만히 있으면 반이라도 간다.

위 표는 공매도 상위(최근 120거래일 누적 기준) 종목을 나타낸 것이다.

공매도 수량이나 금액은 별 의미가 없다. 중요한 건 전체 거래대금에서 공매도금액이 몇 % 차지하냐가 중요하다. 당연히 %가 높을수록 공매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는 의미다.

여기서 핵심은 시총 높은 대형주가 상위권에 포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형주는 저 끝단에 자리하고 있어 보이지도 않는다. 올해의 투자 실패를 공매도 탓으로 돌리고 싶다면, 최소한 저 종목을 갖고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저 자료를 보고 싶으면 카카오스탁에서 제공하는 공매도 비중 뉴스를 보면 된다.)

일자 다르게 해서 돌려도 결과는 같다. 항상 대형주 상위다. 그대가 공매도로 피해 입는다고 주장하는 종목은 애초에 공매도가 거의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왜냐고? 아마 코스닥에서 매매 했을테니깐. 데이터가 증명해주고 있으니 제발 우기지 말자. 

개미들 대부분은 코스닥 종목만 사고 판다. 대형주나 진짜 우량한 실적 잘 나오는 중견 종목을 매매하는 투자자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 시총이 극도로 작은 '4차 산업혁명 테마주' 같은 거 좋아한다.

기관·외국인은 소형주로 공매도 거의 안한다.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한다. 굴리는 자금 자체가 수천억, 조 단위이고 변동성까지 큰 데 회사 정책상 매매를 허락할 리가 있겠는가? 굳이 자료를 안보더라도 이런 상식적인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한다. 근데 공매도 탓하는 대부분의 개미는 이런 생각 조차 못하는 거 같다.

공매도 안티로 유명한 셀트리온 주주들. 그래. 셀트리온 주주 정도면 공매도 탓할 수 있다. 위 표에 나온데로 공매도 비중이 꽤나 높은 편이다. 물론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것도 논리적인 분석이 필요하기 때문에 무조건 '나쁜 세력'으로 몰아세우는 건 과하다 생각하지만, 어쨌든 셑트리온 정도면 그래도 인정해 줄 수준은 된다.

자, 그럼 올해 급등락했던 종목들 살펴보자. 아래 표에 있는 종목명만 봐도 어떤 종목인지 알거다. 이 종목들 올해 개미들이 마구잡이로 매수했던 종목들이다. 특징이 있다면 테마로 급등했다가 이후 급락했다는 것. 

근데 공매도 비중이 어떤가? 극도로 작다. 1%에 못 미치는.. 그냥 없는 수준이다.

그런데 개미들은? 뭐만 하면 공매도 공매도... 이제 남 탓하기 안 지겹나? 다른 종목 게시판도 크게 다르지 않다.

▶ 공매도 없어져도 돈 잃는 것 마찬가지

공매도가 없어진다고 해보자. 그럼 당신은 돈을 벌 수 있을까? 우선 내 대답은 '아니오'다.

당신이 주식으로 돈을 못 버는 진짜 이유는 공매도 때문이 아니라 접근 방식이 잘못돼서다. 우선 '테마', '수혜' 라는 말을 너무 믿고 무턱대고 주식을 매입하는 것부터가 문제다. 새 정부 테마라고 하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매수하는 행위. 그걸 묻지마 투자라고 한다.

주식을 사기 전에 그 회사가 어떤 사업을 하고, 실적은 어떤지 한 번이라도 체크했는지 묻고 싶다. 사업보고서만 봐도 다 나오는 걸 개미투자자는 대부분 하지 않는다. (하여간 공부는 싫어하면서 돈만 벌고 싶어 한다. 도둑놈 심보)

이런 것도 안 할 거면 증권사 리포트라도 꼼꼼히 읽어보자. 리포트 나오면 사기꾼이라고 비난부터 하니 무슨 발전이 있겠는가. 리포트에서도 충분히 좋은 자료가 있는데, 특히 데이터들은 팩트 기반이어서 굉장히 유용한 것이 많다. 목표주가는 믿지 않더라도 리포트 안에 있는 과거 데이터는 좀 믿으란 말이다. 평소 '애널리스트 사기꾼'이라는 말만 입에 달고 있진 않은지 자신을 되돌아 보기 바란다. 남 탓만 해서는 절대 돈 벌 수 없다.

미안한 얘기지만 애널리스트들은 당신들보다 주식 훨씬 잘 안다. 맨날 틀리는 것 같지만 그건 그대들이 보고 싶은 것만 봐서 그런거다. 자극적인 기사를 위해 그런 부분만 짜맞춰 기사 내는 언론도 한몫한다. 맞추는 애널리스트도 상당하다는 것만 알아둬라. 여러분은 애널리스트의 논리가 합리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그런 능력을 키울 노력이나 생각은 안하고 애널리스트 말 믿다 깡통 찼다고 하면 자기 얼굴에 먹칠하는 거다.

테마주 따라잡기로 돈 벌 수 있다고 하면 다 부자됐을 거다. 맞다. 네이버에 검색하면 나오는 그 테마주. 돈 벌기가 그리 쉬운 줄 아는가? 세상에 공짜 없다. 그대가 오늘 당장 이런 식으로 돈 벌었어도 어차피 다 잃게 될테니 너무 좋아하지 말라. 주식 시장은 열심히 고민한 사람에겐 놀이터고, 소문만 쫓아다니는 사람에겐 전쟁터다. 

아마 개미 대부분은 공매도가 없어져도 다른 핑계를 찾기 위해 노력할 거다. 나 자신을 돌아보기 전에 우선 남 탓부터 하는 것. 지금 씩씩대고 있는 바로 당신. 안 봐도 비디오니까 더는 얘기 안 하겠다.

▶ 제대로 할 거 아니면 시장에서 나가라

무엇이든 받아들이고 공부하겠단 자세가 없으면 주식하면 안된다. "난 이제 늙어서 머릿속에 아무것도 안 들어와", "한국에서는 단타 아니면 답이 없어." 같은 얘기나 할 거면 그냥 짐 싸서 나가란 얘기다.

노력 없이 단타로 돈 벌고 싶다? 그럼 그대가 세력이 되라. 근데 노력도 안 하는 사람은 세력이 될 능력도 없는 경우가 많기에 별로 기대 안 한다.

더 간단하게 얘기하겠다. 대충할 거면 주식하지 마라. 그대 자신은 대충하는 게 아니라 믿고 싶겠지만 대충하는 거 맞다. 양심이 있으면 세상의 이득을 날로 먹으려 하지 마라.

아니면 그렇게 계속해서 머리 좋은 놈들한테 돈 다 갖다 바쳐라. 결정은 본인이 알아서 하는 거다. 단, 선택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것만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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