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일

실용적인 투자 아이디어

KOSPI, 감히 '3000p'를 논하다

2015/04/14 08:33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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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SPI
요약

봄 비에 벚꽃 내려도

벚꽃이 만개하니 때를 맞춰 우리네 증시도 봄 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그렇지만 봄 내음에 걱정의 아지랑이도 함께 피어오른다. 그도 그럴 것이 계절은 순리대로 오건만 우리 증시는 여러 해 동안 봄과 겨울만을 오갔을 뿐이다. 싹을 틔우다가 이내 눈서리를 맞곤 했다. 경계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어쨌든 겨울을 지나며 지난 봄의 설렘은 잊었을테니 기왕이면 다시 해가 비췄을 때 또 한 번 여름을 이야기하려 한다. 오늘 '인사이트'에서의 의미있는 첫 글로 앞으로의 시장을 바라보는 개인적인 전제를 먼저 언급하고 싶다. 해서 몇 개월 전 개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강의 내용을 다시 들춰낼 것이다. 다시 욕도 좀 먹을런지 모르겠지만.

 

'KOSPI 3000p'에 대한 오해

지난 해 11월, <KOSPI 3000p를 준비하는 투자전략>을 주제로 내걸고 강의를 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감히 '3000p'를 논했다. 사실 그보다 앞서 기고했던 컬럼에서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수 차례 반복해서 언급할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지수 자체를 전망하고자 함이 아니다. 그러한 것을 즐기지도 않는다. 단지 이 숫자에 대한 편견의 일부는 미리 해소해 둘 필요가 있어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3000p, 그것은 생각보다 별 것 아니다'라는 말이다. 다시 말하지만 전망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시장을 보는 관점에 대한 글이다. 오해를 거두면 시장을 보는 시각이 조금은 더 여유로워질 수 있다.

 

 

그 난리에도 여전히 박스권이다

[그림1] KOSPI 일반 차트 (주간)

박스권의 하단을 위협하던 종합주가지수가 이제는 또 몇 해 동안 막혀있던 천정을 노리고 있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가 돌아가며 우리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들었지만 이제 알만한 사람은 안다. 수년 간 KOSPI의 변동성은 짧은 역사 중에서도 꽤나 고요한 편에 속한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퇴출되어도, 미국의 금리가 오르기 시작해도 지금까지 우려했던 만큼 겁에 질리지는 않을 것이다. 악재에 민감하던 심리가 진정되면 금새 호재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세상과 사람의 마음은 빠르게 변한다'는 진리는 인간의 속성이 변하지 않는 한 언제까지고 유효할 것이다. 금융시장의 핵심을 돈이라 하지만, 결국 그 돈을 움직이는 것은 사람이다.

 

단거리 선수와 장거리 선수의 호흡은 다르다

인간의 존재는 한 없이 신비하나 완벽하지는 못하다. 인류는 역사적으로 실수를 반복하며 그 과정에서 성장해 왔다. 진보된 인간의 행위인 투자에서도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혼자서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개인투자자들은 인간으로서의 약점을 쉽게 노출시킨다. 

개인투자자들은 한정된 시간과 정보를 파고 드는 깊이의 한계 등의 이유들로 인해 자신들의 눈으로 바라보는 현상에 의존해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오해의 원인이 되어 판단의 실수를 초래한다. 자칫 왜곡된 시선을 갖게 될 경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의 장에서조차 한계 목표치를 매우 가까운 곳에 그어 버리는 실수를 하게 만든다. 당장 좋은 장이 펼쳐질 것이라 장담하지는 못하지만, 언제가 되었든 그 어떤 좋은 장이 오더라도 많은 이들이 100미터 앞에 목표점을 두고 달릴 것이 자명하다.

개인 투자자들의 방망이는 늘 짧았다. 대부분의 경우 방망이가 길어진 시기는 애초에 의도하지 않았던 경우가 태반이다. 강세장에서만큼은 개인투자자들도 충분히 열매를 취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그 시기에 적절한 호흡이 필요하다.

 

Log, 시장을 보는 또 다른 관점

[그림2] KOSPI, 일반 차트와 Log 차트의 비교 (월간)

일반적으로 참고하는 '주가차트'가 때로는 올바른 사고를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쉽게 알아채지 못한다. 실제로 우리가 기록이 아닌 눈 그대로 바라보는 차트라는 도구에는 왜곡의 요소들이 존재한다. 얼마 전 9시 뉴스에까지 등장했던 드레스 색깔 논란도 이를 증명하는 여러 사례들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보이는 현상과 존재하는 사실은 다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보이는 것을 의심하지 않으며 주관적인 생각을 더해 판단하곤 한다.

투자자들이 참고하는 일반차트는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이러한 차트에서 동일한 폭은 동일한 가격을 의미한다. 가령 1만원짜리 주식이 2만원까지 오르는 폭과 2만원짜리 주식이 3만원까지 오르는 폭은 모두 1만원으로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사람들은 두 번의 투자기회를 같은 것으로 인식하곤 하는데, 여기서부터 왜곡된 시각이 우리를 방해하기 시작한다.

반면, 가격이 아닌 '수익률'을 기준으로 하는 로그(Log)차트는 이러한 오류를 바로 잡아준다. 앞서 1만원 하던 주식이 2만원이 되었다면 수익률은 100%가 된다. 그런데 앞서 2만원 하던 주식이 3만원이 되었을 때 투자자가 얻는 수익은 50%에 불과하다. 수익률의 관점에서 보면 두 번의 기회는 전혀 동일하지 않다.

 

[그림3] 다우존스 산업지수 Log 차트 (월간)

Log 차트를 쉽게 이해하려면 장기간의 미국 다우존스 산업지수 Log 차트를 참고해 보면 된다 (일반차트로는 오래 전의 변동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보기 쉽도록 125p부터 100%씩 상승한 지점마다 선을 그어 두었다. 미국 다우존스 지수 산출방식은 KOSPI 지수의 산출방식과는 차이가 있어 단순 비교는 무의미하지만 단순히 증시의 장기 상승 흐름을 이해하는 데에는 좋은 본보기가 된다.

 

[그림4] KOSPI Log 차트 (월간)

다음은 KOSPI Log 차트의 모습이다. 역시 125p부터 100%씩 상승한 지점마다 선을 그었다. 단지 가독성을 위해 앞선 다우존스 산업지수의 Log 차트와 동일한 기준을 적용했다. 다만 심리적 왜곡을 없애기 위해 여백을 많이 두었다. 필자가 향후 투자에 있어 기준으로 삼는 차트의 형태다.

두 배가 되는 시점까지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생각보다 길지 않다. KOSPI가 1000p에서 사상 첫 2000p를 넘기는 데에는 고작 2년 반밖에 걸리지 않았다. 물론 이를 체감한 투자자들이 많지는 않을 것이다. 그 짧은 기간마저 지루했거나 혹은 불안했을 테니.

보다시피 위 차트에서 '3000p'는 별 다른 의미가 없다. 2000p에서 3000p를 가는 것을 두고 '1000p가 올라야 한다'라고 해석할 것이 아니라 '50% 상승해야 하나'라고 해석하는 것이 더욱 적절하다. 그리고 50%의 상승은 매우 순식간에 일어날 수 있다.

 

결론

불필요한 말이 많았으나 Log 차트를 통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는 단순하다. 가격보다는 수익률의 개념이 실제 우리의 투자 성과를 이해하는 데 더욱 수월할 수 있다는 것.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보면 오해와 편견의 일부를 바로잡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 나아가 이를 계기로 그동안 당연하게 생각해 온 다른 개념들까지 한 번쯤 의심해 보는 것도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다.

앞으로 '인사이트'를 통해서는 투자에 대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바로잡고 투자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좁히며 일상에서의 투자 기회들을 짚어 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글들을 중점적으로 써 나갈 계획이다. 때론 시장의 이슈들도 이해하기 쉽게 풀어 설명하고자 한다. 꾸준히 읽다 보면 보다 여유로운 태도로 투자를 즐길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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