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처럼

수익 = 가치 - 가격

작은 고추가 맵다. (소형주 투자의 이점)

2015/11/08 11:46AM

요약

‘중소형주는 위험하기 때문에 안전한 대형주만 사자.’라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은 주식시장에서 굉장히 불리한 싸움을 할 수 밖에 없다. 고수익을 내게 해주는 기업은 주로 중소형주에 몰려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텐베거를 노린다면 특히 소형주를 눈여겨 보아야 한다.

 

미국 주식시장을 보면 역사적으로 대형주보다 소형주의 수익률이 높았다. 이를 통계적으로 검증한 논문 역시 무수히 많다. 주식시장의 역사가 짧은 우리나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상하리만치 소형주가 대형주보다 수익률이 높은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이유는 너무나 자명하다. 소형 기업의 성장률이 대형 기업의 성장률보다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어린이와 청소년, 성인, 노인의 성장속도에 비유할 수 있고, ‘아기’코끼리 덤보가 하늘을 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어른코끼리는 하늘을 날지 못한다.) 따라서 주가 상승률 역시 소형주가 높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이유가 아니고서라도 소형주에 투자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한 상황을 만든다.

 

먼저, 소형주는 회사를 이해하기가 쉽다는 장점이 있다. 보통 사업부가 하나이기 때문에 해당 사업에 대해서만 명확하게 이해하고 분석할 수 있다면 기업의 가치평가가 훨씬 수월해진다. 물론, 기업에 대한 이해도의 차이는 어떤 산업에 속해있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지지만(음식료 업종이 IT 업종보다 이해하기 쉽다), 같은 업종이라면 큰 기업보다 작은 기업이 분석하기가 더 용이하다. 이는 투자자의 능력범위 안에서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는 말이고, 곧 투자의 확실성을 높여준다. 투자자 입장에서뿐만 아니라 경영자 입장에서도 회사를 이해하기 쉽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여러 산업에 걸친 거대 계열사를 거느릴 경우 최고경영자조차 속속들이 회사 사정을 알지 못하게 되는 반면, 작은 기업의 경영자는 회사 곳곳을 속속들이 알기 때문에 명확한 진단과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또한, 작은 기업은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미 커져버릴 대로 커져버린 대기업은 의사소통 과정이 복잡하여 빠른 대처가 어렵고 심지어 변화를 두려워하기까지 한다. 반면, 작은 기업은 의사결정 과정이 단순하고 빨라 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으며, 변화를 즐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 이야기이니 구태의연하게 사례를 보태지는 않겠다.

 

하지만 소형주 투자의 가장 큰 이점은 뭐니뭐니해도 ‘블루오션’이라는 것이다. 일단 소형주는 유동성(거래량 및 거래대금)이 작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이 들어오고 싶어도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한다. 이에 따라 대형주에 비해 투자자들간의 경쟁강도가 낮다. 즉, 소외되어 있다는 말이다. 기업가치 대비 소외되어 있다면 절호의 투자 기회이다. 개인투자자들의 경우 일부 ‘큰 손’을 제외하고는 유동성에 대한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자금 규모이기 때문에 이런 투자 기회를 배제해 버리면서까지 경쟁자들이 몰려 있는 대형주만을 굳이 살 이유가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유동성 걱정을 할 필요가 없는 개인투자자들이 거래량이 너무 적다고 하소연하면서 소형주를 외면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하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유동성이 낮은 기업일수록 수익률이 높았다.

 

기관투자자들이 소형주를 잘 보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이점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정보 우위이다. 큰 규모의 자금을 운용하는 Buy Side의 펀드매니저들은 유동성이 적은 소형주를 선호하지 않는데, 이에 따라 Sell Side의 애널리스트들 역시 소형주 분석을 등한시하게 된다. 고객(펀드매니저)들이 그 쪽 분야에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중소형주 강세로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 감도 있지만 대체로 애널리스트의 분석 역량은 대형주에 집중되어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기업의 정보는 여기 저기에 널려있다. 전자공시, 홈페이지, 신용평가사, 통계사이트, 산업협회, 투자카페, 투자동아리, 신문기사 등 온라인 상에 게재돼 있는 정보만 모아도 애널리스트들을 비롯한 대부분의 시장참가자들보다 정보우위에 설 수 있다. 투자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형주가 영원히 소형주에 머무를 가능성은 없는가? 아무리 성장성이 높더라도 기관 투자자들을 비롯한 시장 참여자들이 그것을 인정해주지 않는다면 주가는 제자리에 머물러있지 않을까? 단기적으로는 그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주가가 오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시장에는 의외로 기업가치를 보고 매수를 하는 똑똑한 시장참가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 주체가 기업 자신이 된다면, 자사주 매입을 할 것이고, 타 기업이 된다면, 인수합병이나 지분투자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해당 기업은 한 차례 부각 받기 때문에 주가가 튀는 경향이 있다. 또한 자본과 이익의 규모가 커져갈수록 점점 더 시장에서 그것을 인정해줄 수 밖에 없는 기업이 되어 간다(소형주에서 중형주로 성장한다). 이러한 이유들 때문에 장기적으로 주가는 기업 성장률만큼 올라가게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소형주 투자의 이점과 주가 상승의 촉매를 살펴보았다. 소형주에 대해 긍정적인 부분만 이야기했는데, 부정적인 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먼저,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없다는 단점이 있다. 원재료를 대량으로 사올 수 없고, 유통망을 촘촘하게 세울 수도 없다. 이는 분명 대기업에 비해 소형 기업이 처한 비교열위이다. 하지만 소형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를 누릴 수 없는 대신에 닛치마켓을 적극 공략한다. 대기업이 들어올 수 없는 소형 마켓을 장악함으로써 작지만 강한 기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개인투자자들의 소형주 투자가 닛치마켓(기관투자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시장)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또 다른 사례로는 미국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있으며, 우리나라의 KSS해운이 있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대기업이 들어오지 않는 애매한 구간의 노선을 독점함으로써 성장했고, KSS해운 역시 LPG 운반이라는 대기업이 들어오지 않는 특수하고 안정적인 닛치마켓에서 과점을 유지하면서 성장했다.

 

소형 기업의 또 다른 단점으로는, 특정 부분에 특화되어 있어서 해당 부분의 상황이 좋지 못하다면 회사 전체가 휘청댈 수 있다는 것이다. 대체로 소형기업의 경우 특정 제품 혹은 특정 고객사에 편중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업부가 다양하거나, 제품이 다양하거나, 고객사가 다양한 대형 기업에 비해 위험성이 큰 구조인 것이다. 이에 따라 일반적으로 소형 기업의 할인율은 평균적인 기업 대비 높으며, 이로 인해 낮은 PER 밸류를 부여 받는다. 이는 합당한 시장의 뷰이다. 하지만 소형주가 계속 소형주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중형주가 되면서 포트폴리오도 다변화 될 것이고, 기업의 안정성도 높아질 것이며, 그러한 과정에서 기관투자자들의 관심도 받을 수 있다. 여러 명의 애널리스트 보고서가 나온 뒤라면 이미 정보우위에서 뒤쳐졌다고 할 수 있다. 그 전에도 개인투자자들에게 충분한 기회가 주어진다. 그 때를 노려야 한다. 바로 소형주에 머물러 있을 때 말이다.

 

이제 수도권에서도 왕왕 등장하는 소주 좋은데이. 이를 만든 무학은 현재 시총 1조를 넘겨 하이트진로 시총에 육박하는 중형주로 성장했다. 하지만 5년 전엔 시총 1000억대의 소형주에 불과했다. 카드결제가 많아질수록 수혜를 보는 나이스정보통신 역시 2년 동안 10배 가량 올랐다. 2년 전에는 시총이 500억도 안 되던 회사가 지금은 4000억을 넘겼다. 메디톡스는 어떠한가? 현재 3조에 육박하는 시총이 4년 전에는 불과 1500억이었다. 모두 남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때 기회가 있었던 기업들이다. 모든 기업들이 이렇게 대박이 날 수는 없겠지만, 분명 소형주에 기회가 많은 것은 사실이다.

개인투자자들은 이를 유념하고 소형주라고 무시하지 말고 제2의 무학, 나이스정보통신, 메디톡스를 찾아보는 노력을 기울여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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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수
2015/11/10 05:03 AM

잘 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11/10 06:11 AM

넵! 초수님 감사합니다.

무어
2016/08/15 09:24 AM

저도 포트에 대형주와 중소형주가 고루 구성되어 있습니다. 근래에 시장에서 느낌의 변화라고 할까요? 이제 성숙기에 접어든 대형주의 성장성의 한계에 도달했다라고 생각합니다. 십여년 사이에 조선/중공업/자동차/철강/화학/반도체/유통/음식료 등 산업업종을 대표하는 대형주들이 시장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했음에도 현재의 위치는 그때와는 다릅니다.

블루오션 즉 업계의 독보적인 1위업체가 아닌이상 경쟁이 심화되는 시장을 가지고 있는 산업은 시장의 관심이 한번 뜨거워졌다가 더 이상 진전이 없어 보입니다. (물론 긴 시간이 지나야 역발상으로 기회가 올 수도 있습니다.)

중소형주중에 업계 독보적인 위치에 있는 소외된 1위업체가 장기적인 측면에서 대형주들보다 더 높은 수익과 포트의 안정성에 충분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생각하는 요즘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제게 많은 도움이 되는 글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