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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사각지대] 저축은행, 그냥 넘어가선 안될 "요주의"

2015/05/15 09:49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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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셀네트컴
요약

※애널리스트의 보고서는 좋은 투자포인트를 담고 있습니다. 다만, 해당 기업의 모든 내용을 담고 있진 않을 수 있습니다. ‘여의도 사각지대’는 증권가에서 다루지 않은 해당 기업의 리스크를 점검해봅니다. 

최근 모 증권사에서 강하게 미는 스몰캡이 있습니다.

'텍셀네트컴'

지난 5월 12일 종가는 2350원,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가는 3800원입니다. Upside가 60%를 넘습니다. 최근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보면 당장이라도 목표가에 도달할 것 같습니다.  

텍셀네트컴은 M&A로 성장한 대표적인 케이스입니다. 2012년 인수한 세종저축은행이 턴어라운드에 성공하면서 연결 실적이 대폭 성장했습니다. 이에 따라 주가도 지난해 5월까지만 하더라도 1000원을 밑돌았지만, 단 6개월 만에 2배 이상 올랐습니다. 이후 2000원 ~ 2500원 사이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투자 대상이 워낙 매력적이다 보면, 감춰진 리스크를 파악하기 쉽지 않습니다. 사랑에 빠지면 상대방의 단점이 보이지 않는 것과 비슷하죠. 텍셀네트컴의 사례를 통해 은행업종을 투자할 때 간과하기 쉬운 리스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체크포인트 1. 은행의 핵심 매출원, ‘예대마진’

세종저축은행은 충정도 소재 저축은행입니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대란 사태 이후 건전성과 수익성이 회복되며 턴어라운드 국면을 맞고 있습니다. 텍셀네트컴 핵심 자회사 별 이익기여도를 살펴보면, 본사, 멀티비츠이미지, 한중선박기계, 세종저축은행 중 세종저축은행이 단연 가장 높습니다.

은행주를 보다 보면, ‘예대마진’이란 개념에 직면하게 됩니다. 예대마진을 식으로 풀면 ‘대출이자(이자수익)  – 예금이자(이자비융)’입니다. 고객이 예금한 돈으로 대출을 해줘 마진을 남기는 은행의 핵심 비즈니스의 매출액에 해당하는 용어입니다. 때문에 은행주를 분석할 때, 실적 부분에서 가장 먼저 체크해야하는 부분이 바로 예대마진입니다. 세종저축은행의 예대마진은 2011년부터 꾸준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체크포인트 2. 이익 변수 – '대손상각비'

은행의 주력 매출원이 예대마진이라면, 비용은 무엇일까요. 첫 번째는 인건비를 들 수 있습니다. 은행은 대표적인 서비스 업종이라 핵심자산이 인력입니다. 공장, 기계장치 등에 따른 부대비용 없이 대부분의 비용이 인건비로 지출됩니다. 다만 인건비는 고정비 성격이 강합니다. 은행 실적이 부진하다고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을지언정, 월급을 깎는 일은 없기 때문이죠.

인건비는 고정비 성격이 강해 예측이 사실상 쉽습니다. 갑자기 인건비가 대폭 늘어 어닝 쇼크를 맞을 확률이 적다는 의미입니다. 그럼 주의 깊게 봐야 할 비용은 무엇일까요.

은행은 대출대상에 따라 금리를 달리 매깁니다. 회사가 발행하는 채권도 마찬가지입니다. 금리를 결정하는 것은 채무자(대출 받은 사람, 회사채를 발행한 기업)의 신용입니다. 신용이 좋으면 저렴한 금리로 대출이나, 회사채를 발행할 수 있습니다. 신용이 좋으니, 대출금을 떼일 확률이 낮고, 때문에 은행은 저렴한 비용으로 돈을 빌려주는 것입니다

반대로 신용도가 낮으면, 상대적으로 고금리를 적용합니다. 돈을 떼일 확률이 높으니, 은행 입장에선 그만큼 리스크를 짊어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은행에서 신용도가 낮은 고객에게 대출을 해주고 나중에 돈을 못 받을 것 같다고 칩니다. 이 경우 은행은 미리 손실을 인식하는데, 이때 발생하는 비용이 바로 대손상각비입니다. 은행의 두 번째 핵심비용이며, 은행 이익의 큰 변수가 될 수 있는 비용입니다.

세종저축은행 사례: ‘요주의’ 대출채권 급증의 의미는?

그럼 은행의 대손상각비는 어떻게 발생할까요. 대출채권(대출해준 돈) 100억원에서 10억원을 못 받을 것 같다고 하면, 대출채권 100억원에 대해 1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잡고, 당분기에 10억원을 대손상각비로 처리합니다.

금융당국은 저축은행의 대출채권을 자산 건전성에 따라 5가지로 분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이 그것인데, 추정손실로 갈수록 돈을 못 받을 확률이 크다고 보면 됩니다. 건전성 분류에 따라 대손충당금 설정률도 정해져 있는데, 정상은 0.5%, 요주의는 2%인 반면, 고정은 20%, 회수의문은 70%, 추정손실은 100%입니다.

은행이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은행에 예금한 고객들에게 돈을 돌려주지 못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금융당국은 이런 위험을 미리 공지하고자 대출채권에 대한 자산건전성 분류를 감사보고서에 기재토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정이하여신비율’을 통해 이런 위험을 지표로 나타내고 있습니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이란 말 그대로 대출채권 중 ‘고정’ 이하로 분류된 대출채권 비중을 뜻합니다. 한 마디로 떼일 확률이 높은 대출채권을 얼마나 가지고 있냐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겉보기에 세종저축은행의 대출채권은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저축은행중앙회에 고시된 고정이하여신비율을 보면, 꾸준히 낮아지고 있습니다. BIS(자기자본비율)도 상승하고 있어 다방면에서 기업의 건전성이 좋아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실제 대출채권을 보면, 2013년부터 ‘요주의’에 해당하는 대출채권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같은 기간 오히려 ‘정상’에 해당하는 대출채권은 줄었습니다. 요주의는 ‘여신 사후 관리에 있어 통상 이상의 주의를 요하는 거래처에 대한 총여신’이라 정의됩니다. 다만 대손충당금 설정률은 불과 2% 밖에 되지 않아 비중이 커진다고해도 대손상각비에 미치는 영향이 작습니다.

그러다면 다른 곳은 어떨까요. 세종저축은행과 같이 충청지역에 위치한 ‘한성저축은행’, ‘아주저축은행’의 현황을 봅니다. 아주저축은행은 충청권에서 여수신 규모가 가장 크며, 한성저축은행은 세종저축은행과 규모가 비슷합니다. 두 업체의 최근 1년간 대출채권을 보면, 요주의에 해당하는 대출채권은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또한 요주의 대출채권 비중이 둘 다 20% 미만입니다. 세종저축은행의 요주의 대출채권이 유독 급증한 배경에 의문점을 갖게 되는 이유입니다.

투자자라면 요주의로 분류된 세종저축은행의 대출채권을 꾸준히 모니터링해야 합니다. 고정이하 여신으로 분류되는 순간, 대규모 대손상각비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부디 그런 일은 없길 바랍니다. 

필자가 생각하는 주식 투자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순간은 모든 사람이 해당 종목에 대해 ‘좋다’고 할 때입니다. 텍셀네트컴 뿐만 아니라 증권가에서 간혹, 목표가를 높이 제시하고 장밋빛 전망을 쏟아냈다면, 한 번쯤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 봐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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