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연

내일 1등할 종목은 어제도 1등이었다

'차알못' 투자자가 바라본 현대·기아차

2016/07/08 07:38AM

| About:

현대차, 기아차
요약

0. 들어감에 앞서

필자는 기고를 할 때마다 "이전에는 시도되지 않았던, 더 새롭고 참신한, 모두가 좋아할만한 컨텐츠가 없을까?" 늘 고민을 한다. 그렇게 고민을 해서 내놓은 컨텐츠가 초창기에 독자와의 소통, 회사와의 소통 컨셉의 컨텐츠였고 그 다음 내놓은 컨텐츠가 단순히 종목 소개 글이 아닌 일종의 정보 전달 및 교육 목적의 컨텐츠였으며 그 다음 내놓은 컨텐츠가 필자가 평소 감명깊게 읽었던 책들의 인상적인 글귀를 공유하면서 짤막한 코멘트를 다는 일종의 서평 컨텐츠였다.

일단 제목에는 현기차라고 달아놓긴 했으나 사실 오늘 필자가 선보일 컨텐츠는 현기차 분석글이라기보단 자동차 산업 전반에 대한 글이라고 보는게 맞을 것 같다. 사실 이 글을 쓰기까지 정말 많이 고민을 했다. 우선 제목에도 달았지만 공대 출신이 아닌지라(필자는 법학과 출신이다.) 구체적인 기술에 대해선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데 과연 귀동냥으로 주워들었던 알량한 지식(이라고 하기도 부끄러운)을 독자분들과 공유하는게 필진의 도리에 맞는 행동인가부터 산업 분석은 개별 종목 분석보다 훨씬 더 많은 데이터를 필요로(심지어 필자도 처음 보고 이건 어떻게 해석해야되나 갸우뚱하고 한참을 생각해봤던 데이터들) 하는데 글 속에 그 방대한 데이터를 모두 넣게 된다면 독자분들이 과연 이해를 하실까, 나의 컨셉은 '누구나 쉽게 이해하는 컨텐츠 제공' 인데 정작 독자분들이 글을 보시고 이해하지 못하신다면 적어도 그 글 안에서의 나의 정체성은 사라지는게 아닌가 등 많은 고민을 했다.

어쨌든 그 고민들을 뒤로하고 용기내서 한번 '큰 그림 컨셉' 의 글을 기고하고자 한다. 물론 기술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도 같이 이루어지면 좋았겠으나 기술에 대한 논의 말고도 자동차 섹터에 투자하는데 이정도는 꼭 필요하겠다 하는 부분만으로 구성하려고 노력했으며 무슨 의미인지도 모를 데이터들은 과감히 생략하고 대신 늘 그래왔듯, 나레이티브적인 측면을 최대한 살려서 필자가 쓴 다른 글들과 마찬가지로 최대한 쉽게 풀어봤다. 모쪼록 독자분들께서 부담없이 유익하게 봐주셨으면 하길 바랄 뿐이다.

ps 처음에 구상과는 다르게 분량이 좀 많아져서.. 기회가 된다면 <미래의 자동차 산업> 편도 후속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1. 자동차의 P와 Q

비단 자동차 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의 이익은 제품의 판매 단가(Average Sales Price 이하 ASP)인 P와(Price) 제품의 판매량인 Q(Quantity)의 곱으로 도출된다. 간단한 이치이다. 김밥 한출의 가격(P)이 1,000\이고 총 10줄(Q)을 팔았다면 이익은 총 10,000\인 셈이다. 이 내용 자체는 엄마 심부름 몇번 해본 유치원생들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문제는 P는 어떻게 이루어지고 Q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일 것이다.

각 산업별로, 산업 내에서도 각 회사별로 P와 Q에 영향을 주는 디테일한 변수들은 모두 제각각일 것이지만 그래도 큰 맥은 같이 한다; P에 영향을 주는 변수에는 보통 희망소비자가격(실제 사람들에게 판매하는 가격)과 수출입 기업의 경우 환율 정도가 있을 것이고 Q에 영향을 주는 변수에는 그 시장 전체 파이의 크기와 그 파이 중 해당 기업이 가져올 수 있는 파이의 크기일 것이다.

자동차 산업도 크게 다를 바는 없다. P에 영향을 주는 변수에는 공장출하가격(Manufacturer's Suggested Retail Price 이하 MSRP)과 환율, 여기에 추가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지급되는 인센티브 정도가 있을 것이고 Q에 영향을 주는 변수에는 전술한 것 처럼 자동차 시장 전체 파이의 크기와 그 중에서 해당 업체의 점유율(Market Share 이하 MS) 정도가 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 P와 Q에 영향을 주는 각 변수들에 대해 하나씩 생각해보자.

 

   1) P에 영향을 주는 변수

 - MSRP : 제품 가격이다. 제품의 ASP가 올라가는건 당연히 기업 입장에서는 떙큐인 상황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기업이 ASP를 마음대로 올릴 수 있을까?

 

출처 : GM

 

위 자료는 GM에서 제공한 자료로 GM 조차 자기들이 속한 섹터를 저성장 섹터 즉, 파이가 더이상 커지지 않는 섹터라 규정해버렸다. 시장의 파이가 커지지 않는다는 것은 결국 한정된 파이를 두고 밥그릇 싸움을 해야 된다는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제품의 ASP를 올리게 된다면 판매량은 낮아져 결국 파이를 뺏기게 될 것이다. 저성장 국면이 장기적으로 이어질수록 자동차 산업 내에서는 MSRP(제품의 ASP)의 증가에 기인한 P의 증가를 기대하기란 다소 어려울 것이다.

 - 인센티브 : 제품 가격의 할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자, 할인을 왜 할까? 만약 자동차가 없어서 못파는 지경에 이른 재화이거나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가 딱 하나라면 과연 가격 할인을 할까? 소비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이유 즉, 제품의 가격을 떨어뜨리는 이유는 하나이다. 바로 MS를 가져오기 위함이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산업 자체가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어서 이제는 있는 파이를 나눠먹어야 한다. 그런데 예전에는 포크를 들고 있는 사람이 5명이었다면 이제는 포크를 들고 있는 사람이 15명이나 된 것이다. 즉, 포크를 들고 있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파이를 먹고자하는 이들의 경쟁이 심화됐기 때문에 가격을 낮춰서라도 판매 대수를 늘려 MS를 가져오려는 것이다.(시장 참여자들이 많아져서 그들끼리 가격경쟁을 하면서 서로 MS를 뺏어오기 위한 전쟁을 치르는 것, 이를 두고 치킨게임이라 부른다. 이 게임의 최후의 승자는 그 시장의 MS를 독식하겠지만 막상 최후의 승자가 되고 나니 출혈이 너무 커서 MS를 독식하다 체하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 업체들간의 치킨게임은 참으로 반갑긴 하다.)

만약 창고에서 노는 차들(재고)이 많아서 이 노는 차들을 관리하는 비용이 인센티브를 지급하면서까지 차를 팔아서 번 돈보다 크다면 이는 인센티브를 제공할 충분한 유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출처 : Ward's Auto, 하나금융투자

 

위 자료는 실제 미국 내 현기차의 재고와 인센티브 추이인데 두 변수의 상관관계는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동차 생산 실적은 매년 비슷한데 재고가 계속 쌓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차가 안팔린다는 의미이고 이는 곧, 인센티브로 손상되는 이익이 커지고 있음을 의미하는데 추세상 향후 몇 년 간은 더많은 이익의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보인다.

 - 환율 :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5대 수출 산업에 속하는 가장 대표적인 수출 산업이자 자동차 산업 자체가 글로벌적인 산업이다보니 환율 변수가 굉장히 중요한데

 

출처 : 현대차 사업보고서

 

위 도식처럼 현대차는 많은 통화들에 대한 환 위험에 노출돼있음을 알 수 있다. (기아차도 현대차와 환노출이 대동소이) 환 노출이라 함은 교역국의 환율이 변동함에 따라 현대차의 손익이 바뀌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 현상은 현대차가 경영을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순전히 대외변수에만 움직이는 상황인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에 회사 입장에서는 상당한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P에 영향을 주는 요인인 MSRP와 인센티브는 단기적으로는 현기차에게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고 결국 P를 좌우하는 변수는 (단기적인 관점에 한해서)실질적으로 환율이 될 것이다. 최근 강달러 기조가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브렉시트 이슈 등으로 엔화가치가 급등하면서 현기차에겐 상당히 우호적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MSRP나 인센티브 이슈는 산업 자체에 대한 이슈인데 자동차 산업의 성장이 전반적으로 썩 기대되지는 않는지라 단기적으로는 환율 변수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2) Q에 영향을 주는 변수

전술한 것 처럼 Q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시장 전체 파이의 크기와 그 중에서 해당 업체의 MS이다.

 

출처 :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위 표에서도 알 수 있지만 글로벌 자동차 판매 증가율이 2014년을 정점으로 점점 하락하는 추세인데 전세계적으로 구매력의 획기적인 증진이 있지 않는 이상 최소 향후 3년 정도는 판매 증가율이 2.5% 내외로 수렴하는, 저성장 국면을 면치 못하지 않을까 한다.

 

출처 :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현대차그룹도 암울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눈여겨봐야 할 포인트는 2014년일 것이다. 사실상 이때를 기점으로 현대차의 성장은 (현재까지는)끝났다고 봐야 할 것이다. 가뜩이나 MS의 증가율도 그닥 낙관적이지 않는 상황에서 2014년 10월 돌연 한전부지 10조 매입 결정은 현대차의 주가를 지루한 박스를 뚫고 한 층 더 아래로.. 내려가게 하고 말았다.

가장 암울한 부분은 중국쪽 MS이다. 세계 최대의 자동차 시장에서 파이를 가져오기는 커녕 오히려 15년에는 파이를 뺴앗기고 말았다. 그렇다고 올해(16년) 중국쪽 MS가 개선될 수 있는가? 라 묻는다면 또 갸우뚱한게

 

출처 : 현대차

 

출처 : 기아차

 

지난 1분기에 현기차 모두 중국에서의 판매대수가 오히려 감소했는데 이런 추세가 지속될거라 가정한다면 올해 중국쪽 MS는 작년에 비해 더 떨어져서 7%대를 기록할지도 모르게 된다.

 

2. 현대·기아차가 풀어야 할 숙제

정리를 해보면 1) P를 결정하는 요인 중 환율 변수가 현기차에게 현재로선 가장 영향력이 있다고 볼 수 있고 2)  Q를 결정하는 요인인 시장 전체 파이의 크기와 그 안에서 차지하는 현기차의 MS 두 요인 모두 현재로선 굉장히 부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문제들을 타개할 가장 이상적이자 현실적인 방법은 결국 브랜드 가치 제고밖에 없다. 환율 변수, 시장 전체 파이 변수는 외부변수라 현기차가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고 MSRP 변수, 현기차의 MS 변수야 말로 현기차가 자력으로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이다. ASP도 높이고 MS도 높이는 방법은 결국 "고급화" 전략이다.

 

출처 : IHS Automotive, 단위 : 백만대

 

출처 : GM

 

아래 표부터 보면 2015년 전세계 럭셔리 세그먼트는 판매비중이 14%밖에 안되지만 이익은 60%나 되는 고마진 제품으로 글로벌 럭셔리 세그먼트 시장의 성장성에 대해 시장조사기관인 IHS Automotive는 연평균 4.8%, 거의 5% 정도는 무난할거라고 보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국가별 성장률을 놓고 봤을 땐 중국이 향후 5년 뒤 50%에 달하는 럭셔리 세그먼트 시장 성장률을 보일거라 예상돼서 더욱이 중국은 놓치면 안되는 시장으로 봐야 한다.

 

출처 : 각 국 통계청,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현대차
보급률 = 전체 자동차 대수 ÷ 사람 1만명
지표는 높은 순으로 정렬

 

위의 표는 각 국의 자동차 보급률을 나타내는 표이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한국의 왼쪽에 있는 나라들은 그 나라만의 대표적인 자동차 브랜드를 갖고 있는 나라들로 이미 자동차의 역사가 한국보다 훨씬 오래 된 나라들이다. 과거 현기차는 이런 쟁쟁한 국가의 브랜드들과 경쟁하기 위해 소위 말하는 "가성비" 전략을 택했고 그 전략이 우연이든 필연이든 지금의 현기차를 있게 해줬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가성비" 의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것 즉, 현대·기아란 브랜드에 유저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하게끔 브랜드 가치를 제고시키니는 것, 이것이 바로 현기가 장기적으로 취해야 할 스탠스이자 액션이다.

 

 

그런의미에서 보면 최근 '브랜드 제네시스' 를 런칭시킨 것은 정말 괜찮은 판단이었다고 볼 수 있다. 물론 당장의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 힘든 것이 브랜드 가치 제고이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제네시스 EQ900의 실적은 예상치를 훨씬 뛰어넘었으며 후속 모델인 제네시스 G80 역시 사전 계약 돌풍을 일으키는 등 심상치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현대차 입장에서는 고무적이라 할 수 있겠다.) 그래도 현재의 경영진들이 적어도 지금 시점을 승부수 던져봐야 할 시점이라고 느끼고 있다는 것 자체에 개인적으로 밸류를 주고 싶다. 

자동차 보급률 추이에서 특히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바로 노란 박스로 표시한 중국인도이다. 중국만 하더라도 한국 보급율의 1/10 수준도 안된다. 인도도 마찬가지. 장기적으로 중국과 인도가 최소 러시아나 브라질 수준까지만 클 수 있다 하더라도 지금보다 몇 배나 커지는 시장이다. 이 시장을 선점해서 제네시스를 성공적으로 침투시킨면 현대차의 펀더멘탈은 자연스럽게 향상될 것이다. 단순히 럭셔리 세그먼트 시장의 성장 이슈 뿐만 아니라 아예 보급율의 증가 이슈 때문에도 필자가 위에서 중국을 놓치면 안된다고 한 것이다.

 

 

한중연  의 다른 글 보기 >>

지나가다가
2016/08/11 03:08 PM

잘 읽었습니다. 우연히 봤는데, 하나대투 송선재 연구원님의 세미나와 내용이 똑같군요. 첨부된 표와 그림도 동일하거나 조금 가공이 됐네요. 세미나를 여러번 들었고, 페이퍼 자료와 녹음 내용도 몇 개 가지고 있어서 말씀드립니다.

송선재 연구원님의 세미나에 대한 언급은 전혀 없으신데, 기고와 관련해 사전에 조율은 된 건지 궁금하네요. 혹시 저작권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 말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